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룡 사건 - Faust Novel 카도노 코헤이의 사건 시리즈 1
카도노 코헤이 지음, 문정훈 옮김, 카네코 카즈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최근 빠져있는 사토 유야(佐藤友哉) 뿐만 아니라 지금이야 그의 글에 실망해 싫어하는 지경까지 왔지만 <헛소리 시리즈>나 <데스노트>을 출판하던 시절만 하더라도 굉장히 좋아하던 니시오 이신(西尾維新), 이 외에도 나스 키노코(奈須きのこ) 등의 유명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며 라이트노벨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 그의 글은 매번 읽고 싶었었지만 항상 '오래된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해-최근에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나로서는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 유명하다는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데뷔작인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ブギ?ポップは笑わない)>조차 읽지 않았으니 말 다했다. 그러던 도중 최근 파우스트 박스의 소설들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사건 시리즈>가 정발 된것을 보게되었고 딱 보기에도 명확하게 구시대적인 표지 디자인과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구매해 읽게 되었다.(역시나 고단샤 노벨즈 작품)



용이 살고 있는 도시, 로미아잘스. 그곳에서 일어난 전쟁을 조정하기 위하여 캇타타 국의 레제 리스캇세 대위와 칠해연합의 히스로우 크리스토프 소령, 그리고 전지조정사(戰地調停士) ED가 로미아잘스에 파견된다. 
그러나 도착한 시가지는 예상 외로 고요하고 전쟁 중이라는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용의 수호를 받고 있다는 이 도시만의 특수성 때문일까 하고 의아해하는 리스캇세 대위와 히스로우 소령에게 ED는 용을 만나러 가 보자며 제안한다. 그렇게 용이 있는 동굴에 도착한 그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건의 현장이었다. 다름 아닌 불사신인 용이 죽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금속 막대기에 찔린 채. 

일국의 군대로도 전혀 상대할 수 없는 존재인 용이, 결계로 인해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동굴, 즉 밀실에서 살해된 사실에 아연실색한 리스캇세, 히스로우, 그리고 ED. 마침 그때 로미아잘스의 수령이 나타나고 용의 죽음을 확인한 수령은 셋을 범인으로 의심한다.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그때, 전지조정사 ED가 범인을 잡아 오겠다며 모두의 앞에서 호언한다. 수령은 한 달이라는 시간 안에 범인을 찾아오지 못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저주를 ED에게 걸고, ED는 리스캇세 대위, 히스로우 소령과 함께 용의 죽음에 관련된 용의자 6명을 만나러 혼돈의 세계로 떠나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구시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표지와 달리 글은 정말 순수하게 재미있었다. 등장 인물들을 이용한 깊이있는 이야기에는 정말 깜짝 놀랐지만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도 이야기 자체가 정말 순수하게 재미있다. 실제로 2000년에 출판된 책이라 '구시대적'이라고 말할것도 없이 구시대의 책이지만 이런 책은 세월을 타지 않는다. 그가 만들어낸 나라간의 대립과 용에 관련된 세계관은 흥미진진했고 용을 살해한 범인을 찾기위해 최근 용을 만난 용의자들을 찾아다니며 만들어낸 각각의 사건과 그곳에서 드러나는 깊이있는 이야기는 과연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라고 할만했다.
 사실 이 책은 미스테리적 요소는 그리 높지 않다. 전지조정사 ED와 그 동료들은 용을 살해한 용의자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한달동안 세계일주를 하는 엄청난 여행을 하게되지만 정작 마지막의 결말은 그리 큰 반전을 보여주지 않은, 솔직히 맥을 빠지게 만든 미스테리 추리물 답지 못한 해답. 거칠게 말하자면 어처구니가 없는, 납득할 수 없는 해답이라 이 책은 미스테리물로서는 만족스러운 재미를 주지 못했다. 오히려 이 책에 반하게 된 부분은 미스테리도, 그렇다고 판타지도 아닌 문장으로 표현하기는 조금 애매한(사실 문장이란것은 지금이라도 쓰러질듯한 허약체질 같은 것이다) 각 등장인물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깊이있는 내면 묘사라던지, 속내라던지 그런 잡힐듯 하면서 잡히지 않는 두리뭉실한 것이다.
 <살룡사건(殺?事件)>은 '리제 리스캇세'라는 여성 화자의 시점으로 서술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전지조정사인 ED이다. '나'라는 2인칭 화자를 통하여 이야기를 진행하면서도 ED의 알 듯, 모를 듯한 속내를 표현한것이 놀랍고 재미있다. 정작 세계에 23명밖에 없다는 전지조정사인 ED지만 실제 이 책에서 드러난 ED는 전투능력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캐릭터인 것도 마음에 든다.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워낙 특이한 작가들인지라 읽기 전에는 엄청난 괴작이나 싸이코같은 소설을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평범하고 순수한 판타지 노벨이었다.(역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되는 것인지...)
 살룡사건(殺?事件)이라는 책만 보자면 그리 특별한 요소는 없는 판타지 소설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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