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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전선영 지음 / 꿈의지도 / 2019년 6월
평점 :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전선영
세상으로 나가기에 ‘아직 뭔가 준비가 덜 된 느낌’ 때문에 대학에서만 11년 반을 공부했다. 그동안 학사 학위 하나, 석사 학위 둘, 박사 학위 하나를 포켓몬처럼 수집했다. 졸업을 하면서 비로소 ‘완벽하게 준비가 되는 때란 건 결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아, 이거 정말 답이 없구만’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블로그에 일기를 썼다. ‘설마 누가 읽겠어?’라는 마음으로 썼는데, 사람들이 하나둘 와서 읽고 친구가 되어주었다. 졸업 후 현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의과대학 소속의 연구원이자 통계 분석가로 살고 있다. 여전히 삶에 답이 없다고 느껴질 때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다. ‘누군가는 읽고 보겠지’라는 생각으로 올리면, 누군가는 꼭 와서 읽고, 보고, 친구가 되어 준다. 덕분에 해답을 찾는 기쁨만큼 문제를 나누는 기쁨도 크다는 걸 배우는 중이다.
네이버 블로그: 돌돌콩의 [흐린 뒤 맑음] clorine.blog.me
유튜브: youtube.com/c/DolDolKong
인스타그램: @sunnyyjeon
[예스24 제공]


흐림과 맑음이 반복되는 요즘,
내 마음도 그 모습을 닮았다.
오늘의 날씨도 당장 몇 시간 뒤의 예측을 뒤엎을 때도 많기에
내일은 더 불투명한 삶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분명한 건 흐린 뒤는 맑음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잔뜩 찌뿌린 날씨가 마음까지 우울하게 만드는 건
그냥 날씨만의 문제가 아닐테지만..
삶은 결코 행복했던 날만을 기억하지 않는다.
때로는 행복만큼 아픔도 깊이 기록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짧은 순간의 좌절과 맘고생들은 결국 휘발되고,
생장하려 숨쉬고 몸을 뻗었던 눈물겨운 노력들이 남아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내는 모양이었다./p168-169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나날은
온몸으로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엄청난 통증을 견뎌내는 시간과도 같다.
애써 침착하기 힘들고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이 더 나를 세울 수 없는
무기력에 빠져서 깊은 수렁에 빠질 그때를
난 그리 현명하게 보내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지금도 힘든 일을 껴안고
버둥거리면서 하루를 버틸 뿐이란 심정으로 매달리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선명히 깨닫게 되는 것들..
그 시간이 지나봐야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을
지금 깨닫고 보고 싶다.
그러나 충분히 아파하고 고생해봐야 하는
기막힌 시간들을 보내야 찾아오는 보상인지
아니면 하나의 깨달음을 얻기 위한 몸부림인지를
도통 분간하기 힘든 지금의 시간은 그저 괴롭기만 하다.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이 시간들을
좀 더 현명하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화려한 꽃을 피워올린 사람들과 나를 수평 비교하고
자괴감에 빠지곤 했던 20대.
"모든 꽃은 다 다르게 아름답다!"
라고 억지로 자기 위로를 했던 그 시간도 지나갔다.
"그래, 내 꽃은 할미꽃 같다 어쩔래?"라고,
없는 베짱 부려보던 30대의 첫 몇 해도 갈무리가 되는 것 같다.
내게 주어진 삶에 그저 매일 충실하겠다는 마음, 매일을 살아간다는 것이 축복이라는 믿음은,
서른 셋이 되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받은 큰 선물 같다./p224
나이가 들면서 바라보는 삶의 시선들이 달라진다.
젊음을 다시 되찾고자하는 마음보다도
하루를 버틸 정도의 체력을 떠안고서도
지는 해를 바라보며 눈물 지을 수 있는
작은 행복에 만족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앞으로 더 늘어갈 주름과 잃어가는 탄력,
푸석해지는 머릿결과 흰머리를 장착하고서
노화를 받아들이며 없는 체력을 겨우 끌어써가며
하루 하루를 살아갈 것에 힘겨워도 보이지만,
이전보다는 요동치지 않는 마음의 중심이
더 무거워질 수 있다면 앞으로 닥칠 삶의 어려움들을
더 단단히 이겨나갈 힘이 될거란 생각에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고 싶진 않다.
펜을 들어 내 삶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작은 영감을 심어줄 수 있는
내 인생의 스토리가 선물이 되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저 맘편히 좋은 책을 읽으며
내 삶에 빗대어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에 감사하다.
이 책이 나에겐 앞으로의 삶에
반복될 흐림과 맑음을 더 기대해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