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집을 찾습니다 - 142명의 만남 168일의 여행
박도영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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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집을 찾습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박도영
철학을 전공했다. 책으로 읽는 철학과 길 위의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철학 사이의 균형을 잡아 가고 있다. 사적인 글쓰기와 생계형 글쓰기를 겸하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내게 집이 되어준 사람들의 이야기로 책을 쓰게 되었다. 앞으로도 오래 생각과 상상을 구현하고 싶다. 지금은 방송 제작 PD로 일하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잠을 조금 더 좋아한다.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며 포근한 잠이 풍족하길 꿈꾼다. 좋은 사람들과 잘 먹고 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말은 참 쉽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142명의 만남 168일의 여행


가끔 먹는 특식은 나름

쟁겨두었던 최애 음식을 찾아 먹게 되는 때에

풀게 되는 식탐을 만족시키기 좋은 최고의 아이템이다.


자주 먹으면 그 맛이 나질 않는다.


종종 먹는다면 그 또한 갈증 날 정도로 현기증이 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여행 에세이는 정말이지

책읽기의 좋은 특식과도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가끔씩 일상을 벗어나

마음을 유연하게 만들고 복잡한 머릿 속을

비워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눈으로 봐도 좋은 풍경들과

소소한 음식들이 주는 풍미 넘치는 맛과

생생하게 오래 남을 추억 한 컷 한 컷이 설레는 마음 안에 깊이 간직된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만남..

예측하지 못하는 특별함과

낯선 공간이 주는 묘한 기분들이

내 기분을 들뜨게 하는 것 같다.


언제나 여행은 옳다.


그런 여행을 갈 수 없는 지금의 형편 속에서

활자 속에서 맘껏 펼쳐지는 온갖 기분 좋을 상상과

저자의 걸음을 따라가며 함께 호흡하는 정도로

만족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른한 기분이다.


무엇이든 품을 수 있을 것처럼 아득하게 넓은 호수를 나는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폰의 부모님이 이곳에 살게 된 이유도 이 호수 때문이라고 했다.

너른 호수, 숲속의 욕조, 별이 보이는 하늘,

어딘가에 살고자 할때 탐이 날 만한 이유들 같았다.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장소에 '그곳에 살고 싶은 이유'들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 생각했다.

내가 지금 사는 곳에 살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p79-80


집도 사람에 따라 살고 싶어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난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좋아하는 유형이 바뀌고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마트나 병원이 가까우며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도시형의 아파트를 선호했다.


 작년부턴 폰의 부모님처럼 너른 호수나 별이 보이는 하늘 정도는 아니더라도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았을 때의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마음이 간다.


단단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쌓인

앞 동의 외관을 지겹도록 보고 있는 지금은 현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풍경들을 상상만 한다.


숲속에 살고 싶은 건 아니지만,

도시와 그 중간 정도의 절충형으로

만족할만한 그곳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기에

가끔 일상의 몰려드는 피로를

경치 좋은 여행지로 조금씩 해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이들과 소통할 수 있고

친절을 베푼다면 더없이 행복한 일이겠지만

떠나야 할 때에 발걸음을 돌려 나오는 것도 참 번번히 힘든 과제인 것 같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가

물들어 가는 시간을 무시할 수 없기에

그 안에서 마음이 오가는 자연스러움은 그냥 편하게 내버려두고 싶기도 하다.


다시 또 발걸음을 옮기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땐

나 또한 그곳에서 웃고 있을 때니 말이다.


도움이 익숙하지 않은 삶,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했고,

도움을 주는 것에는 인색했던 것이 아니었나,

길 위에서 생애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마주친 낯선 사람들이 내게 건네는

도움들은 마냥 평범하고 당연하던 내 삶의 두꺼운 낯을 조금씩 벗겨냈다.

당연하지 않은 도움들이 나의 인색함을 부끄럽게 만든다./p182


낯선 곳에서 받게 되는 온정은

그 길을 쉼없이 걷게 하는 힘이 될것만 같다.


그런데 자신할 수 없는게

받아들이는 난 굉장히 경직될 것만 같다.


아마도 낯선 환경과 사람들에 나 또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낯을 가리는 나에겐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더 어색할지도 모른다.


뒤돌아보면 굉장히 얼굴 붉어질

불편한 감정을 안고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할 여정들로

마음이 고단할지도 모른다.


남이 돕고자 하는 마음을 좀 더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법을

여행이라는 걸 통해서

더 유연하게 변해갈 수 있는 나를 기대해보기도 한다.


길 위에서 만난 낯선 142명의 사람들..


수많은 도시들을 지나면서

만나는 이들과 함께 주고받은 이야기만으로도

멋진 여행기가 될법한 인생의 멋진 경험들이 참 부럽기만 하다.


그런 열정과 에너지가 더없이 부럽고

무기력한 일상을 다시 끌어올려줄 삶의 현장을

발로 걷고 뛰면서 내 몸으로 느꼈을 시간들이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을 것에 가슴이 뛴다.


카우치서핑으로 버티며 영국을 일주하는 것이

나에겐 다소 무모해보이지만,

때론 정해진 방향없이 그저 흘러가는대로

몸을 맡겨버리는 것이 속 편할지도 모른다.


그런 특별한 시간을 마음으로 그려보지만

그 길 위에 서서 걷지 않으면 늘 한 밤의 꿈인 것을.


지금은 그런 꿈만으로도 만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언젠가 내 몸만한 배낭을 메고서 다리가 버텨줄만큼

걷고 또 걸으며 나를 비워나가는 여행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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