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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벗고 주무시죠 - 위장 질환이 당신 지갑을 발가벗기기 전에
박창선 지음 / 웨일북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기분 벗고 주무시죠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박창선
글과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콘텐츠를 만드는 1인 기업,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aftermoment.kr)의 대표다. 2017년 7월 시작한 카카오 브런치(https://brunch.co.kr/@roysday)에 ‘디테일이 소름 돋는 현실 브랜딩 이야기’를 연재하며 8개월 만에 230만 뷰를 기록했고, 2018년 5월 현재 8134명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알쏭달쏭 클라이언트를 위한 용어 정리’를 시작으로 ‘직장인들의 넵병 분석’ ‘신입 사원들을 위한 50가지 현실 조언’ 등이 연일 화제에 오르며 취준생부터 실무자까지 고른 팬층을 확보하여, 2017년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 금상을 수상하는 데 힘을 보탰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매일 일어날 법한 곤란하고 애매한 주제를 통쾌하게 정리하는 그의 글발을 보고 그를 ‘어디’ 출신이라고 짐작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그는 알 만하거나 그럴듯한 배경보다 끝내주는 현장 경험을 ‘빽’으로 삼은 ‘비전공 디자이너’로 업계에 발을 디뎠다. 판매직 사원에서부터 공사장 인부, 콜센터 상담원, 영업 사원, 영어 강사, 전시 디자이너, 청소년센터 프로그램 기획자에 이르기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을 만큼 다양한 직업을 거쳐 어깨너머 배운 디자인을 밥벌이로 삼은 그는 오늘도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자신의 ‘삽질’을 많은 독자와 나누며 자신만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예스24 제공]


이불밖의 불안들 속에서
나를 지켜내는 건강한 삶의 방법들을
찾아가고자 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세상엔 정성 들인 것들이 많아요.
손으로 눌러쓴 편지도 그렇고, 정성스레 기른 식물도 그렇고,
어린 시절 유행했던 종이학과 학알 천 개도 그렇고,
날마다 꾸준히 쓴 일기도 그렇고, 당신의 입에 떠먹여주는 음식도 그렇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어렵게 내뱉은 말도 그래요./p47
죽을 끓이는 건 정성과 시간을 필요로한다.
모든 요리가 그렇겠지만 죽은 더더욱 그 맘이 더
깊게 녹아든다.
웬지 모르겠지만, 아픈 엄마를 위해
죽을 만들던 애달픈 마음이 오랫동안 기억이 되서
아플 때면 항상 죽을 끓인다.
지금은 내가 아프면 누가 끓여줄 이가 옆에 없어서
스스로 아픈 몸을 일으켜 죽을 끓인다.
천천히 죽을 저어가는 그 시간이
오랜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정성을 들이는 것이 죽을 끓이는 것만 아니라
식물을 키우는 것에도 편지를 쓰는 것에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도 시간을 들여서라도 소중한 것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들을 찾아서 하고자 의식하기도 한다.
뭔가 나이가 들면서 이런 것에
애를 쓰는 것이 속도는 느리지만 천천히 삶을 살아가는 맛이라는 것에
더 참 의미를 느낀다.
모두의 속도에도 천천함 속에서
더 깊은 맛이 나는 삶으로 색이 짙어지길 바란다.
평지가 편하긴 하지만 한 가지 자세로 아무 굴곡도 없는 길을 걷다 보면
가장 연약한 곳부터 무너지기 시작해요.
그렇게 생긴 백 원 크기의 물집은 우리를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게 만들죠.
엄청난 고통을 주면서 말이에요.
산길을 탈 때는 온몸의 힘을 써야 해요.
균형을 잡고 오르막 내리막을 견뎌야 하니 허리, 무릎, 발목, 목, 팔과 다리 근육을 모두 쓰게 되죠.
다음 날이 되면 온몸이 뻐근하고 아프지만, 다시 걸을 수 있어요.
삶에는 평지와 산길이 적당히 필요한 것 같아요.
계속, 오래, 잘 걷기 위해서 말이죠./p198-199
삶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내가 걷기 좋은 평지만 있다면 참 좋게 느껴지지만
오히려 적당한 근육을 키우기엔 부족하다란 한계점에 이를 때면
때마침 내리막과 오르막을 마주한다.
몸이 뻐근할 정도로 아픈 몸을 이끌고도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자 사명과도 같다.
뭔가 굴곡 없는 인생을 살면
내성이 약해 금방 감기에 잘 걸리는
약한 체질로 변해가는 나를 발견하기 마련이다.
인생이 다이나믹한 것도 괴롭긴하지만
적당히라는 무미건조함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내 길을 그냥 묵묵히 걷는 인내의 시간만이
나의 내면을 길러줄 힘이 된다란 생각이 든다.
오래도록 잘 걷기 위해
지금 내 길을 걷고 또 걸을 뿐이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 속에 살지만
살아갈 맛이 나는 인생살이에 더 힘내보려한다.
그리고 발벗고 기분 벗고
오늘은 편히 잘 수 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