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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6월
평점 :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이나가키 에미코
전 아사히신문 기자. 아프로헤어를 한 자유인. 솔직한 인품과 따뜻한 유머가 녹아 있는 글들로, 기자 시절부터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시작된 ‘개인적 차원의 탈원전 생활’이 현재까지 이유 있는 ‘전방위 미니멀 라이프’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1월 아사히신문사를 퇴사한 후, 『퇴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를 출간해, 일본과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역자 : 김미형
전문번역가. 제주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업. 일본 주오대학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곧, 주말』 『벚꽃이 피었다』 『퇴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요리와 나는 늘 함께 하는 삶과도 같다.
하루에 세끼가 아닌 다섯끼 정도의 식사를 챙긴다.
일찍 출근하는 남편의 아침밥을 먼저 준비하며
학교가는 딸아이 밥을 챙기고
유치원 가는 아이의 밥을 챙기며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 시간은 이렇듯 늘 분주하다.
요리는 내 일과와도 같기에 늘 특별할 것도 없는
너무도 당연한 내 일처럼
주방이 가장 편안한 나만의 장소이자
내 홈그라운드 같은 포근한 곳이다.
이 책은 단순히 먹는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뭔가 배부른 한끼 식사를 준비하는 듯하지만
저자의 삶이 녹아져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에
나도 모르게 녹아들면서 이야기에 빠져든다.
먹는 이야기가 뭐가 특별하겠냐 싶지만,
나에겐 굉장히 특별하고 그럴싸한 생각들로
먹고 사는 삶에 대한 깊은 세계가 주는 풍요로움이 참 좋다.
가장 힘들 때 날 위한 한끼를 정성껏 대접 받듯이
먹는 식사가 나에겐 그 어떤 말보다도 깊은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사실 나 혼자 먹자고 근사하게 차려놓고 먹은 적이 없다.
늘 해놓은 반찬거리에 밥 한그릇 떠서
남은 잔반 처리 마냥 모양새 없는 식사로
늘 점심식사는 혼자서 그렇게 간단히 떼우게 될 때가 많다.
지금까지내가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 추구했던 건 소박하고 재미없고
당연히 있어야 할 맨밥과 국 따위가 아니다.
반짝 반짝 빛나는, '전 세계의 맛있는 반찬들'이었다.
그걸 위해 결코 적지 않은 열정을 바쳐왔다.
지금까지 난 대체 어떤 삶을 산 것일까. /p29
단순히 밥과 따뜻한 국이 주는 소박한 맛이
거추장스러웠던 인생의 복잡한 세계를 아주 단순히 정의 내려주는 듯하다.
나 또한 간결하거나 소박하지 삶보다도
화려하면서도 풍족한 삶을 동경해왔다.
끼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것이 어떤 유익이 있냐는 것이다.
비싼 뷔페를 가서 배부르게 먹고 나오지만,
내가 뭘 먹었는지조차 배부름에 잊혀지고
차라리 한끼 따뜻하게 차려진 밥이랑 국이라도 충분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너무도 허무한 생각들이 오갈 때가 있다.
지불한 돈에 비해서를 따지기보다도
그렇게 먹고 싶었던 다양한 음식을 한꺼번에
내 입속으로 넣었지만 뭔가 꽉 찬 만족감은 배만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막상 먹어보면 그 또한 별거 아니였노라고..
오히려 열망으로만 남겨두었던 메뉴였을 때가 더 설레였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과 돈을 지불한 댓가만큼
만족지 못한 소비에 또한번 후회할 때가 많기에
내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까지 그런 것들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스테이크의 강렬한 맛, 과자의 매혹적인 단맛,
그런 것들만 맛보고 싶고,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때에는 이런 내밀한 맛이 내 의식 속으로 비집고 들어올 틈이나 계기가 없었다.
커다란 행복은 작은 행복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진실은, 작은 행복 속에 무한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p77
난 밥의 단맛을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몇 번 씹지 않고 넘겨버린다.
밥에 콩을 넣고, 팥을 넣고, 맨밥을 지어 먹어도
밥은 밥일 뿐이란 생각에 별다를 것없는 그저 평범한 맛에 지나치지 않는다 생각했다.
왜냐하면 너무도 강렬하고 맛난 음식들이
풍요롭게 널린 주변만 둘러보면
내가 먹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강한 애착과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지고 있는 내 감각들이
그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밥의 단맛을 느낄 정도로
오래도록 꼭꼭 씹어서 넘기는 수고로움을 난 맛보지 못했다.
그리고 밥에 집중해 본적이 거의 없다.
그렇게 밥 하나에서도 작은 행복을 논하는 걸 보면
내가 참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간다란 걸 알게 된다.
우린 너무 큰 행복에만 집착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지천에 널린 내 안의 작은 행복들을 찾아보려 애쓰지 않고
크나 큰 행복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애쓴다.
그런 애씀과 수고로움보다도 그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주는
소소한 행복들이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걸
새삼 이 책을 보며 깨닫게 된다.
오늘 저녁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밥을 먹으며
밥의 따스한 온기와 단맛을
제대로 한번 느껴보고자 한다.
그렇게 작은 행복들이 내 안에 채워지면서
좀 더 가벼워진 마음들로 내 삶을 알차게 채워나갈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