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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 나만 알고 싶은 백수 김봉철 군이 웅크리고 써내려간 이상한 위로
김봉철 지음 / 웨일북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김봉철
오래 놀았다. 아니, 놀았다는 말보다는 집에만 있으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집에 틀어박혀 블로그에 일기를 썼다. 누가 와서 볼까 했는데 점점 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글을 쓰면서도 ‘나는 왜 이런 글을 쓰고 있을까?’ 하는 의문은 끊임없이 있었다. 그 시간들이 모여 책으로 나온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지만 아무 것도 아니지는 않은 시간이었다. 나도. 이 책을 읽을 누군가도.
[예스24 제공]

소외된 사람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의 모습처럼 친근한다.
그렇게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나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누구에게도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고독과 외로움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나는 마음을 닫는다.
감정 같은 것은 쓸모가 없으니 모두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살아서 하는 모든 것에 자신이 없다./p72
마음을 닫고 열쇠까지 채운다.
단단히 채운 문틈으로 나에게 노크 하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애써 외면한다.
이미 나는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기 때문에 일어설 수 없다.
잔뜩 웅크리고 앉아 한참을 고민한다.
스스로에게 왜 이렇게 자신이 없었던가.
나의 쓸모를 생각해본다.
그 쓸모라는 것이 더 나를 틀 안에 넣고
어떤 부연 설명도 필요없는 존재로 만드는 것같다.
어떡해야 할까.
고민의 끝도 별 수 없지만,
결국 그 문을 열고 나오는 건 내 몫이다.
살아갈 조금의 자신을 가지고 한 걸음 내딛는 수밖에..
내가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사는 동안 엄마는 나 대신에 더 나이 드는 건 아닐까?
나는 오늘 미래를 조금 생각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하고 들어와서 반찬에 햄이 없다고 엄마한테 투정을 부릴 테지만,
서로의 입가에 조금씩 미소가 실려 있는 그런 다정한 미래를 생각했다.
마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따뜻한./p192
그렇게 생각 속에 담아두고 영원히 그러하리라고
애써 나를 달려보고자 주위 상황들을 긍정하려 애를 쓸때가 있다.
엄마가 나이 들어 이곳저곳이 아파오고
요즘은 당뇨 합병증으로 발이 너무 아프다고
나에게 하소연하는 걸 그저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이런 현실이 참 마음이 아플 뿐이다.
몸이 자주 아파 누워 계시던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도
내일 도시락 반찬이 걱정이 더 컸던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해보면
그때보다 철이 든 건 맞지만,
지금도 뭔가 크게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철들지 못한
애석함이 마음을 더 무겁게 짓누른다.
'엄마 아프지마...
엄마가 아프면 내 맘이 더 아프잖아.
내 맘이 더 불안해지잖아.
내 맘이 편하지 못해 아무것도 못하겠잖아.'
정말 엄말 위한다면서
결국은 날 위하는 소리 같다.
서로에게 다정한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은 한파 속 매서운 추위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러나 다시 올 봄날의 따뜻한 바람을 가슴에 품고 산다.
그게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희망이니까.
별 다를 바 없는 오늘 하루도
나를 돌보며 살아간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조금 가져보면서
숨을 고르며 살고 있다.
어느 누구의 삶도 쉬운 인생은 없다.
만만치 않지만 살아가고 있다는 것으로
오늘도 수고했노라 말해주고 싶다.
나도 당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