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시간 - 마지막 드래곤 에린의 모험 책 읽는 샤미 10
남세오 지음, 김찬호 그림 / 이지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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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판타지를 즐깁니다. 판타지에 담긴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신화적 요소, 예상하기 힘든 전개 그리고 교훈들은 판타지의 매력을 담아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판타지가 계속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꿈과 희망을 여전히 자극하기 때문 아닐까요? 또다른 세계와 또다른 존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그려지는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상상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간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이 책에는 에린이라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한 드래곤이 등장합니다. 드래곤은 생물이라고 하기엔 자연 상태에서 필적할만한 적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의 법칙에 가까운 존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강력한 힘도 가지고 있죠.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도 있고 불을 뿜어서 적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인간은 수명이 매우 짧고, 자연 상태에서는 연약합니다. 드래곤들은 그런 인간들을 관심 밖의 존재 정도로 여기며 세상의 진정한 지배자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드래곤인 에린은 에른켈 왕국의 국왕이 된 10살 남짓의 이도를 만나게 됩니다. 에른켈 왕국은 이웃 나라 차모르의 침략을 받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에린은 인간사에 개입하여 위기에 처한 이도를 구출해내고 결국 차모르를 물리치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에린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배워가게 되죠.



"인간은 드래곤보다 약하지만 드래곤보다 용감할 수는 있다고."


"인간은 어차피 죽어, 고작해야 백 년을 살지. 영원히 살 수 있는 드래곤과는 달라. 그러니 인간은 자신이 죽은 이후의 세상도 고민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셨어. 어떻게 사느냐만큼이나 이떻게 죽느냐도 중요하다고."


인간의 신체와 문화와 감정을 가지지 않은 드래곤이 이해하기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에린은 자신의 위험을 무릎쓰고 친구를 구할 수 있는 힘, 인간이 가진 용기, 우정과 사랑을 배워가고 있었습니다. 단독자로 살아가는 드래곤은 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을 말이죠.

 

시간은 그 사이 수백년이 흘러 이도는 죽고 드래곤인 에린은 여전히 살아서 이도와 닮은 처지의 유진이라는 아이를 만납니다. 그리고 유진을 통해서 다시 인간이라는 존재를 배워나가죠. 그리고 인간의 거의 유일한 강점, 책을 통해 지식을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하며 인간의 문명은 강력해 집니다. 드래곤들이 만만하게 보던 약한 존재가 더이상 아니었습니다. 인간은 최첨단의 기술로 드래곤의 공격 능력보다 뛰어난 전투기를 만들고 핵무기까지 개발하여 드래곤과 이웃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전쟁을 막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전쟁이 일어납니다. 그 과정에서 에린은 유진을 구하지만 나머지 거의 모든 생명체는 전쟁으로 인해 희생되고 사라집니다.



"그럼 차라리 미사일을 더 막으려 애썼어야죠. 나 하나 구해서 뭘 어쩌겠다고 여길 왔어요?"



"한 사람을 구할 수 없으면 세상도 구할 수 없는 거니까..."



지혜로운 황금 드래곤 에린은 인간이 품고 있는 고귀한 가치를 깨닫고 그 가치를 행동으로 옮기는 존재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핵전쟁의 절망 끝에 다시 맞이할 새로운 세상을 살아갈 드래곤으로 유진과 함께 날아오르죠.

 

이 책은 10살 이상의 아이들을 위해 쓰여졌습니다. 주인공들도 해당 독자들과 비슷한 연령대로 설정되어서 더욱 친밀감있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인간과 드래곤의 갈등을 중심주제로 끌고 나가는 스토리가 흥미로웠습니다. 단지 과거의 중세 시대 만을 배경으로 하지 않고 현대와 미래의 사회에도 살아남아 갈등하며 성장하는 드래곤과 인간의 관계는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그림은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생생함을 더해줘서 한층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에는 인간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 환경파괴와 핵전쟁의 위험, 인간이 지향해야할 가치에 대한 의미있는 이야기들도 담겨 있습니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야 할 지 스스로 질문해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지요. 판타지 문학의 재미, 꿈과 상상력, 그리고 인간과 인간 문명에 대한 물음의 기회를 아이들에게 선물하기 원하신다면 마지막 드래곤 에린의 모험에 초대하시는 건 어떨까요?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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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신곡(神曲) - 센과 치히로의 성장 오디세이
윤민 지음 / 마름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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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개봉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제페니메이션의 대표작 중 하나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명작이다. '스튜디오 지브리' 특유의 감성과 교훈적인 메시지가 잘 담겨 있어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함께 감상하더라도 각자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영화의 대략은 이렇다. 치히로의 가족은 이사를 가기 위해 자동차로 이동하다가 자동차는 어떤 터널을 지나는데, 어떤 마을에 도착한다. 그 마을은 사실 영혼들의 세계였는데, 허락없이 음식을 탐하던 부모는 돼지로 변하고 만다. 영혼들의 마을을 빠져나오지 못한 치히로는 영혼들이 쉬어가는 온천에 취직한다. 그리고 부모에게 걸린 마법을 풀고 가족과 함께 그곳을 무사히 나오기까지의 여러가지 사건이 펼쳐진다.

이 책의 저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통해 영적 성장의 메시지를 읽어 내려 한다. 이를 위해 성서, 스타워즈, 파르지팔 등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끌고 와 비교하며 교훈을 찾으려 한다. 이런 시도의 원점에는 세상에는 메타설화가 존재하며 메타설화를 가능케 하는 집단적 의식을 통해 지혜가 인류에게 공유되고 있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분석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의 위대한 연구들과 융의 영향을 받은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따라서 공감하는 사람에겐 관념론적인 세계의 실체에 대한 각성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를 통해 영적 성장의 메시지를 찾으려는 시도는 주관적인 영역이다. 저자는 이 알레고리적 해석을 시도한다. 알레고리란 A를 말하기 위해서 B를 가져와 유사성에 기대어 숨은 뜻을 밝히는 수사법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치히로가 엘리베이터(Elevator)를 타고 올라가는 장면을 두고 의식이 상승했음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알레고리는 이렇게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런데 누군가 꼼꼼하게 따지고 들어간다면 난감해 질 수도 있다. 저자는 이를 뒷받침하는 한가지 사례로 엘리베이터의 알파벳 'EL'을 유대교에서 신을 의미하는 EL, 이슬람교에서 신을 의미하는 AL과 비교한다. 사실 이슬람교나 유대교에서 '신'을 의미하는 'EL'은 같은 어원을 가진다. 학자들은 '엘' 의 기원을 성서나 이스라엘 민족 문화의 고유성에서 찾지 않고 고대 근동에 퍼져있던 신화에서 찾는다. 대체로 만신전의 신들 혹은 천둥과 비를 관장하던 최고신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본다. 그것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전해지고 문화 속에 녹아들어서 신을 부르는 명칭, 신과 관련된 다양한 대상들, 천사, 신의 선택을 받은 민족의 이름 등에도 사용되었다. 엘리베이터의 'el'이 농경과 자연 날씨를 관장한다고 믿었던 신과 어떤 관계가 있는 지는 사실 미지수다. 이것이 누군가에겐 알레고리의 한계로 다가올 것이고 또 누군가에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멋진 해석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알레고리는 숨어 있지만 심오한 깨달음과 진리가 그 대상에 담겨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사람은 한 층 더 성숙하거나 고차원의 비밀에 다가갈 수 있다는 믿음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신비주의적 해석은 영지주의적 관점을 공유한다. 저자는 치히로가 겪는 고난, 인생의 경험, 실패 그리고 성장을 설명하기 위해 신약성서의 유명한 '탕자의 비유'를 가지고 온다. 탕자의 비유는 대략 이런 내용이다. 한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다. 둘째는 아버지의 재산을 나눠받아서 막 살다가 재산을 탕진한 후 반성과 후회를 하며 아버지께로 돌아온다. 그런데 탕자의 비유가 등장하는 성서의 앞뒤 맥락을 보면, 탕자의 비유는 아들의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지 않다. 물론 세상으로 나가 갖은 경험을 한 둘째 아들은 반성과 깨달음과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얻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고자 결심하는 주된 이유가 재산의 탕진 때문인지, 후회 때문인지, 한층 더 성장했기 때문인지는 사실 알 길이 없다. 앞 뒤의 맥락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건, 탕자의 비유는 둘째 아들의 성장에 방점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방점은 돌아오는 아들을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아버지의 사랑에 찍혀 있다. 정리하자면 성서에서 예수는 아들의 성장을 말하기 위해 탕자의 비유를 든 것이 아니라 아들이 어떤 모습이라도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사랑을 말하기 위해 비유를 사용했다. 그럼에도 저자가 탕자의 비유에서 둘째 아들의 성장을 읽어 냈던 건 바로 고난과 더 높은 경지로의 깨달음과 성장이라는 영지주의적 관점과 만나는 알레고리 해석을 시도한 결과다.

그렇다면 이 영화 자체는 고난과 성장과 교훈과 숨은 의미가 없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를 만든 감독도 분명 메시지를 심어 놓았다. 식욕을 절제하지 못하는 부모, 금에 환장하는 영혼들, 사금과 탐욕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어린 치히로의 모습은 분명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알레고리를 얘기했던 건, 지피지기면 적어도 패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된 접근법인 알레고리의 여러가지 단면들을 이해함으로써 내용과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레고리는 종교나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한 채 흔히 사용하는 해석법이기도 하다. 다양한 신비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교부라 불리는 위대한 인물들도 알레고리 해석을 사용했으며, 그것을 통해 영적인 깨달음을 얻고 또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데 사용했다. 이 영화에 주된 등장인물 중 하나인 가오나시에 대한 저자의 해석에 나는 매우 공감했다. 그는 거울과 같은, 마주하는 우리의 반영이었다.

삶에는 정답이 있다기보다, 각자가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것 같다. 따라서 같은 대상을 보면서도 다른 것을 느끼고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게 사람이며, 그런 차이를 깊이 깨닫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으며 성숙한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지나가는 킬링타임용 오락거리로 즐겼을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이 책의 저자처럼 삶의 깊은 의미를 찾아가는 도구로 삼았을 수도 있다. 같은 영화라도 아이였을 때 본 것과 삶이 어느 정도 무르익은 후 다시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영화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변해가기 때문이다. 변해가는 삶 속에서 고난과 성장의 의미를 찾고 싶은 이가 있다면 다시 이 영화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이 책도 함께 읽어본다면 더 진한 풍미의 포도주를 함께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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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비우기 연습 - 1만여 명을 치유해온 정신과의사가 엄선한 인생에서 버려도 될 42가지 생각들
이노우에 도모스케 지음, 송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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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산업 카운슬러 제도가 있습니다. 저자는 일본에서 산업 카운슬러로 경력을 쌓은 정신과 의사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전반적으로 일, 직장과 관련된 인간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성이 모자란 사람이 가까이 있을 때, 질투를 느낄 때, 건내는 인사가 계속 무시당할 때, 외로움을 느낄 때, 월요병이 도질 때와 같은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을 이야기합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삶에서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간단한 일기 쓰기와 마인드풀니스 호흡법 등을 통해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습관을 만들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과 관련해서 저의 사례를 이야기하자면, 최근에 무기력감을 느끼고 어떤 일이든지 의욕이 잘 생기지 않았습니다. 의지를 내고 싶은데 억지로 내려고 해도 되질 않았죠. 이 책에서는 그럴 때 마감타이머를 사용해보라고 권하더군요. 마감타이머란 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그 시간 전까지 마무리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 행동이 동반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오늘 할일 = '보고서를 써야 한다', '보고서를 써야지'와 같이 추상적으로 목표를 세우지 말고, '오후 1시에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까지 보고서를 3장 쓰겠다'와 같이 마감 시간을 설정해두라는 것이죠. 억지로 없던 의지를 만들고 일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마감시간을 정하고 시작하게 되면 나머지 과정과 일들은 저절로 굴러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일단 시작하다보면 의욕이 따라오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를 '작업흥분'이라고 합니다. 억지 감정을 만들어내려고 하지말고 간단한 일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이런 사례 외에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유용한 조언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100점이 아닌 60점을 추구하라는 저자의 말이 와 닿았습니다. 현대인들은 경쟁에 쫓겨서 완벽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도태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말합니다. 사람마다 100점의 기준은 다르다고요. 자신이 100점짜리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타인의 눈엔 90점이나 60점으로도 보일 수 있다는 것이죠. 중요한건 인간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지구 어디에도 실패없는 인간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인간도 없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나머지 40점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실패나 실수에 대해 관대해 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관대함이 있다면 타인의 실패와 실수를 마주할 때도 그도 그럴 수 있음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진실로 그런 세상이 되기를 저도 바랍니다.



책을 읽어 가다보면 각 상황별로 제시되는 해결책이 의외로 단순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의외로 쉽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문제들이 있는데, 당장의 감정과 상황에 빠져서 문제를 스스로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문제들로부터 생각을 비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필요하지 않은 걱정까지 모두 품고 가느라 정작 중요한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사례를 의사로서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죠. 가장 중요한건 누군가로부터 듣게 되는 평판도 수군거림도 회사도 일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남의 평판과 기대를 좇아가느라 자신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 건강한 삶으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바쁜 직장인, 스트레스 받는 일상으로 돌파구를 찾으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이 책을 통해서 마음의 무게를 덜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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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수집가 I LOVE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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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이야기는 막스 아저씨가 '하펜슈트라세'라는 섬의 한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펼쳐집니다. 막스 아저씨는 화가입니다. 떠돌이 화가로서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지신의 경험을 그림으로 남깁니다. 막스 아저씨는 또한 화자의 바이올린 연주를 즐겨 듣습니다. 작중 화자는 어린아이면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막스 아저씨에게 만은 언제나 멋진 연주를 해내는 '예술가 선생님'으로 불렸죠. 어린 예술가는 막스 아저씨의 화실에서 그렇게 놀기도 하면서 아저씨가 떠나는 순간까지 우정을 쌓아 나갑니다.



이 책은 40~50 페이지 정도의 A4 사이즈 그림책입니다. 평범하면서 잔잔한 스토리에 더해 쓸쓸하기도 하고 몽환적이기도 한 그림들이 실려 있습니다. 막스 아저씨가 오가던 부둣가, 그 곳에서 늘 있는 바다와 하늘, 갈매기, 처음에는 가려두었다가 마침내 공개했던 아저씨의 그림들, 이 연속적이면서 독특한 그림들은 아저씨의 여행과 관련 깊습니다.



사실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 모를 듯한 독특한 여행이야기, 아저씨는 많은 여행중 캐나다에서 눈코끼리들을 보았다고 합니다. 눈코끼리는 무엇일까요?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몽환의 세계로 끌고 갑니다. 그런 여행 속에서 순간을 포착하려 했던 막스 아저씨, 그리고 순간 순간에 대한 기록의 흔적, 그림들.



아마도 막스 아저씨가 추구했던 것은 그림을 그려내는 예술성과 '길'이었을 겁니다. 아저씨는 수수끼 같은 말을 건냅니다.


"우리 눈엔 안 보이지만, 어떤 그림이든지 그 그림에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길이 하나씩 있는 법이란다."


"화가는 그 길을 꼭 찾아 내야 해.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림을 너무 일찍 보여 주면 안돼. 찾았다 싶은 길을 다시 잃어버릴 수도 있거든."



저에겐 이 길이 삶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떤 형태로든 살아가야 하는 길이 있고, 저의 삶에 대한 그 길을 꼭 찾아가야만 하니까요. 너무 일찍 누군가에게 그 길을 보여 주면 어떤 이유에서든, 길을 잃고 다시 처음부터 헤매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지라도 오롯이 저만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하지만요. 이 삶에서 한번씩 마주치는 독특하고 특이한 존재들, 경험들, 그리고 낯선 세계와 이웃은 막스 아저씨의 그림 속 존재들 같습니다. 실은 삶을 해석해가는 사람의 마음을 반영한 세계겠지요.



"예술가 선생님, 선생님의 바이올린 선율은 언제나 내 그림 속에 있다는 거 알고 있나요?"


우리의 삶은 누군가의 삶에 흔적을 남깁니다. 저는 어떤 선율을 누군가에게 선물했을지, 그리고 선물해야할지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의 이야기 배경이 바다여서 그런지 잔잔하고 평온하고 몽환적인 감정을 계속 자극합니다. 실은 우리가 삶이라는 여행 속에서 순간 순간을 포착하고 스케치해가야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잔잔한 위안과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책입니다. 한번 보고 다시 보고 또 한번 눈길이 아름다운 그림들을 찾아가는 걸 어쩔 수 없네요.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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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 - 사소한 일에도 흔들리고 부서지는 당신에게 필요한 마음의 기술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전경아 옮김 / 갤리온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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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여러가지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사소한 일같은데, 왜 불안하고 우울하고 의기소침해지는 걸까? 부정적인 감정은 계속 찾아오고 나는 왜 거기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걸까? 바람이 그냥 살짝 불고 지나가듯이 그런 일들도 지나가면 좋을텐데 말이죠.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할까? 나는 왜 유리멘탈일까?'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오면 우리들중 십중팔구는 습관적으로 거부하려고 합니다. 억지로 마음을 강하게 만들기도 하죠. 이런 태도들은 유리멘탈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됩니다.



심리카운셀러인 저자는 진화생물학적 접근을 통해 유리멘탈에 대해 말합니다.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요. 인간은 진화적으로 약 10만년도 전, 더이상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감정과 감각을 관장하는 뇌 구조를 포함해서요. 그땐 인간이 수렵 채집을 하던 시기입니다. 그 당시 인간들은 맹수의 위험, 자연 재해의 위험, 배고픔, 추위 등에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노출되어 있었죠. 사자를 보면 무서운 감정이 생겨야 합니다. 그래야 포식자로부터 도망을 칠 수 있고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특성들은 세대를 거쳐 현대인들에게도 유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때와는 환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인간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공포와 불안을 자주 경험합니다. 공포심은 그 자리를 떠나라는 알림음이자 경고입니다. 사자와 마주쳤을 때 불안하지 않거나 무섭지 않은 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포가 찾아올 때 그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생존확률을 높입니다. 다시 말하면 부정적인 감정이라 생각했던 것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생존본능이자 방어반응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다음 3가지를 권합니다.

마음이 약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깨닫기

불안, 우울 등은 마음이 보내는 경고 알림임을 깨닫기

알림을 듣으면 그 의미를 발견하고 행동을 고치기


이 세상에 마음이 약한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마음이 약해져 있는 사람은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어 수년 간의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20대 운동선수가 고열증상이 동반되는 감기에 걸렸다고 합시다. 감기에 걸린 동안은 일어서는 것도 몸을 가누는 것도 힘듭니다. 그렇다면 이 운동선수는 원래 몸이 약한 사람일까요? 아닙니다. 몸이 약한 사람이 아니라 잠시 몸이 약해져 있는 사람입니다. 몸에서 나는 열은 면역 반응이고 그 탓에 잠시 아프고 약해져 있을 뿐입니다. 이 선수에게 필요한 건 억지로 태연한 척 평소에 하던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의 몸 상태를 인정하고 쉬면 자연스럽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만약 지갑을 잃어버려 우울해지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합시다. 그렇다고 이를 마음이 약해서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단지 잠시 약해져 있는 것입니다. 평소에 긍정적인 사람이라도 지갑을 잃어버리면 울적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겁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부정적인 마음은 거부해야하며 긍정적인 마음은 좋다고 학습받으며 자라왔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불안, 우울, 낙담, 고민 같은 것 역시 모두 이런 배경 속에서 일어난 반응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유리멘탈은 필요없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이 신호를 줄 때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회피하지 않고, 그에 맞춰 행동을 개선하면 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질높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라고 조언합니다. 질 높은 인간관계는 협력, 공감, 공유라는 3요소가 채워질 수 있는 관계입니다. 이 3요소는 마음의 영양분이라서 힘든 순간을 빨리 회복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의 삶을 돌아봤습니다. 저는 자존심 때문에 강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많은 순간이 떠오르더군요. 실은 불안했고, 힘들었는데 말이죠. 그런 저를 인정했습니다. 힘들 수 있음을, 불안할 수 있음을. 그리고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불안은 내가 회피해야하고 나를 파괴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게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는 신호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습니다.


사실 큰 기대없이 읽다가 마음에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 주위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그들의 연약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공감해주기. 불안해할 때 그들을 놀리거나 불필요한 충고를 하기보다 그 인간적인 모습을 인정해주기. 생각해보니 제가 존경했던 사람들의 모습 속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던 태도였더군요. 많은 말을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저를 지켜봐주고 공감해주던 분들이 생각나네요.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지혜가 저의 마음을 뜨겁고 따뜻하게 만듭니다. 이 책을 통해 더 자신을 이해하고, 그 마음으로 이웃을 따뜻하게 대하는 삶으로 한걸음 더 다가갈 희망을 봅니다.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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