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순정 - 그 시절 내 세계를 가득 채운 순정만화
이영희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안녕, 나의 순정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이영희
만화광 소녀가 자라서 글 쓰는 어른이 된 케이 스. 어릴 때부터 각종 만화잡지와 만화책을 읽어치웠다. 만화,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를 꾸준히 즐기며 문화부 기자로 오래 일했다.

2015년 『어쩌다 어른』을 출간하여 에세이스트로 데뷔, 2018년 두 번째 책 『나는 나를 좋아할수 있을까』를 펴냈다. 최근 중앙일보 국제부로 옮겨 바쁘게 일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그 시절 내 세계를 가득 채운 순정만화



아이 둘 가진 엄마가 주책스럽게 소녀처럼 까르르 웃게 만드는

이 책은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숨어 있던 순정을 끌어올렸던

80년대를 풍미하던 그때 그 시절로 순식간에 거슬러 올라갔다.


와, 생각지 못한 책을 만났다.


엄마도 한때 순정만화에 푹 빠져 살던 때가 있었노라고

큰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면서 흥분의 도가니였다.


작가들의 그림과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얼마 안되는 용돈을 모아 샀던 <댕기>와 <윙크>라는 만화잡지를

매월 사서 모으고,

다 읽으면 단짝이 구독하던 <로망스>와

교환해 읽으며 우린 그 때 그 시절을 순정만화라는

보물같은 책을 공유하며 서로의 우정을 이어 나갔다.


그 기억들을 제대로 소환할 수 있는 추억 회상의 시간이었다.


나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사랑 이야기라 왠지 모를 질투와 위화감만 느껴졌던

소녀 시절과는 달리, 마흔 줄에 만난 주인공들의 모습은 한없이 귀여웠다.

특히 소녀 시절의 나는 <점프트리 A+>의 주인공 유혜진을 좋아하지 않았다.

걸핏하면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라며 울음을 터뜨리고,오빠에게 매달려

징징대며 자신에게 호감을 표하는 남자들을 모두 주변에 놓아둔 채 누구도 선택하지 않는 '어장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너그러워진다.

혜진은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 보이고,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호감을 표시하는데도 선뜻 기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사춘기 소녀의 혼란을 겪은 것 뿐이구나./p99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던 이은혜 작가를 생각하면

지금도 밝은 분위기의 코믹스러움과

인물과의 대면 구조가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는 만화라 좋아한다.


호흡이 가벼우면서도 굉장히 에너지가 넘친다.


<금니는 싫어요>를 연이어 읽고

<블루>로 넘어 갔는데

뭔가 몽환적이고 우울감이 감도는 색감과 감성이

내가 생각했던 이은혜 작가스러움을 파괴했던

놀라운 작품이었기에 그 강렬함이 아직도 오래도록 남아 있다.


월간지를 구매하는 것으로도 모잘라

좋아하는 작가의 만화책을 소장하기란

돈이 없던 학생에겐 참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기에

맘놓고 마음껏 내 책으로 소장해두고

보고 또 보고픈 그런 갈증을 늘 느끼던 책들 중 하나였던 기억이 난다.


호텔 아프리카라, 그곳은 말이야

사랑 때문에 가슴이 벅찬 그런 사람들만이 오는 곳이야

흑인이거나 백인이거나 잘살거나 못살거나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그저 따뜻한 가슴, 그것만이 중요한 그런 곳이야./p128


<윙크> 잡지를 사서 보기 시작하면서

한순간에 푹 빠져버렸던 박희정 작가의 <호텔 아프리카>


만화이지만 굉장히 호흡이 길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찬찬히 들여다보고 한참을 음미해야

마음에 요동침이 솟구치는 오묘한 책이다.


그림도 배경도 전반적인 분위기도 너무 딱 떨어진다 싶을 정도로

나에겐 너무도 완벽한 만화책처럼 여겨졌다.


슬픔이 곳곳에 묻어나고

쓸쓸함과 고독감이 내 기억 속엔 오래도록 남아있다.


오래전 결혼을 하면서 고향을 떠난 에이미가

사랑했던 연인의 사망소식과 유언을 듣고

호텔 아프리카를 찾아와서 받게 되는 30년간 써내려간 편지.


떠난 연인을 향한 애뜻한 그리움과 사랑이

시각 장애를 가진 남자의 편지에서 그대로 담겨있다.


아픈 사랑이라 더 마음을 끙끙거리게 되고

호텔 아프리카에 오기전까진

무거운 마음에 짓눌려 있다가

이내 마주하는 현실에 펑펑 울다가도

따사로운 햇볕을 마주하는 그 곳.


그 곳은 나에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그 신비로움을 함부로 풀기엔 너무 아까운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늘 새로운 이들과의 새로운 관계 안에서

늘 새롭게 시작되는 곳으로 기억된다.


이젠 소년이 어른으로

나이 40이 넘어 다시 만화책을 보고 있노라니

손발이 오그라들까도 싶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그때 느낀 감정들을

그대로 투영되어 다시 비춰진다.


잃어버린 감각들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지나온 세월동안 내 소녀감성은 묻혀있었지

그대로 있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해주는 것 같아 기뻤다.


그리고 반가웠다.


추억이 방울방울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었던

가슴 떨리는 시간을 순정만화라는

너무도 사랑스러운 책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행복하고 따스했다.


제대로 추억 소환에 성공할 수 있어서

엄마가 아닌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고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