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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
이시카와 마사토 지음, 이정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학문은 지혜를 추구합니다. 지혜의 대상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그중 인간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학생들에게 생물학과 뇌과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진화심리학에 대해 쓴 글입니다. '나는 왜 그럴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은 왜 그럴까?'에 대한 공통적인 경험과 의문들을 간단하게 분류하고 정리해서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주제들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하나는 '짜증'에 관한 것입니다. 저자는 '짜증'을 현대 사회적 규칙(비폭력)과 폭력을 통해서 분쟁을 해결해 왔던 인간의 습성 사이의 갈등에서 찾습니다. 뇌를 포함하는 우리의 신체는 갈등 상황에서 이미 '싸움-도망'반응을 일으켜 흥분해 있는데 비폭력에 대한 현대 사회의 규칙 때문에 인위적으로 억제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짜증이 납니다. 짜증은 괴로운 상태입니다. 저자는 해결 방법도 제시하는데요. 바로 조금씩 한숨을 쉬는 것입니다. 숨을 완전히 뱉으면 폐의 공기가 없어져서 뇌로 향하는 산소 공급이 줄어든다고 하네요. 그러면 뇌는 산소가 부족하다는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 진정하려고 한답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이성을 중시하도록 압박하지만 논리를 담당하는 뇌의 전전두엽은 충분히 진화된 영역이 아니기에 잘 안되는 게 사실입니다. 바꿔 말하면 짜증이 나는 건 전전두엽에 자극이 가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성이 발달하고 있는 것이니까 좋은 일로 받아들이자는 재미있는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집중'에 대한 저자의 항변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주의가 산만한 것은 다른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그쪽으로 사고를 옮기기 위한 자연스러운 기제라고 합니다. 생존을 위해 채집을 하던 우리의 조상들을 생각해봅시다. 맛있는 열매를 발견해 사람들이 함께 열매를 따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수풀에 맹수가 숨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맹수를 먼저 발견한 사람은 알아차리자 마자 바로 도망칠 것입니다. 반대로 맹수가 다가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던 사람은 결국 가장 먼저 잡아먹혀버렸을 것이고 생존에 불리했습니다. 이렇게 전해진 생존 능력이 맹수가 사라지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문명 사회에는 적합하지 않게 작용하고 있을 뿐이죠.
이런 흥미로운 주제를 총 6장에 풀어 놓은 '~건 어쩔 수 없다!'를 읽어가다보면 아마도 '인간도 별 수 없는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며 묘한 웃음을 짓거나 위로를 받게 될 것입니다. 저도 나름의 위로를 받으며 웃음짓게 되네요.
그리고 진화적으로 그러하다는 핑계로, 인간의 유전 형질을 단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이런 내용을 더 확장해서 운명론이나 결정론으로 굳히려는 건 저자의 최종적인 결론이 아니기 때문이죠. 우리가 개나 고양이를 대할 때 그들의 습성과 본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대하면 더 잘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동물인 인간에 대해서도 생물학적인 이해를 가지면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됩니다. 진화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도록 태어난 건데, 사회적 관습이나 바람직하지 않은 희망 때문에 우리 자신을 무리하게 몰아가거나 채찍질하고 있을 때가 얼마나 많은지요.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서, 우리의 에너지를 보다 생산적인 행동과 결정에 쏟을 수 있기를 저자는 바랍니다.
인간의 행동 패턴에 대한 재미있는 진화심리학 책을 찾으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건 참 가치로운 일이고 이 책이 그런 지혜에 이르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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