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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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실로 가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도리스 레싱

작가 도리스 레싱은 현대의 사상·제도·관습·이념 속에 담긴 편견과 위선을 냉철한 비판 정신과 지적인 문체로 파헤쳐 문명의 부조리성을 규명함으로써 사회성 짙은 작품세계를 보여준 영국의 여성 소설가이자 산문 작가이다.

본명은 도리스 메이 테일러(Doris May Tayler)이다. 1919년 이란의 케르만샤에서 태어났다. 레싱의 가족은 1925년, 영국 식민지인 남부 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로 이사해 옥수수농장을 했다. 가족이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으나, 레싱은 로마 가톨릭의 여학교를 다녔다. 15살 이후는 학교를 떠나 독학을 했다. 이런 어렵고 고된 유년기에도 불구하고, 레싱의 작품에서 그려진 영국령 아프리카의 삶은 식민지 영국인의 메마른 삶과 원주민의 어려운 삶에 대한 연민으로 채워져 있다. 열네 살 이후부터 어떤 제도 교육도 거부한 독특한 이력은 기성의 가치 체계 비판이라는 그녀의 작가 정신과 태도의 일관성을 잘 보여준다.

영국인으로서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로디지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특히 인종차별 문제, 여성의 권리 회복 문제, 이념 간의 갈등 문제 등에 깊이 천착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정치 의식과 사회비판 의식은 전통과 권위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어리석음, 반가치 등의 집단 폭력으로부터 인간 개인의 개성적인 삶과 사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첫 소설인 《풀잎은 노래한다》(The Grass Is Singing)는 1950년 런던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그녀는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11번째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으며, 당시 88세로 역대 수상자 중 최고령의 기록을 세웠다. 이 외에도 서머싯 몸 상(1956), 메디치 상(1976), 유럽 문학상(1982), 아스투리아스 왕세자 상(2001) 등을 수상했다. 유명한 작품으로 『폭력의 아이들』 시리즈, 『황금노트북』, 『생존자의 회고록』, 『다섯번째 아이』, 『런던 스케치』 등이 있다.

그녀는 두 차례 결혼하고 두 차례 이혼했으며, 세 명의 자녀를 두었다. 찰스 위즈덤(Chales Wisdom)과의 첫 결혼 생활은 1939년부터 1943년까지 이어졌다. 후에 동독의 우간다 대사를 지내기도 한 고트프리트 레싱(Gottfried Lessing)과의 결혼 생활은 1945년부터 1949년까지 이어졌다. 1999년 영국 정부로부터 CH훈장을 받았으나 DBE 작위는 고사하였다. 2013년 11월 17일 향년 94세, 노환으로 별세했다.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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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 작품을 처음으로 접했다.


차가운 침묵이 흐르고 무거운 적막 속에서

더 깊은 숨소리가 잘 들리는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몰입이 가능했다.


묘하게 스토리 안에 빠져들수록

그 쓸쓸함과 고독 속에서 나도 함께 걷고 있었다.


이 책은 단편집으로 여러 작품이 실려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의 제목인 '19호실로 가다'가 가장 인상 깊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나역시

숨겨두었던 외로움과 쓸쓸함 속에서

같은 생각과

그저 평범한 가정인 듯 보이나

그 안에서 상실되어 가는 나를 발견하면서

느껴지는 여러 감정들이 교차한다.


19호실은 은밀한 자신만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처절한 몸부림 속에서

울부짖는 자신만의 쉼터였다.



방학이 또 다가왔다. 이번에는 거의 두 달이나 되는 방학이었다.

수전은 의식적으로 차분하고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느라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욕실 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앉아서,

욕조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아니면 평소에 비어 있는 여분의 방으로 올라갈 때도 있었다.

그녀가 거기에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엄마"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도

그녀는 죄책감을 느끼며 침묵을 지켰다.

혼자서 정원 끝까지 갈 때도 있었다.

거기서 그녀는 천천히 흘러가는 갈색 강을 바라보았다.

강물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존재 속으로,

혈관 속으로 강을 받아들였다./p296


너무도 의연하게 지내는 평범한 엄마노릇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 안으로 들어가면 엄마가 아닌 나로 살아가고픈

숨겨진 욕망 속에서 더 나를 숨기며 살아가기 바빴다.


주변에선 아무렇지 않아보이지만

내 안에선 엄청난 전쟁이 일어나는 것처럼

자책감과 괴리감 속에서 괴로워한다.


단순히 우울증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지극히 당연해보임직한 엄마의 책임감과

나에 대한 상실..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을 그녀는

그렇게 엄마로 살아가는 것이 현실과 이상 속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자유를 원하지만 현실적인 위치 속에서

또한 충실하게 살아가야 했던 그녀만의 고충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어두운 침묵 속으로 꿈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은 깊은 우울함은

나에게도 무거운 마음으로 남는다.


깊은 탄식과 안타까움이 교차되면서

끝까지 엄마로서 아내로서 살아가고 싶었던 마음이

그녀의 마지막까지도 발목을 붙잡고 있음에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자 했던 마음을

어디에 둘지 모르고 외롭고 괴로워했던 그녀를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자

외로움 속에서 처절하게 울부짓는 여성들의 모습이기에

더욱 가슴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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