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데라
사토 유야 지음, 임정은 옮김 / 학고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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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아무 생각 없이(정말로) 북스토어 검색란에 '사토 유야'를 검색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놀랍게도 학고재라는 기대하지 않았던 출판사에서 1월 20일에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소설이 정발되었더군요.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子供たち怒る怒る怒る) 이후 2년 반만의 정발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ーガ) 시리즈로 많이 다뤄왔던 사토 유야(佐藤友哉)는 고교 졸업 후인 2001년 카가미가 사가 시리즈의 시작인 플리커 스타일(フリッカー式)로 제21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하며 데뷔합니다. 넘치는 에너지와 방향성 없는 독기에 극찬받으며 데뷔한 사토 유야는 이후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エナメルを塗った魂の比重), 수몰피아노(水没ピアノ) 등 카가미가 사가 시리즈를 계속해서 출판하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세일즈 면에서 대실패. 지금까지 낸 책이 한번도 중판되지 않아 '중판동정'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사토 유야는 결국 크리스마스 테롤(クリスマス・テロル)이라는 작품을 통해 비평가와 독자들에게 독기를 한껏 내뿜으며(삐짐) 이 책을 마지막으로 작품 활동을 접겠다고 선언하지만, 이후 중판동정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작품 활동을 재개. 2007년에는 1000의 소설과 요괴라는 작품으로 역대 최연소 제20회 미시마 유키오 상 수상자가 되며 인생의 황금기를 맞게 됩니다. 다행히도 중간에 끊길 뻔 했던 카가미가 사가 시리즈 역시 계속해서 무사히 출판되며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학잡지 신초 2009년 1월호에 실린 이 덴데라(デンデラ)는 2011년에는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소설이라지만 그의 근원인 신본격이나 신청춘 엔터테인먼트 소설에서 벗어나 최근 순문학쪽으로 가고있는 사토 유야 소설의 방향성과, 그리고 문학잡지 신초에 게제된 글이라는 것을 고려해 그리 재미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모두 읽고 난 지금에도 생각하지만 정말 재미는 없는 책이더군요. 순문학 쪽을 많이 접해본 분들께는 모르겠지만요.

 우리나라에도 '고려장'이라는 풍습으로 알려진 70세가 된 노인을 산에 버리는 풍습이 있는 '마을'. 그리고 올해 70세가 되어 아들의 등에 엎혀 '산맞이'를 하러 산에 올라가게 된 주인공 사이토 가유. 하지만 눈을 맞으며 기대해왔던 죽음. 그리고 죽음 후의 극락정토는 오지 않고 산 너머 마을 반대쪽에 살고있던 '산맞이'를 당한 노인들에게 구출당해 '덴데라'라는 버림받은 노파들의 마을에서 살게됩니다. 그리고 습격하는 곰과 싸우고, 전염병과 싸우며 극락정토만을 바라던 사이토 가유는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의 주장을 가지게 되는 사이토 가유가 선택한 것은......

 곰과 싸우고, 전염병과 싸우는 전혀 노인답지 못한 쉰명의 등장 인물들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에서는 희망적이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해방감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느끼지 못했다는 느낌일까요. 분명 사토 유야(佐藤友哉) 작가만의 맛은 이번에도 있었습니다. 순문학지에 실렸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이야기, 칠십 이상의 노인들이 펼치는 서바이벌 액션, 버림받은 노인이 곰과 싸우고 전염병과 싸우는 이야기를 사토 유야가 아니면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전에 좋아하던 사토 유야만의 독기와, 그로테스크와, 엔터테인먼트는 부족했습니다.

 사토 유야(佐藤友哉) 작가의 초기작. 특히 저처럼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ーガ) 시리즈의 독기와 재미를 좋아해 그만큼의 재미를 기대하고 그의 책을 구매하시려는 분들이라면 붙잡고 말리고 싶습니다. 이건 그런 책이 아닙니다. 재미를 위한 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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