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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람없이 산다 - 명함 한 장으로 설명되는 삶보다 구구절절한 삶을 살기로 했다
수수진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써보면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게 제목과 마침 문장이다. 첫 시작은 어떻게든 쓸 수 있는데 맺음은 어찌 해야할지, 전체를 드러내는 짧고도 핵심적인 제목은 무엇으로 정해야할지 항상 고민한다.
"나는 알람없이 산다"는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책 이곳 저곳에 담긴, 작가가 그린 아기자기한 그림이 감성을 자극하는데, 수수진 작가는 글쓰기에도 상당한 소질이 있는 것같다. 제목을 보고 일상을 다룬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읽어갈수록 전체 내용을 한 문장으로 잘 뽑아낸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만 봐도 내용이 집약적으로 떠오르고 무엇을 이야기해줄지 상상하게 만든다.
MZ세대의 삶의 이야기를 잘 담아낸 책이다. 작가 개인의 이야기인데 MZ세대로 퉁쳐버려서 본인의 입장에서는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사회 구조는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고 또 만들어내지 않는가. 책을 읽는 시점이 곧 있을 대선에 가까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회 구조와 개혁, 혁신에 관한 넘쳐나는 뉴스 속에서 잠겨 있다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찾아든다. 저금리, 노동 소득으로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힘든 시절을 살면서, 재테크와 주식에 취미를 붙인 저자의 이야기도 그와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와도 무관하진 않다.
알람없이 살 수 있는 삶을 선택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사건과 시간들,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계속 걸어온 시간들, 느린 삶, 아니 치열한 경쟁보다는 자신의 속도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고백들이 천천히 내려앉는 눈송이처럼 읽어가는 내 마음에도 하나씩 쌓인다. 시리도록 차가운 현실이지만 쌓이면 역설적이게도 포근하고 따뜻하다. 작가의 이야기들은 때론 아프게 때론 실실 웃음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문학의 가치를 발견한다.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던 시절의 고민과는 다른 고민들이니까, 솔직한 언어로 자신의 마음을 써내려가는 글들이 좋다. 난 내 속을 잘 드려내지 못하는데, 아마도 마음을 솔직하게 용기내어 표현했던 순간들이 삶에 그리 유익하지 못했다고 느껴왔던 경험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용기에 힘을 얻는다.
연애에 관한 작가의 경험과 생각은 특히 재미있었다. 마치 검정치마의 "hollywood"의 도입부를 듣고 있는 느낌. 분홍빛 공기 속을 부유하며 춤추고 있는 전자음악 속의 음표, 그 음표들이 만들어내는 귀가 달콤해지는 순간들. (들어보지 않았다면 꼭 들어보시길) 갈비뼈 사이 새겨져 있는 외로움과 설렘과 현실 속의 책임감 사이의 갈등. 본능, 감정, 이성, 윤리 빠진 것이 없다. 이런 고민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타인의 가치관에 속박된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같다. 인간다움이다.
새해를 맞이해서 좋은 에세이 한편으로 일년을 시작하고 싶다면, "나는 알람없이 산다"를 권한다. 위로와 공감을 선물하기 충분한 책이다. 이 힘으로 다시 맞이하는 한 해를 잘 살아가길 바란다. 삶의 위로는 저기 어디엔가에 있을 언젠가 가게 될 하늘나라보다 현실에 닿은 우리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공감의 힘에 있음을 발견한다.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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