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유우 마왕용사 1 - "나의 것이 되어라, 용사여." "거절한다!", NT Novel
토노 마마레 지음, 김진수 옮김, toi8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마오유우 마왕용사(まおゆう魔王勇者)>는 이번에 구입한 라노베들 중 가장 확신이 없었던 책이다. 작가인 토노 마마레(橙乃ままれ)의 글을 읽어본적도 없고 장점으로 내세운 '참신한 스토리'. 마왕과 용사가 싸우는것이 아닌, 마왕과 용사가 협력하여 세계를 구한다는 스토리도 최근에 와서는 식상하게 되버린지 오래인 소재라 이 책을 구매하는데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다. 처음 책이 도착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포장을 뜯고 첫장을 펼쳤을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취향에 맞지 않는 미즈타마 케이노조(水玉?之丞)의 그림과 '훗훗훗훗훗', '공손하게 인사' '머뭇머뭇' '휘유우우우' 등의 부담스러운 효과음이 굵은 글씨로 써져있었고 '용사 : ~~' '마왕 : ~~'하는 식으로 캐릭터간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져있는 책의 내용은 마치 중학생때 접했었던 인터넷 소설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도 새로운 형식의 책이라 어떻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책을 펴자마자 덮고, 펴자마자 덮고.. 20번도 넘게 머뭇거리다가 결국 구입한 책들을 모두 읽고나서야 마지막으로 '돈이 아까우니 읽어보자'하고 꾹 참으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참고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효과음도, 책의 구성도 잊은채로 스토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형식과는 달리 내용은 전혀 유치하지 않았다. 용사와  경제학에 관심이 많은 마왕이 손을 잡고 세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내용. 유머러스한 부분도 있지만 무겁고 진중한 내용으로 판타지 배경의 중세 세계관을 잘 표현해나갔다.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역시 중반부분의 마왕과 청년상인의 협상 장면. 전투력이 없는 마왕의 특성상 스릴있는 전투장면 등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협상 테이블에서 쏟아지는 명언들과 스릴넘치는 협상, 설득은 전투 장면이라고 생각될정도로 스릴넘치고 재미있었다. '경제'라는 다루기 힘든 소재를 녹여낸 경제 판타지인것도 특이한 점이다. 그것도 중세시대에 어울릴만한 경제 개념이 아닌 근현대에 들어와서나 정립된 경제 개념을 담아 중세를 발전시킨다는게 더욱 더 특이하다. 이것을 위해 필요한 설정이 '이계의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전투력 없는 마왕'. 참신함에 큰 점수를 주고싶다.

참신한 내용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면 참신한 형식이 이 책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다. 서술도, 묘사도 없이 대사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반년, 일년씩 훌쩍 흘러가는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때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오히려 서술과 묘사가 없다보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서술과 묘사의 중요성을 깨닫게 만든 책.

원래 toi8의 일러스트를 좋아하는데 역시나 다른 라노벨과는 다르게 성의있게 그려진 일러스트들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곳에 실린 toi8의 일러스트에 비하면 퀄리티가 떨어졌지만 소자금으로 제작되는 라노베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해할만한 수준. 다만 속지 캐릭터 소개와 SD캐릭터등을 그려낸 미즈타마 케이노조(水玉?之丞)의 그림은 취향에 맞지 않아 아쉬웠다.

오로지 장면과 효과음과 대사만으로 이루어진 대사집. 일반 소설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놀라운 형식 파괴에 책을 처음 펼쳐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악하고 기피하게 되겠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재미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책이다. 거기에 한권 한권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 다른 라노베와 다르게 1권 마지막에서 내용을 끝내지 않고 후권을 기약하는 절단신공으로 2권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망설임 없이 2권을 구입할 예정이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재미있었던 책이 마왕용사였다면 기대했는데 정말 처참할정도로 재미없었던 책도 있었다. 바로 홍정훈 작가의 <기신전기 던브링어>. 월야환담 시리즈 등으로 국내에서 명성을 얻었던 홍정훈 작가가 써낸 라이트노벨. 하지만 판타지 소설에서는 빛나던 그의 참신함은 라이트노벨에서 먹히지 않았다. SF, 초능력, 우주, 괴수의 침략, 메카닉.. 그 모든것이 합쳐져서 정말 놀라울정도로 식상한 소설이 만들어졌다. 필력도 '이것이 과연 홍정훈 작가의 글인가?'하고 생각될 정도로 유치했으며 무엇보다 홍정훈 작가는 '오타쿠 문화'에 대해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유머러스한 전개를 위해 "~하다능"하는 캐릭터를 집어넣은 것이겠지만 유머러스한 전개보다 유치함과 거북함을 느끼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기대했던 일러스트레이터 꾸엠의 그림도 기대 이하. 정말 이쁘게 그려놓은 표지와 다르게 속지 일러스트들은 심각하게 퀄리티가 낮았다. 이번 8월에 2권이 나왔지만 2권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직 1권을 모두 읽는데 전심전력을 쏟았다. 재미있어 읽은것이 아니라 까기위해 읽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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