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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 출세욕 ㅣ 먼슬리에세이 2
이주윤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6월
평점 :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이주윤
알 만한 출판사에서 책을 내봤고, 알 만한 신문사에서 칼럼 연재도 해봤다. 그런데 독자들은 어찌하여 나를 알지 못하는지 늘 의문이다. 베스트셀러 저자가 벌어들이는 돈이 부럽기는 하지만 그가 쓴 글이 부럽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도 그들만큼, 아니 어쩌면 그들보다 더 잘 써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여태껏 쓰고 그린 여러 권의 책 중에서 꼭 한 권만 자랑한다면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을 꼽겠다. 앞으로는 이 책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를 나의 자랑으로 삼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돈벌이가 되는 글쓰기가 되면 고단한 느낌이 든다.
생계와 마감의 압박, 돈 맛을 알아가는 건
뭔가 좀 더 자유롭게 나다울 수 있는 색을 잃을까 겁이 난다.
그런 물욕을 생각지 않고 글을 쓰는 게
우연히 대박을 친다면야 감사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적어도 나라도 나에게 얘기해줘야 하지 않을까.
작가들의 고충을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그들의 삶에 맞닿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낯선 출판 관계자에게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할 정도로 짬밥이 차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필릴 만한 글을 써낼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이제는 너무나 잘 안다.
유일한 문제는 나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아까 전 그 기자님 빼고는 아무도 없다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p51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면서 노심초사
애가 타는 마음과 궁금한 것들이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그 기분이 얼마나 별로일까.
초판 인세에 잔뜩 기대도 해보고
대형 출판사와의 러브콜도 기다리는 애탐이
지겹도록 앉아서 쓰던 시간에 비해
더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피땀 흘려 쓴 원고를 애지중지하며
넘겼을 그 큰 마음이
내 원고가 선택될까 안될까의 기로 앞에서
한순간에 쫄보가 된 것처럼 작아지는 마음.
참 비참해지기도 하며 내가 나라는 걸 자신있게
내비치지 못하는 을의 입장이 된 듯
잔뜩 움츠려 있는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디자이너는 누구를 쓸 것이며,
초판은 몇 부나 찍을 예정인지를
속시원히 묻고 답을 들을 수 있을만큼
입지가 넓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글을 읽다가 발음이 걸리면 부드럽게 고치고, 문장의 리듬이 마음에 걸리면 두 문장을 한 문장으로 합쳐보기도 했다가
한 문장을 두 문장으로 쪼개보기도 하며 적절한 리듬을 찾아낸다.
쉼표도 여기 찍었다 저기 찍었다, 쉼표 따라 숨을 여기서 쉬었다 저기서 쉬었다,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한 군데도 걸리는 곳이 없이 능구렁이처럼 능글능글 읽힌다면 그제야 손을 뗀다./p112
저자의 책이 읽기 편했던 것엔 이유가 있었다.
걸리는 것이 없어서 읽기도 편하고
읽는데 가속도가 붙으니 이 한 권을 몰입도 있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단문으로 줄여 쓰는 게 힘든 나에게는
수행해야 할 과제 투성이다.
숨이 길어지니 읽다보면 지치고
호흡을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의 흔적만 가득하다.
언제쯤 이렇게 걸리적거리는 게 없는 단백한 문장들을
말하듯이 쏟아낼 수 있을까.
작가만의 특색을 살리며 가볍게 읽되
분명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내공을 말이다.
많이 읽고 써보는 수 밖에 없겠지만,
요령 피우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그 성실함보다 앞서가려해서 문제다.
돈값 하는 작가..
무거운 말이다.
고생 하며 쓴 글의 가치를 누군가는 메기고
평가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며
밥벌이가 되는 괜찮은 글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실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작가님의 모습을 보며
돈값 하는 글을 쓰고 싶은 바램을 응원하고 싶다.
누군가는 이 책을 보며 도전이 되고 힘이 될 것이기에
좋은 글로 계속 보답하며
출판의 세계 속에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