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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어른
BOTA 지음 / 가나출판사 / 2019년 12월
평점 :
헛어른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BOTA
‘BOTA’는 작가명이라기보다는 프로젝트명이다. 회사에서 만난 친구들이 모여 재미있게 함께해볼 프로젝트로 기획한 것이 4컷 웹툰인 [헛어른]의 연재였다. 큰 기대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냈을 뿐인데 첫 에피소드부터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고, ‘공감 웹툰’, ‘힐링 웹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 2회씩 2년을 연재하다 보니 어느새 200회를 채워 결국 이렇게 책으로도 출간하게 되었다. 지인들이 물어보면 이 책에서 좋은 건 전부 내가 했고 별로인 건 다른 친구가 했다고 말할 생각이다.
[헛어른]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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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hudult
[예스24 제공]
십대, 이십대, 삼십대를 지나
이젠 제법 어른이 된 듯한 사십에 와서도 뭔가 자신할 수 없다.
내가 정말 어른답게 살아가는지 말이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만 가는데
나이만큼이나 어른다움이란 걸 제대로 뽐내고 있는지 말이다.
충분히 멋진 나이이지만 여전히 어설프다.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았던 젊은 2,30대를 지나
지금은 젊다라고 하기엔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헛어른...
그건 내 이야기같기도 하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한 살 한 살 나이가 늘어날수록
한계도 겁도 많아지는 나를 본다.
누군가의 말처럼 내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젊은 날일 텐데,
자꾸 과거의 나이를 그리워하며
지금의 나이를 탓하고 있다.
나이를 핑계로 나 자신을 가두고 있다./p35
내 나이에 안어울리는 옷들이 많아지고
아무리 좋은 걸 얼굴에 발라도 화장이 잘 먹지 않는 피부..
어떻게 나를 가꾸고 나를 받아들여야 할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40이면 제법 멋지고 그럴싸할 줄 알았는데..
거울을 보면 내가 낯설다.
생각보다 멋스럽지 않게 늙어가는 것 같아 자책하게 된다.
몸의 변화도 마음의 변화도 움츠러 들어가는 나이 듦..
이젠 겁도 많아진다.
뭔가 시작하고 배우고픈 열정은 큰데
잘해나갈 자신도 움츠러드는 게 싫다.
여전히 핑계는 많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는게 많아진다.
내 한계 속에 날 가둬두면서 서러움에 한숨 짓지 말것을
스스로 또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본다.
매번 아침잠 앞에서 어이없이 무너지는 나에겐
학원에 다니거나 운동을 하면서
아침의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그저 존경스럽고 부러울 뿐이다.
부디 내일 아침은 잠에 무너지지 않아서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할 여유를 누릴 수 있기를.../p139
나이들어 더 부지런히 살아가야함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여전히 아침에 가뿐히 일어나질 못한다.
물먹은 솜마냥 푹 퍼진 몸을 일으키는게 정말이지 힘이든다.
아침형 인간을 꿈꾸며 새벽 일찍 일어나 부지런을 떨어보지만
과부하에 걸려 하루종일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집중이 흐려진다.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억지스럽게 입으려하다가
이런 낭패를 맛보며 내 처지를 안쓰럽게 여긴다.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삶에 부족한 없는 일들을 해내고 있고,
금방 방전되는 체력을 살살 달래가면서
에너지를 나눠 쪼개서 잘 쓰고 있는 나를 다독여본다.
아침 잠에 무너지더라도
아침에 여유있는 차 한잔의 호사를 부려보는 것으로 눈치보고 싶지 않다.
여전히 어른이라고 보기엔 헛점 투성이지만.
이런 나라도 좋다.
각기 어른다움을 가지고 있어서 나라는 존재가 더 특별해진다.
서툰 나로도 충분히 매력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