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3 - 지역사·외부 역사 ㅣ 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3
모리스 로사비 외 지음, 미할 비란 외 엮음, 김석환 옮김 / 사계절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성한 초목과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지닌, 아시아 중앙 내륙에 있는 몽골. 풍요로운 자연에서 유목민 생활을 하던 몽골이 어떻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을까? '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3'은 몽골이 몽골지역을 넘어 주변국과 멀리 유럽과 중동까지 진출하며 각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몽골은 중국, 아시아, 러시아, 페르시아를 넘어 멀리 유럽과 중동까지 진출하여 유라시아 전역을 연결하며 문화적, 종교적, 경제적, 지정학적, 종족적 대변혁을 일으켰다. 통혼을 통하여 관계를 돈독히 하며 각 나라의 인재, 기술자 등을 유입하여 황후, 궁인, 환관, 군사 지휘관 등 제국의 구성원으로 삼았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군사, 민간, 문화 등 제국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라시아 전역으로 파견했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넓은 지역을 통치하게 된 몽골은 도시를 건설하고 무역로를 개척하면서 동서남북 지역의 물자와 문화, 기술뿐 아니라 종교까지 교류하였다. 초원의 유목 문화 외에도 중국 문명, 이슬람 문명, 정교회 문명을 직접 통치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몽골의 소문을 들은 유럽에서는 그 소문을 따라 선교사들이 몽골을 향해 이동하면서 기독교가 전파되었고, 중국에서 화약이 전파되며 유럽에 군사혁명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많은 정복자가 식민지를 약탈하고 파괴했던 것에 비해, 몽골은 새롭게 획득한 속국들을 약탈하기보다 통치했다. 몽골은 속국을 파괴하기보다 세수를 거둬들여 앞으로의 정복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몽골은 평화적으로 항복한 나라는 살려주었지만, 끝까지 저항하는 나라는 무자비하게 공격했고 잔인하게 파괴했다. 하지만 파괴된 지역을 빠르게 복구하고 황폐해진 지역의 인구를 보충하고 도시를 부흥시키기 위해 수천 명의 농민과 장인을 이주시켜서 영토의 생산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몽골은 복속민들에게 자신의 문화를 강요하지 않았고 제국에 유익이 된다면 종족, 종교, 지위, 성별을 막론하고 외부인들에게 배우려는 실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행정, 군사 기술, 무역, 종교, 수공예, 과학, 예술, 오락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을 유라시아 전역에서 모으고 또 재분배하였다.

  몽골의 폭발적 인적 이동은 제국 안팎의 사람들을 연결했고, 과학과 기술 교류의 기회를 만들었다. 복속민들의 문화와 종교, 기술을 인정한 결과 세계적인 문명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몽골은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건설해 동서남북을 연결하고 세계를 하나로 통합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유산은 몽골의 시대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유라시아의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몽골의 유산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세계적이다. 지리, 언어, 상업, 과학, 예술 등 지식의 비약적 발전을 불러일으켰고 문화적, 종교적 상대주의를 촉발한 문화 간 접촉을 촉진했으며, 해상 무역의 발전을 포함해 장거리 상업 및 재정 교류를 장려했다. 또한 종족적, 종교적 변화로 인한 새로운 집단의 형성과 신성한 왕권이 이끄는 보편 제국 개념의 등장 등은 중세에서 근세 세계로의 이행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대 세계는 교통의 발달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하나가 되었다. 교통의 발달로 우리는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방문하며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고 무역할 수 있다. SNS로 유행이 하루 만에 전 세계로 퍼지고, 지구 이쪽 끝에서 일어난 일이 지구 저쪽 끝에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민과 다문화가정이 일상이 되었고 서로의 문화를 공유한다. 천여 년 전 이미 몽골이 이뤄낸 세계화의 모습과 닮아있다.

  책을 읽으며 새삼 몽골 제국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유목 생활하는 인구도 많지 않은 나라가 세계를 정복하고 융합하고 재편하는 과정은 놀라웠다. 아마 선입견 없이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또 유익이 된다면 편견 없이 배우려는 자세가 이런 놀라운 일을 이루는 원동력이 된 것은 아닐까?
  세계를 변화시키고 오늘날의 세계화 시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몽골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는 않다. 우리 역사에 슬프고 아프고 치욕적인-물론 이건 조정의 무능 때문이지만- 기억을 남긴 나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몽골이 폭력적이고 야만적으로 세계를 제패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고향을 잃고 강제 이송되고, 징용되고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의 아픔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런데도 몽골이 세계에 미친 영향은 인정한다.


※ 우주 @woojoos_story 진행 사계절 @sakyejul 도서지원으로 우주클럽_역사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우주서평단 #케임브리지몽골제국사 #사계절 #미할비란 #김호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비밀의 화원 ㅣ 비룡소 클래식 27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김옥수 옮김, 찰스 로빈슨 그림 / 비룡소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업무에 바쁜 아빠와 파티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엄마의 무관심,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는 아야의 손에서 자란 메리는 고집불통에 이기적인 아이로 자라났다. 제대로 된 보살핌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 사랑을 받지 못하는 대신 무엇이든 원하는 걸 마음껏 누린 메리는 사랑의 결핍을 버릇없고 폭력적인 심술로 채웠다. 거기다 병약해서 노르끼리한 얼굴에 비쩍 말라 못생긴 데다 심술꾸러기인 메리는 인기가 없다.
  사랑과 보살핌 속에 자라야 할 시기에 무관심과 방임 속에 거기다 무조건인 복종 속에 살았다면 폭군으로 자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이에게 양육자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훈육이 얼마나 필요한지 느낄 수 있다. 아이는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얼굴도 아름답고 예의도 발랐다는 저 애 엄마가 아이 방에 자주 들락거렸더라면, 아마 저 애도 아름답게 행동하는 방법을 배웠을 거요. 아름다운 부인이 불쌍하게 죽은 지금, 그 부인에게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니 참으로 슬픈 일이오.'

  콜레라로 부모가 돌아가시고 메리는 유일한 혈육인 고모부가 사시는 요크셔의 미셀스웨이트 장원으로 보내진다. 자기가 살던 인도와는 전혀 다른 환경의 황무지에서 살게 된 메리는 더 심술 맞은 아이가 되었다. 하지만 장원의 하녀 마사는 순종적이던 아야와는 달랐다. 심술을 부리며 잘 먹지도 않는 메리에게 밖에 나가서 놀라고 한다. 그러면서 '비밀의 화원'에 대한 이야기한다.
  고모부인 크레이븐씨는 부인을 잃고 그녀가 사랑했던 화원의 문을 닫아버리고 열쇠를 땅에 묻어 아무도 출입하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그 화원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화원'이 되었다.
  크레이븐씨는 사랑하는 부인의 추억이 가득한 화원을 보는 것이 너무 아팠을 것 같다. 거기다 아들은 약하게 태어나서 자신처럼 불구로 살던지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듣고 절망감에 빠져서 현실로부터 도피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사랑하는 부인을 떠올리게 하는 화원과 집과 아들을 떠나 해외로 떠돌아다닌다.

  그 뒤로 메리는 '비밀의 화원'을 찾아 정원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다 정원에서 만난 울새의 도움으로 '비밀의 화원'에 들어가는 열쇠와 문을 찾게 된다. 그곳은 누렇고 회색으로 변해있었지만, 환상적인 곳이었다. 메리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몰래 화원을 가꾸기로 한다. 자신만의 '비밀의 화원'을.
  하지만 메리는 화원을 가꾸는 방법을 몰랐다. 그러다 생명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미사의 동생 디콘의 도움으로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다. 메리는 땀 흘리며 일을 했기 때문에 식사도 잘해서 살도 오르고 몸도 점점 튼튼해졌다. 누렇던 피부도 환해지고 예뻐졌다.
  자연의 생명력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자연에서 뛰놀며 자연의 생명력을 직접 느끼며 햇살을 벗 삼아 살아가는 아이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자연이 자라고 변화하듯 아이들도 변하는 것 같다.

  '메리는 온몸으로 밀려드는 기쁨에 두 손을 꼭 쥐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봄날의 하늘이 너무나 파란데다가 거기에 분홍빛과 진주처럼 하얀빛이 넘쳐흐르고 있어 메리는 휘파람을 불며 커다랗게 노래를 부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메리는 누군가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바로 사촌인 콜린의 울음소리다. 콜린은 자기를 낳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부재와 약하게 태어나 일찍 죽거나 불구로 살게 될 거라는 불안감 속에 살아간다. 거기다 자신을 멀리하는 아버지가 자기를 미워한다는 생각에 더욱더 고집불통의 심술꾸러기가 되었다.
  하지만 메리를 만나며 콜린은 변하기 시작한다. 심술꾸러기는 심술꾸러기를 알아보는 건지 메리는 제멋대로인 콜린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고 있다. 콜린은 메리에게서 '비밀의 화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기가 직접 '비밀에 화원'에 가기로 한다. 밖으로 나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던 콜린이었지만 호기심이 불안함을 이겼다.
  자기는 일찍 죽을 거라는 두려움에 살아가던 콜린은 '비밀의 화원'에서 어떤 마법적인 힘을 느끼고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게 된다. 그 뒤 콜린은 마법의 힘을 믿고 건강해져서 영원히 살 거라고 과학적 마법시험을 시작한다. 콜린은 메리와 디콘과 함께 웃고 떠들며, 화원을 가꾸며 점점 건강해진다.
  콜린이 매일 외우던 마법 주문은 긍정적인 마음인 거 같다. 그전엔 죽는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좋아질 거라고, 건강해질 거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니 그의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
  그 긍정적인 생각 안에는 아버지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자신을 보며 걱정하고 슬퍼하는 아버지에게 자신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아버지에게 닿은 것인지 먼 해외에서 크레이븐 씨는 집으로, 정원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귀국한다. 그리고 '비밀의 화원'에서 마법처럼 뛰고 있는 아들을 만난다.

  '네. 저를 이렇게 만든 것이 화원이에요. 그리고 메리와 디콘과 동물들... 그리고 마법.'

  어릴 때 '비밀의 화원'을 읽을 때는 '비밀의 화원'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나도 그런 비밀 장소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커서 다시 읽으니 화원보다 아이들이 보이고, 그들의 환경이 보였다. 무엇보다 엄마들을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메리의 엄마와 디콘의 엄마는 대비를 이룬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아이를 버려둔 메리의 엄마와 반대로 홀로 열두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모두를 품어주고 사랑으로 양육하는 디콘의 엄마 수전. 엄마의 사랑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집불통에 이기적이던 메리와 모든 생명체가 믿고 사랑하는 디콘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를 사랑하며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엄마 수전은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다. 누구에게든지 바른말을 하는 믿음직한 분이다. 이런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가 바르고 따뜻하지 않을 수 있을까?

  비룡소 '비밀의 화원'을 읽으며 특이했던 점은 요크셔 사투리였다. 번역하면서 요크셔 지방 말을 우리나라 사투리로 표현한 점이 낯설면서도 재미있었다. 우리나라에 맞게 번역해주신 재치가 돋보였다.

  나는 요즘도 마법 가득한 '비밀의 화원'을 꿈꾼다. 그래서 넝쿨이 가득한 곳을 보면 혹시 저기 어딘가 화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비밀의 화원'을 꿈꾸지 않을까? 자연의 마법이 가득한 그곳을.


※ 우주 @woojoos_story 진행 비룡소 @birbirs 도서지원으로 우주세문단 단톡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우주세문단 #비룡소 #평생읽는클래식프로젝트 #비밀의화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대화한다는 착각 - 열심히 말하는데, 왜 마음은 멀어질까?
마이클 니콜스.마사 스트라우스 지음, 윤삼호 옮김 / 교양인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화한다는 착각'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나름대로 대화를 잘한다고 생각했고, 친구들의 얘기도 잘 들어주는 편이라 쉬운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제대로 된 대화를 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대화한다고 하면 상대방의 얘기에 조언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듣는 것이 대화라고 말한다. '공감의 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전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건 진정한 대화가 아니다. 이 책은 '1부 왜 듣기가 중요한가' '2부 왜 듣지 못하는가' '3부 어떻게 잘 들을 것인가' '4부 친밀한 관계의 듣기와 말하기' 네 챕터를 통해 듣기에 관해 얘기한다.

왜 듣기가 중요한 걸까? 한마디로 인간관계에서 성공하려면 듣기의 기술이 더없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 말을 진심으로 듣지 않는다고 느끼면 우리는 큰 상처를 받는다. 나도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경청은 아이들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감적 경청을 경험하고 자란 아이는 안정적 애착을 형성하고 자신감 있는 아이로 자라지만, 공감적 경청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은 위축되기도 하고 공격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다.
경청은 부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청이 일상화된 부부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율하며 살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부는 싸움이 계속되던지 서로 무시해 버린다. 그 외에도 친구, 동료, 지인들과도 경청은 서로의 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잘 듣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해서 잘 듣는다고 할 수는 없다. 좋은 듣기의 핵심은 공감이다. 잘 듣는 사람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고 조언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고, 함께하는 사람이다. 나를 내려놓고 상대에게 온전히 집중할 때 우리는 좋은 경청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경청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내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욕구가 있거나 혹은 그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보다 내 생각 의견을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는 것도 경청하는데 방해가 된다. 내가 상대보다 더 경험이 많고 해결할 방법도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다.

'잘 듣기 위해서는 주의, 존중, 인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먼저 상대에게 마음을 맞추고, 그 사람의 말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데서 시작한다.'

경청은 어렵다. 누구나 자기 생각을 말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잘 듣기 위해서 자기 생각을 모두 내려놓고 상대의 말을 듣는 데 집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대화 도중 조언을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끝까지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상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고 상대도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면서 나의 말도 들으려 할 것이다.

대화는 말보다는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무엇보다 내가 상대방의 말에 관심이 있고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가 느낄 수 있을 때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쓴 책이어서 그런지 예시들이 많아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각 챕터 뒤에는 '연습해보기'가 있어서 나의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다. 연습해보기를 하면서 내가 자만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진정한 대화를 한다는 건 진짜 어려운 거 같다. 본문에도 있듯이 연습하고 실패하고 연습하는 과정이 많이 필요한 거 같다. 나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해야겠다.


#대화한다는착각 #마이클니콜스 #마사스트라우스 #교양인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 @gyoyanginbooks

이 책은 @woojoos_story 모집, 교양인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제로 포인트 - 그저 행동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올바른 말을 해야 한다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혜진 옮김, 배세진 해제 / 우중몽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로 포인트는 그러므로 상황이 더는 나빠질 수 없는 지점이 아니라-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고 틀림없이 훨씬 악화될 것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하강 나선에 갇혀, 기존 체제하에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시점이다.'

  '1부 다시 원점으로'에서 지젝은 정의롭지 못하고 파괴적이며 이기적인 상황에도 돌아오라고 말하고 있다. 바로 지금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제로 포인트'다.

  지금 세계 여러 곳에선 자기의 유익을 위해 혹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자신의 폭력성을 포장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나의 목적을 위해서는 거짓말도 거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매체는 우리를 자신들이 원하는 매개체로 만들고 있다. 어딘가에 소외된 사람들은 죽음과 고통, 성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고 지금 행복하다면 진실과 정의는 외면해도 되지 않냐고 생각한다. 정의가 사라진 세대에 살고 있다.

  모두 잘 해결될 거라고, 정의는 죽지 않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가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된다. 지금 내려야 하는 결정들이 미래의 역사적 흐름을 결정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무작정 돌진하는 행동이 아니라 바른말을 해야 하는 때라고 상기시켜 주었다.

  '2부 말하기에 적절한 때는 언제인가?'는 지젝이 2023년 10월 17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식에서 '상황 분석 금지'라는 연설을 한 후 몇 개월 동안 쓴 에세이를 엮은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식 연설문에서 지젝은 가자 지구 인근의 이스라엘인을 공격한 하마스를 비판하고, 또한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를 공격하는 이스라엘을 비판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상황의 배경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지지하거나 정당화한다고 비난받는 이상한 현실 또한 비판한다. 그 후 양쪽 모두에게 공격받았다.
    그럼에도 지젝이 도서전에서 이런 연설을 한 이유는 독서를 통해서만 상황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한 곤경의 난해한 모호성과 복잡성을 뚜렷하게 만들어 주는 특권적인 수단이 문헌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리즘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모든 가치를 부정합니다. 네, 그리고 가자 지구 주민 수백만 명의 집단 응징도, 아다니아 쉬블리의 시상식 취소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에 선 것이 자랑스럽기도, 부끄럽기도 합니다.'

  [분석하지 말 것, 언급하지 말 것]

  '나는 이 편안한 중립이라는 의미에서의 중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황이 본질적으로 비극적이기에 어느 한쪽 편에 설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뿐이다. 하마스는 끔찍하고, 이스라엘은 무고하지 않다.'

  도서전 개막 연설이 공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연설이 너무 극단적이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매우 균형 잡힌 중도 입장이기 때문이다. 지젝은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운동 조직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 공격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도 귀 기울이고 그들의 과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접근법은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하는 세력들에겐, 이스라엘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주저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는 고통도 보게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무조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걸까?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국가들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죄책감으로 유대인에게 안전한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언제나 이스라엘 편에 서기로 했다. 그래서 오랜 세기 동안 다른 민족이 거주하던 가자 지구와 팔레스타인인의 땅을 유대인에게 주었다.

  '원죄는 오랜 세기 동안 다른 민족들이 거주하고 있던 땅을 유대인에게 줌으로써 홀로코스트를 속죄하려 했던 서유럽국가들에 있다.'

  그들은 지젝이 이스라엘 국가의 행위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그저 동참하리라 기대했다. 진실에 대해 어떤 분석도 하지 말고, 진실을 언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악행을 막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이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살기로 평화협정으로 맺지 않으면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에 평화는 없다.

  [모두가 들을 때 말할 것, 아무도 없을 때 철회할 것]

  '희망을 향한 첫걸음은 모든 면에서 우리가 처한 절박한 곤경을 완전히 인정하는 것이다.'

  지젝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벌이는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지지했다.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바로 보고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의 인권과 고통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전쟁의 참상을 비판하듯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의 고통에 대해서도 똑같이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종종 사람들이 불만스러워하며 '말만 하지 말고, 행동을 해!'라고 외치는 걸 듣는다. 이 맥락에서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황에 올바른 이름을 붙이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행동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올바른 말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진실을 말해야 하는 적절한 시기는 언제인가? 지젝은 진실이 그것을 듣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언제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거짓이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순간 거짓말을 하고, 그 후 진실이 별 영향 없는 사소한 수정 사항으로 받아들여질 것이 명백할 때 진실을 말함으로 사람들의 눈을 속였다.
  같은 의도로 지젝의 도서전 연설에 대해 그것이 진실이지만 이것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공개적으로 말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때야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모두가 들을 때 거짓을 말하고, 아무도 없을 때 거짓을 철회하고 진실을 말하라는 의미다.

  [듣지 않을 것, 멈추지 않을 것]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상황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가능성을 실현하면서 본래 그랬던 것으로 되어가고 있다.'

  내가 내 것이 아닌 땅 일부를 차지하고 내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안 지구, 또는 우크라이나의 일부 지역)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이 저항한다면, 나는 그들을 진압하려 하면서 자기방어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과 러시아가 그렇다.
  명백한 사실에 대한 존중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이스라엘이 벌이는 잔혹한 행위를 서구는 무조건 옹호하고, 언론은 축소, 은폐하면서 진실을 왜곡한다. 진실은 서구 미디어에서는 경시되거나 무시되어 모든 외침은 묻히고 있다. 이것은 서구 자유 민주주의 종말의 징조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피해자 지위를 사용해 자신의 팽창주의적인 지역-초강대국 정치를 정당화하고, 스스로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조작하고 이용하여 수 세기 동안 다른 사람들 것이었던 땅을 차지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서구는 이런 진실을 듣지 않고, 이스라엘은 야망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인류의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순간에 있다. 지금 내려야만 하는 결정들은 미래의 역사적 흐름을 결정할 것이다. 매우 의심스럽지만, 만약 미래에도 인류의 역사가 있다면 말이다. 환경의 대대적인 파괴를 피할, 충분히 실행 가능한 조치를 취해야 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제로 포인트에 서 있다. 사회로서 우리의 생존은 유럽 계몽주의에 뿌리를 둔 대의를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능력을 되찾는데 달려있다.

  [다시 또 요약 : 안전선을 넘어 투쟁의 현장으로]

  '나는 종종 동일한 글에 대해 정치적으로 분열된 양쪽에서 모두 공격한다면, 이것은 당신이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몇 안 되는 믿을 만한 신호라는 장 폴 사프트르의 주장을 떠올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막으려면 상호 인정하는 것이다. 강에서부터 바다 사이의 민족-종교집단 둘 다 그 땅에 대해 일정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공존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미국과 서유럽국가들은 말로는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이 행동하는 것에 의구심을 표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재정적, 군사적 지원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서구 미디어는 편향된 보도로 이스라엘의 악행을 눈감아주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전 지구적인 지정학적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고, 지역 전쟁이 일상화될 것이다.

  '나는 기부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들이 내 기부를 필요로 하지 않도록 그들과 함께 싸우고 싶고, 이것이 유혈이 낭자하고 피해자로 가득한 잔혹한 투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제로 포인트'를 읽으며 내가 참 안일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자 지구나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들이 나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였고, 뉴스를 보며 참혹함에 참담함을 느꼈을 뿐 내가 무슨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영상의 진위를 파악하지 않고 흘려보냈다. 나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행동들이 결국엔 우리에게까지 비극을 몰고 온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바로 지금이 나의 이런 무지함에서 돌이킬 '제로 포인트'인 것 같다. 진실을 제대로 알고 올바른 말을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철학 에세이는 처음이라 초반에는 읽기가 어려웠다. 읽은 부분을 또 읽고 또 읽었지만 사실 지금도 다 이해하진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제로 포인트'는 계속 읽어야 할 거 같다.
  슬라보여 지젝 선생님은 마음이 따뜻하시고 위트도 넘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부하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그건 어떤 잔혹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그들과 함께 싸우겠다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겐 어려운 철학 에세이였지만 곳곳에 남겨진 재치 있는 말들이 읽는 동안 즐거움을 주었다.

#우주클럽_철학방 #제로포인트 #슬라보예지젝 #우중몽
@woojoos_story @badahalways @woojoongmong.books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클럽_철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탄광 마을에서 자라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광부가 될 운명이었던 로버트는 16살이 되는 어느 봄날 간단한 생필품만 챙겨 바깥세상을 구경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정처 없이 여행하다 바다를 보기 위해 찾은 곳에서 노부인 덜시를 만난다.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사는 덜시와 생활하며 문학과 시에 눈을 뜨게 되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

  로버트는 광부가 될 거라 당연히 믿고 있는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사실은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 여행을 떠났을 때 그의 운명은 이미 변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덜시의 도움으로 문학과 시를 접하게 되었고 그의 삶이 바뀌었지만, 자기 삶에 안주하고 있었다면 진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네가 배운 모든 건 너 스스로 배운 거야. 내가 한 일이라곤 너에게 그쪽을 가리킨 것뿐이란다.’

  덜시로 인해 로버트의 삶이 변했듯, 로버트로 인해 덜시의 삶도 변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은 덜시의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작별 인사조차 없이 떠난 로미에 대한 원망과 그녀를 데려간 바다에 대한 미움으로 닫혔던 그녀의 마음은 로버트와 함께 생활하며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마음의 상처는 그냥 덮어둔다고 치료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상처를 바로 마주했을 때 치료된다. 로미의 마지막 편지를 발견하고 그녀의 시를 읽으며 현실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덜시의 상처가 치료되었다.

  '네가 말한 게 뭐더라? 이 책이 무척 근사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정말이지 간명하고, 정말이지 진실하다고. 진심에서 우러난 말이었고, 진심에는 언제나 귀 기울여 주어야 해. 어쩌면 세상은 로미가 남긴 마지막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구나.’

    작가인 벤자민 마이어스는 시인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글이 시처럼 아름다웠다. 영상을 보는 듯 그려지는 장면 표현도 멋지다.
  그렇게 슬픈 내용이 아니었는데도 읽으며 눈물이 났다. 조국의 잘못에 괴로워하는 여린 시인의 모습에 마음 아프고, 상실감에 마음을 닫은 노부인의 사랑에 가슴이 저렸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희망찬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엔 문학으로 시로 사람의 인생이 바뀌고, 그 순환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좋았다. 혹시 아픔에 상심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위로받으시길….

  '머지않아 [앞바다]는 수평선 너머로 밀려가 저 넓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수평선너머 #벤자민마이어스 #다산책방
@dasanchaekbang @dasanbooks

이 책은 다산책방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