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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박애희
감동하는 순간이 좋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다가
가슴 일렁이는 순간과 마주할 때면, 막막한 물음표 같은 인생에서 보물 지도 하나를 건져 올린 기분이 들었다. 마음에 작은 물결이 이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산다는 일을 조금 더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의 마음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쓰고 싶어 방송 작가가 되었다. 2년 동안, TV 교양국에서 프로그램 구성하는 일을 배우고 원고를 썼고, 10년 넘게, MBC와 KBS에서 라디오 작가로 활동했다. 방송 작가 13년 차가 되었을 때, 매일 같은 시각, 딸의 오프닝을 듣던 엄마가 떠났다. 이별의 경험은 인생에 상흔을 남겼지만, 사랑하고 사랑받던 기억이 상실과 함께 살아가며 다시 시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기쁨보다 아픔, 높은 곳보다 낮은 곳, 강한 것보다 약한 것, 눈부신 것보다 스러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앞으로도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계속해서 글을 쓸 작정이다. 지은 책으로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포북), 《사랑한다면 그들처럼》(서해문집)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엄마, 잘 지내지?"
오늘도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한다.
항상 별일없다는 얘기로 나를 안심시키지만
하루 하루가 다르게 엄마는 수척하다.
엄마의 건강이 걱정인 요즘은
더 그 전화의 텀이 짧아진다.
엄마가 된 지금에야 나는 헤아린다.
떨어지기 싫다며 서럽게 우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밀어 넣으면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한시도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나를 느끼면서,
혼나서 펑펑 울고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내 품을 파고 들어 안기는 아이를 안으면서 깨닫는다.
항상 함께하며 품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던 엄마의 마음을......
뒷북치는 게 특기인 딸은 오늘도 엄마 사진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p165
엄마가 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많다.
여전히 엄마 눈에는 아이를 낳아도 똑같이 철없는 딸로 보여지는 나이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과 시선이 사뭇 다르다.
내 품에 있는 자녀들을 떠나보게 되는 마음은
정말이지 가슴이 찢어진다.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서
집에서 아무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온갖 걱정들이 머리 속에 가득해서
설거지도 빨래도 못하고
하염없이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전화기만 붙들고 마음만 졸이고 있는다.
맘편히 있을 수 없었던 엄마의 마음이 이랬다.
엄마는 더 많은 것들에 대해서
가슴 조리며 나를 키워왔을 걸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뿐이다.
지금도 아이 둘 낳고 사는 딸을 보면
걱정을 안하셔도 될 일도
엄마는 걱정을 사서 한다며 핀잔을 주지만
실제로 나도 별다른 바 없는 엄마가 될거 같아 말하면서도 머쓱해진다.
하나 둘 엄마가 되어가면서 내 엄마를 이해하는 시간들을 마주하며
내가 더 성장하는 시간이란 걸 분명 깨닫게 된다.
엄마와 내가 나눌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오며 조금은 서러웠고 때로는 외로웠다.
하지만 나는 하나씩 배워 나가고 있는 것도 같다.
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칭찬과 보살핌을 바라며 응석을 부리던 아이의 마음을 보내고,
누군가 없이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키는 법을 다시 한번 깨우치는 일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나는 홀로서기의 시간을 통해, 어른다운 어른으로,
한 사람의 엄마로, 오늘도 성장하는 중이다./p243
친정엄마의 눈물이 떠오른다.
아이처럼 울던 눈물...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말이 없으셨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인생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엄마의 모습에
같이 마음이 아팠다.
딸로써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그냥 같이 울었다.
세상에 고아가 된 자신을 서러워하던 엄마는
한동안 깊은 슬픔 속에 빠져 사셨다.
지금도 문득 할머니가 보고파서 산소를 찾는다.
엄마도 아닌 딸의 모습으로 할머니를 찾아갈때면
엄마는 마냥 어린 막내딸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런 경험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너무도 고통스럽고 너무도 가슴이 아플 것 같다.
말로도 글로도 표현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엄마를 잃은 상실감 속에서
나도 아파할 것에 괜시리 울쩍해진다.
요즘들어 부쩍 아픈 곳이 많아지는 엄마를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솟구친다.
아무것도 안해줘도 좋으니 평생 내곁에만 있어주면 좋겠는데
엄마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더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하루 하루가 다르다며
몸이 아파 누워있는 날이 많은 엄마를 보면 마음이 아파온다.
아직은 홀로서기가 감당할 수 없는 나이기에
엄마가 그저 내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복잡한 마음으로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한다.
수화기로 전해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다른 때보다도
더 포근하게 들리는 건 왜일까.
오래도록 함께 머물러만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