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이 엉키지 않았으면 몰랐을 - 엄마의 잃어버린 시간 찾기
은수 지음 / 이비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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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이 엉키지 않았으면 몰랐을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은수

갱년기가 목전인 자칭 타칭 ‘위기의 엄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서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섰지만 번번이 좌절하면서 우울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여기에 아이에게 사춘기가 오면서 가정의 혼란이 심해졌다. 한때는 학교 성적, 영어 점수 그 어떤 것도 없이 ‘글재주’ 하나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공기관에 취업해 커리어를 쌓으며 잘 나갔었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곳으로 와서 아이 둘을 키우기 시작했다. 틈틈이 기간제 교사, 독서논술 강사, 출판사 직원, 자유기고가 등 육아와 살림을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워킹맘으로 10여 년을 지냈다. 지금은 독서 모임, 책 읽기와 글쓰기, 봉사활동 등을 통해 마음을 수련하고 자신과 화해하며 점차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고 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과 국어교육학을 공부했다.

어떤 세계에 확실히 속하지 못한 채 늘 주변을 맴돌며 살았다. 하지만 경계에 선 덕분에 관찰자로서 많은 것을 기록하고 그러다가 가끔은 누군가 좋은 문장이라고 기억해주는 글도 썼다. 지금은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경계에서 사춘기 아이를 키우며 엄마의 삶의 풍경을 기록 중이다. 사춘기 엄마 에세이 『엄마가 필요해』를 출간한 이후 본격적으로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으며 다양한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한편으로 ‘엄마의 힐링독서 그리고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수업을 수차례 진행했다. 수업을 마친 엄마 수강생들이 공동문집을 발간하도록 도왔던 일이 최근에 가장 따뜻한 기억이다. 자신이 읽고 쓰며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듯이 누군가에게 책 『스텝이 엉키지 않았으면 몰랐을』이 그 역할을 하기를 소망한다.

인스타 instagram.com/yjk1789

[예스24 제공] 







엄마의 잃어버린 시간 찾기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낙담해서 쌓아 놓은 원고와 틈틈이 적은 메모를 서랍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다.

애들 키우느라 시간도 없고 글을 쓸 '자기만의 방'조차 없어.

글을 쓰지 말아야 할 이유가 끝도 없이 떠올랐다.

수시로 두드리던 키보드를 멀리한 채 하루하루가 지났다.

그런데 안 쓰고 있자니 자꾸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다./p102


  엄마로 나로 살아가는 그 경계에서 늘 흔들린다.


어느 것 하나 온전히 야무지게 하는 구석이 없던터라

더 아쉽고 더 갈증이 난다.


틈틈히 끄적거리며 쓰는 종위 위의 글들을

나혼자만 몰래 적고 읽으며

소소한 만족을 지나 나로써 일어서는 힘을

책과 글쓰기에서 얻고 있다.


좋은 자양분이 나를 더 나답게

엄마로써도 살아갈 균형을 찾게 만들어준다.


여전히 책에 목마르다.


이젠 제법 나만의 책상에서 키보드 두드리며 글도 써보고

맘 편히 책 볼 여유도 생겨나면서

더 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어 행복하다.


누적되어 가는 시간만큼이나

더 야물어가는 나로 성숙하길 바래본다.


엄마에게 자꾸 신성한 올가미를 씌우는 한, 엄마가 한 사람으로서 지니는 소망과 고뇌가 드러나기 어렵고

성찰과 치유로 이어지기도 힘들다.

그 과정이 부모에게 새로운 인간적 성숙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업주부와 워킹맘'이라는 낡은 구도 안에서 전업주부는 이래서 부족하고,

워킹맘은 이래서 안 된다는 논리에 묻혀 '엄마도 사람이다'라는 지당한 명제가 힘을 잃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p207



이젠 스스로가 갇혀 있는 틀 안에서

나를 자꾸 비교 평가 절하하려 하지 않는다.


남는 것 자기 비하로 돌아와 더 나를 아프게 찌를 뿐이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아이를 양육하는 양육자로

나를 돌봐야 할 흔들리는 자아로

오늘도 평균대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


전업주부의 삶이 무료하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한 때가 있긴 했지만

자기 발전적이지 못한 한심한 여성으로써의 삶으로 비하하지 말것은

주부의 삶이 그리 녹록치 않기에

아이 둘을 지금껏 잘 키워오고 있다란

가치를 스스로 키워나갈 힘을 더 길러가고 싶다.


안그러면 더 내가 초라해질테니까.


부족하다 못한다 하면서도 여태까지 잘 해오고 있다.


평균 점수를 웃돌진 못해도 이정도면 괜찮다라고 스스로 합격점을 주면서

엄마의 자리에 있는 나를 토닥여주고 싶다.


여자로서 나로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더 방황하는 마음을 난 책 속에 안착한다.


그 안에서 답을 찾아가고 내가 걸어갈 앞으로의 길들을

또렷히 바라볼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시원하게 뚫려 있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답답한 삶에 속내들을 훌훌 날려버리며

오늘도 내일도 무탈한 하루에 감사하며 내 삶을 살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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