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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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과 "시민 불복종"은 그의 독특한 삶과 사상이 잘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이미 많은 저명 인사들이 소로의 작품을 극찬하며 언급했고, 이제 소로의 작품은 19세기 미국의 정전으로 손꼽힐만큼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소로가 작품을 남기게 된 당시 시대의 배경과 사상의 흐름을 모르고 이 책을 읽는다면 단순한 전원 생활에 대한 찬양이나 히피적인 냄새를 풍기는 아나키즘의 아류 쯤으로 그의 작품을 오독하기 쉽습니다. 만약 소로에게 영향을 주고 그가 계승, 전달하고자 했던 사상의 흐름을 먼저 이해하고 책의 내용을 읽어간다면 책에 담긴 구절들이 독자에게 더욱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 담긴 소로의 두 작품은 각각 별개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유명한 작품이니만큼 줄거리, 감상평, 소로의 생애 등에 관한 정보는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이미 많이 퍼져 있습니다. 따라서 대략의 줄거리를 파악하는 식으로 책을 읽거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책 내용을 읽는 것보다는, 두 작품이 왜 한 권으로 함께 실려 있는지, 작가의 사상은 무엇인지, 사상의 흐름은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파악해가며 읽는다면 책을 읽는 재미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월든에 나타나는 현실 초월적이고 자연 지향적인 그의 태도와 사상은 비대해진 정부와 노예제를 옹호하던 세력들을 반대하는 행동주의로 연결됩니다. 곧 문명의 이기를 뒤로 하고 걸어들어간 숲, 거기서 발견하는 자연의 모습들과 소리들, 그 속에서 자연과의 동화를 만끽하며 개인과 영혼의 자유를 발견해가는 그의 삶과 목소리는, 자유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권력을 발휘하는 정부와 노예제를 옹호하는 세력에 대한 저항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자연 관찰적이며 명상적이며 동양적인 사상마저 담겨 있는 그의 작품은 초월주의로 요약되는 다양한 사상의 집합체입니다. 이 초월주의는 미국의 성립과 국가 이념에 큰 영향을 준 기독교, 특히 칼뱅주의와 거리를 둡니다. 칼뱅주의의 특징인 창조주 신과 피조세계 인간의 명확한 구분, 절대 주권과 복종, 분명한 신의 의지 그리고 진리와 그에 대한 피조세계의 순종과는 달리, 자연 속의 신성과 내 안의 신성의 발견, 지혜를 찾아가려는 영지주의적 태도, 내 안의 세계와 자연과의 연결 그리고 소통으로 나타나는 그의 사상은 (신성한 뜻에 의해 세워졌다고 믿었던)국가가 부여하는 의무와 책임과의 대립을 만들어 냅니다. 그의 자유는 피조계를 구분하지 않고 발견하는 자연적인 신성과 하나되어 행동할 수 있는 의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 책은 친철하게도 '해제'편을 마련하여 독자들이 책을 풍성하게 읽어 갈 수 있도록 배려해두었습니다. 저도 해제를 함께 읽으며 작품을 더욱 음미할 수 있었는데요, 깊은 수준의 해제이면서도 쉽게 풀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과 이 책에 담긴 소로의 사상을 한 번쯤 접해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자인 소로의 소망처럼 이 책은 우리가 깨어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을테니까요.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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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30분 회계 - 투자 유치를 위한 명쾌한 재무제표 만들기
박순웅 지음 / 라온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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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꼭 알아야 하는 회계 지식을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책을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이 회계를 공부하려는 목적은 다양할 것입니다. 저는 투자를 위한 회계를 공부하는 중인데, 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회계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저에겐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필수적으로 알아야할 회계를 잘 담고 있는 책이라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이 책은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업자가 투자를 유치하고 재무를 관리하기 위해 신경 써야할 내용이라면 마찬가지로 투자자들 역시 관심가져야 할 항목들일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저의 예상이 적중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부는 기업들이 회계 처리시 주요하게 다뤄야할 30가지 사례를 이야기합니다. 2부는 회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서 각종 회계 용어와 개념을 정리해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만약 회계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라도 중요한 개념과 용어들을 익힐 수 있게 배려하고 있습니다.



회계는 기업의 활동을 나타내는 언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창업자의 입장에서든, 투자자의 입장에서든 결국은 회계라는 언어로 기업의 실적과 성과를 확인하게 됩니다. 찬란한 비전을 제시하고 꿈같은 희망으로 투자자들을 당장은 모을지 몰라도 회계를 통해서 자신의 성과와 걸어온 길을 반듯하게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존속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은행, 투자자라 할지라도 그런 기업을 계속해서 신뢰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스스로 많은 사항을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정작 회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방치해두거나, 어렵고 복잡하다는 핑계로 담당자에게만 맡겨두다가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감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서야 회계 처리에 필요한 각종 서류들과 증빙 자료들을 찾다가 포기하고 제대로 증빙하지 못하거나, 비용으로 처리해야할 사항을 의도적으로 자산에 등록시켜두었다가 적발되어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경우들이 심심찮게 생겨납니다. 모두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죠. 때문에 회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여력이 되어서 회계 담당자를 고용하더라도, 회계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알고 있는 것은 중요합니다. 종종 대표이사들이 '법인'의 개념을 숙지하지 못하고 '법인'의 자산을 자신의 돈인양 사용하다가 적발되기도 합니다. 이런 부정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그런 부정한 사항들을 재무제표를 통해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회계의 기본적인 내용을 익혀두는 건 꼭 필요합니다.



좋은 기업은 좋은 재무제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재무제표는 좋아 보이는 제무제표가 아니라 본래부터 잘 관리되고 올바르게 기록된 재무제표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을 막고 기업의 건전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기업 활동의 결과이자 언어인 회계를 익히기 원하시는 분께 이 책을 권합니다.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분에게도 좋습니다. 투자자의 입장에 서서, 기업이 어떤 항목을 어떻게 회계 처리하는지, 재무제표를 읽을 때 무엇을 신경써야하는지, 혹시 실적을 부풀리려는 기업의 꼼수가 재무제표에 담겨 있지 않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꼼꼼히 따져봐야할 항목들은 무엇인지를 알기 원하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실제 발생한 사례들을 쉽게 회계와 친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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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
이시카와 마사토 지음, 이정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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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문은 지혜를 추구합니다. 지혜의 대상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그중 인간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학생들에게 생물학과 뇌과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진화심리학에 대해 쓴 글입니다. '나는 왜 그럴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은 왜 그럴까?'에 대한 공통적인 경험과 의문들을 간단하게 분류하고 정리해서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주제들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하나는 '짜증'에 관한 것입니다. 저자는 '짜증'을 현대 사회적 규칙(비폭력)과 폭력을 통해서 분쟁을 해결해 왔던 인간의 습성 사이의 갈등에서 찾습니다. 뇌를 포함하는 우리의 신체는 갈등 상황에서 이미 '싸움-도망'반응을 일으켜 흥분해 있는데 비폭력에 대한 현대 사회의 규칙 때문에 인위적으로 억제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짜증이 납니다. 짜증은 괴로운 상태입니다. 저자는 해결 방법도 제시하는데요. 바로 조금씩 한숨을 쉬는 것입니다. 숨을 완전히 뱉으면 폐의 공기가 없어져서 뇌로 향하는 산소 공급이 줄어든다고 하네요. 그러면 뇌는 산소가 부족하다는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 진정하려고 한답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이성을 중시하도록 압박하지만 논리를 담당하는 뇌의 전전두엽은 충분히 진화된 영역이 아니기에 잘 안되는 게 사실입니다. 바꿔 말하면 짜증이 나는 건 전전두엽에 자극이 가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성이 발달하고 있는 것이니까 좋은 일로 받아들이자는 재미있는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집중'에 대한 저자의 항변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주의가 산만한 것은 다른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그쪽으로 사고를 옮기기 위한 자연스러운 기제라고 합니다. 생존을 위해 채집을 하던 우리의 조상들을 생각해봅시다. 맛있는 열매를 발견해 사람들이 함께 열매를 따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수풀에 맹수가 숨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맹수를 먼저 발견한 사람은 알아차리자 마자 바로 도망칠 것입니다. 반대로 맹수가 다가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던 사람은 결국 가장 먼저 잡아먹혀버렸을 것이고 생존에 불리했습니다. 이렇게 전해진 생존 능력이 맹수가 사라지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문명 사회에는 적합하지 않게 작용하고 있을 뿐이죠.

이런 흥미로운 주제를 총 6장에 풀어 놓은 '~건 어쩔 수 없다!'를 읽어가다보면 아마도 '인간도 별 수 없는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며 묘한 웃음을 짓거나 위로를 받게 될 것입니다. 저도 나름의 위로를 받으며 웃음짓게 되네요.



그리고 진화적으로 그러하다는 핑계로, 인간의 유전 형질을 단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이런 내용을 더 확장해서 운명론이나 결정론으로 굳히려는 건 저자의 최종적인 결론이 아니기 때문이죠. 우리가 개나 고양이를 대할 때 그들의 습성과 본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대하면 더 잘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동물인 인간에 대해서도 생물학적인 이해를 가지면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됩니다. 진화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도록 태어난 건데, 사회적 관습이나 바람직하지 않은 희망 때문에 우리 자신을 무리하게 몰아가거나 채찍질하고 있을 때가 얼마나 많은지요.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서, 우리의 에너지를 보다 생산적인 행동과 결정에 쏟을 수 있기를 저자는 바랍니다.

인간의 행동 패턴에 대한 재미있는 진화심리학 책을 찾으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건 참 가치로운 일이고 이 책이 그런 지혜에 이르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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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 - 박보나 미술 에세이
박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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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에 동양화를 전공한 알려진 화백이 있다. 이 친구는 정원을 주로 그려서 보여줬다. 나는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지라 그림 그리는 장면이 궁금했었다.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릴 때 나를 초대해 줄 수 있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친구는 즉시 난처해 했다. 작업실은 난잡하고 누군가를 초대해서 보여줄게 없다고 했다. 대신 전시회를 할 때 꼭 와달라고 말했다.

친구의 전시회에 갔었다. 역시 이번 작품에도 정원을 그렸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왜 정원을 그려?"


친구 왈 : " 정원을 통해 나의 내면 세계를 표현하고 싶었어."


"많은 소재가 있을텐데 왜 굳이 정원이야? 어떤 심오한 철학적 의미가 있는거야?"


친구 왈 : "음....그냥 정원이 좋았어."



친구의 그림은 항상 포근하고 따뜻한 색채를 가지고 있었다. 유복하게 자라서인지 그림에서도 안정감과 기품이 느껴진다. 물이 솟아나는 정원에는 사람을 제외한 다양한 나무와 새들과 생명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림은 이 친구의 지난 삶을 잘 담아내고 있는 듯했다.



나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다. 다만 예술에 담겨 있는 사상과 철학을 읽기 좋아한다. 친구의 그림은 쉽다. 작품성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누구나 방문하고 감상할 수 있는 풍성한 정원, 그 세계를 그림을 통해 만끽하면 된다. 그걸로도 친구는 충분히 즐거워 했었다. 지금까지 친구의 그림을 이야기한 것은 이 책이 주는 의미를 찾기 위해서다. 대조적으로 이 책은 느껴지는대로 만끽하기엔 생각할 것들이 많다. 예술품에서 보여지는 장면들로부터 한번 더 생각하고 비틀어봐야 한다. 그때서야 작가의 의도가 하나씩 드러나는 여러 작품들에 대한, 저자의 해설이 담긴 미술에세이이다.

친구의 그림이 '정원'이라는 분명한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책은 이름 없는 것들이 등장한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마음대로 이름붙인 대상들, 마음대로 정의해버린 대상들, 우리 인간의 논리로 구분짓고 타자화한 대상들을 말한다. 그것은 자연 속 생물이나 생태계일수도 있고, 우리 이웃 혹은 나의 정체성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소외되어 온, 이름 없는 것들에 대해 바치는 찬가와 반성이 담겨 있다.



친구의 그림이 아름답고 보기 좋은 미술이었다면, 이 책에선 그런 것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저자와 저자가 해설하는 작품들은 자연, 문화 속 대상들의 경계를 흐트리고 재정의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그동안의 우리가 포착하지 못했던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자연 생태계 속 생물들이 서로 독립되어 있는 것같아도 실제로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긴밀하게 얽혀있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도 서로 얽히는 듯한 잔상을 남기며 독자로 하여금 묘한 하모니를 경험하게 만든다. 그 하모니를 옆으로, 수평적으로 14개의 영역으로 작가는 엮으며 써내려 간다. 이 책의 작품들과 해설들은 예쁘게 완성된 그림이라기보다는 아직 작업실에서 다듬어지고 있는 그림과 같다. 그래서 저자의 해설이 하나의 헤게모니로 작용하기 보다는,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수용과 해석에 따라 더 다양한 의미로 재해석될 여유 공간이 존재한다.




"미끄러운 말이 아니라 공기와 파동, 움직임과 연결을 통해 인간이 아닌 다른 종과 신호를 주고 받는 과정은 덜 '인간적'이어서 오히려 더 많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오스카 산틸란은 새와 인간의 신호를 섞음으로써, 공존의 순간을 속삭인다."




내게 인상적인 작가는 오스카 산틸란이었다. 새를 통해 자연과의 공존을 노래했다. 인간의 언어로는 불가능했던, 마음을 주고 받는 법을 그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경험하게 된다. 인간의 언어가 침묵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되고 새소리는 다른 생명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세상을 그려낸다. 그래서 깨닫게 된다. 구별과 차별을 일상화하고 앞만 보며 달려온 인류는 이름 없는 것들을 놓쳤다. 그리고 공존을 잃었다. 이제는 예술이 예언자적 기능을 담당하며 이름 없는 것들에 대한 존중과 공존을 선포한다.



이 책에는 더 많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박보나 작가의 에세이에 빠져 보시길, 보기 좋은, 전시용 미술을 넘어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들을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의미 있는 예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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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람없이 산다 - 명함 한 장으로 설명되는 삶보다 구구절절한 삶을 살기로 했다
수수진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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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보면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게 제목과 마침 문장이다. 첫 시작은 어떻게든 쓸 수 있는데 맺음은 어찌 해야할지, 전체를 드러내는 짧고도 핵심적인 제목은 무엇으로 정해야할지 항상 고민한다.



"나는 알람없이 산다"는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책 이곳 저곳에 담긴, 작가가 그린 아기자기한 그림이 감성을 자극하는데, 수수진 작가는 글쓰기에도 상당한 소질이 있는 것같다. 제목을 보고 일상을 다룬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읽어갈수록 전체 내용을 한 문장으로 잘 뽑아낸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만 봐도 내용이 집약적으로 떠오르고 무엇을 이야기해줄지 상상하게 만든다.



MZ세대의 삶의 이야기를 잘 담아낸 책이다. 작가 개인의 이야기인데 MZ세대로 퉁쳐버려서 본인의 입장에서는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사회 구조는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고 또 만들어내지 않는가. 책을 읽는 시점이 곧 있을 대선에 가까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회 구조와 개혁, 혁신에 관한 넘쳐나는 뉴스 속에서 잠겨 있다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찾아든다. 저금리, 노동 소득으로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힘든 시절을 살면서, 재테크와 주식에 취미를 붙인 저자의 이야기도 그와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와도 무관하진 않다.



알람없이 살 수 있는 삶을 선택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사건과 시간들,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계속 걸어온 시간들, 느린 삶, 아니 치열한 경쟁보다는 자신의 속도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고백들이 천천히 내려앉는 눈송이처럼 읽어가는 내 마음에도 하나씩 쌓인다. 시리도록 차가운 현실이지만 쌓이면 역설적이게도 포근하고 따뜻하다. 작가의 이야기들은 때론 아프게 때론 실실 웃음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문학의 가치를 발견한다.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던 시절의 고민과는 다른 고민들이니까, 솔직한 언어로 자신의 마음을 써내려가는 글들이 좋다. 난 내 속을 잘 드려내지 못하는데, 아마도 마음을 솔직하게 용기내어 표현했던 순간들이 삶에 그리 유익하지 못했다고 느껴왔던 경험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용기에 힘을 얻는다.



연애에 관한 작가의 경험과 생각은 특히 재미있었다. 마치 검정치마의 "hollywood"의 도입부를 듣고 있는 느낌. 분홍빛 공기 속을 부유하며 춤추고 있는 전자음악 속의 음표, 그 음표들이 만들어내는 귀가 달콤해지는 순간들. (들어보지 않았다면 꼭 들어보시길) 갈비뼈 사이 새겨져 있는 외로움과 설렘과 현실 속의 책임감 사이의 갈등. 본능, 감정, 이성, 윤리 빠진 것이 없다. 이런 고민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타인의 가치관에 속박된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같다. 인간다움이다.



새해를 맞이해서 좋은 에세이 한편으로 일년을 시작하고 싶다면, "나는 알람없이 산다"를 권한다. 위로와 공감을 선물하기 충분한 책이다. 이 힘으로 다시 맞이하는 한 해를 잘 살아가길 바란다. 삶의 위로는 저기 어디엔가에 있을 언젠가 가게 될 하늘나라보다 현실에 닿은 우리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공감의 힘에 있음을 발견한다.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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