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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무탈한 오늘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문지안
가구공방 애프터문의 디렉터.
스물두 살, 대학에서 퇴학당하고 삶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두해 후 서울대에 입학해 새로운 걸음을 떼려는 순간 암에 걸렸음을 알게 되었다. 큰 수술 후 불필요한 세포들과의 이별을 기다리는 동안 갈 곳 없는 토끼와 함께 지내며 안온한 일상의 의미를 알아갔다. 전공 수업에서 마주한 실험동물들이 자신의 토끼와 같은 모습임을 보아버린 뒤, 사는 일이 전과 같지 않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들로 여러 차례 멈춰 선 후, 말하지 않는 존재들과 함께하는 안온한 일상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는 가구 공방 애프터문을 운영하며, 여섯 마리의 개와 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모든 삶이 힘겹지만
그래도 살만한 건
기대어 살아가며 함께 할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 속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오늘도 괜찮은 하루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동물과 함께 산다는 일은
그 단면을 언젠가 마주하게 된다는 예측 가능한 슬픔을
조그만 안주머니에 넣어둔 채
애써 꺼내 보지 않으려 하는 마음을 전제한다.
언젠가 우리가 헤어진다면 서로를 잃어버리는 식이 아니라
나만 너를 잃는 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에
닿아있는 이 여린 시간의 줄을 조금 더 길게,
부디 조금만 더 길게./p109
그런 이별은 나에게도 경험치 않고 싶은
가장 어려운 과제이다.
받아들여야 할 문제이기도 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조차도 괴롭다.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은 고통과 비통함..
남은 자가 감당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애써 지우고 싶은 기억처럼
그 순간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수명이 짧은 동물과 함께 산다는 건
이를 애써 담대히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날까지 함께 하는 순간을
더 애써 추억하고 담고자 더 마음을 쏟을 것 같다.
그 시간을 더 길게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아픈 헤어짐을 받아들여야 할 때
난 어떤 모습일지 감히 상상하기도 힘겹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룸메이트든,
아이든 강아지든, 고양이든 토끼든,
그런 이유로 같이 산다고 말할 일은 없겠지만
얼음장 위에 혼자 서 있는 듯 외로운 날에는
그보다 더한 위안을 주는 것이 없다.
체온을 가진 존재의 힘은
묵직하고 온전하다./p167
나에게 온기를 더할 수 있는 존재가 주는 위안이 크다.
우리가 삶에 함께 뒤엉켜 사는 이들과
체온을 나누며 산다는 것이 참 정겹기도 하다.
싸늘하게 혼자서 자신의 체온 유지를 위해
온갖 것들로 나를 불지피고자 하는 애씀보다
무언가 기대어 온기를 나누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더 인간적이고 더 완전해지는 것 같다.
오늘도 나와 나눌 체온이 있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하루이다.
그렇게 오늘도 무사히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일도 무탈한 하루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