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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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책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읽기로 한 것은 오로지 ‘표지’ 때문이다. 다소 밋밋해 보이는 표지인데 왜 끌렸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어쩌면 책이 나를 선택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작품은 이렇게도 다가온다.

일과 사랑을 회상하며 쓴 어느 편집자의 이야기다. 초반부터 강한 흡입력으로 흠뻑 빠져들었다. 대학 생활과 가족 이야기는 친숙했고 출판사 업무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허구적 서사가 잊고 있었던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삶은 오직 그녀의 것이다. 그렇다 해도 내 맘대로 살아지지 않는 게 인생이다. 노력과 분투로 모든 걸 얻을 수는 없으며 적당히 수용하는 법을 익혀야한다. 석주 역시 주어진 몫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일도 사랑도.

출판사에 입사한 석주는 교열부터 편집까지 다양한 업무를 익혔고 마침내 그녀만의 책을 기획한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꽤 흥미롭다. 과거 출판시장에서 벌어졌던 (선정성 논란으로 구속된) 사건을 빗댄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슈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석주는 편집자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그 일에 집중했다. 대단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그 여정은 오직 석주에게 속한 것이었고 그녀만의 것이었다.(p.264)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고가 들어간 것인지 새삼 꺠닫는 시간이었고 느슨한 연대감을 느꼈다.

선택과 집중은 일정 부분 포기를 요구한다. 석주는 편집자로서의 삶을 얻었지만 사랑과 결혼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 후회가 없다면 그걸로 족한 삶일 테지.

책을 좋아하나요?
석주가 언젠가 들었던 질문을 누군가에게 다시 하고 있다. 편집자의 세계가 궁금했던 터라 몰입해서 읽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조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책이라는 물성이 가진 매력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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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결심 - 내 삶의 언어로 존엄을 지키는 일에 대하여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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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요즘 내 인생의 화두는 단연코 ‘죽음‘이다. 아직 죽음을 생각하기엔 이르다고 할 수 있지만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 아니던가!

존엄사에 대한 생각이 많다. 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미리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미리 생각해 두고 가족에게 알려두는 편이 나을 듯하다.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싶은 맘이 크다.

고요한 결심이라는 제목이 장엄하면서도 사뭇 비장하게 느껴진다. 저자의 시어머니는 조력사를 선택하고 실행한다. 스스로 거동을 할 수 없게 되니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해 보게 된다. 하루라도 붙잡고 싶겠지만 그건 남아 있는 가족들의 욕심이고 위안이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그 결심을 따를 수 있을까.

며느리인 저자는 남은 시간을 좋은 추억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안락사나 조력사는 대부분 나라에서 불법이다. 그래서 스위스협회에 신청을 하고 날짜를 마냥 기다린다.

조력사를 위해서는 합당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자살과는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비용은 1만 유로로 생각보다 많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락사나 조력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생각해 볼 문제다.

조력사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기분이다. 때때로 울컥하고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난 어떻게 떠나보내고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 저자의 시어머니처럼 마지막 순간 ‘운이 좋았어’라고 고백하고 싶다.

안락사나 조력사를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고민해 볼 여지가 있는 주제다.

🔖p.143
"운이 좋았어"라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덜 부담스럽고, 고맙다는 말보다 더 깊고, 미안하다는 말보다 따뜻하다. 어쩌면 이별을 가장 덜 아프게 만드는, 배려의 말 같다.


#고요한결심 #이화열 #앤의서재 #에세이 #조력사 #존엄사 #안락사 #죽음 #책리뷰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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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질 혁명 - 뱃살과 질병 잡는 저속노화 식사법
야마다 사토루 지음, 오현숙 옮김 / 이아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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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최근 건강 분야의 화두는 ‘저속노화’다. 우리나라에선 정희원 노년내과 의사가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천천히 나이들고 싶은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바다.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속노화 식사법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식곤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증상이 아닌가. 저자는 식사 후 졸림은 병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고, 인슐린이 분비되면서 뇌 속 아미노산 분포가 달라져 세로토닌·멜라토닌 같은 수면 관련 물질이 증가한다. 어느 정도 자연스런 현상이라 생각하지만 매번 그렇다면 식사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p.14
당질 피로는 식후 고혈당 또는 혈당 스파이크로 인해 느끼는 식후 컨디션 난조만을 가리킨다.

당질 피로는 저자가 만든 용어인데 식사법으로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식사 순서만 바꿔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하나 더 저자가 강조하는 방법이 있는데 “로카보”다.

🔖p.118
로카보는 '느슨한 당질 제한식'을 의미하지만, 사실 핵심은 당질을 완만하게 제한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지방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배불리 먹는다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아예 먹지 않는 게 아니라 하루 130g으로 제한하고 지방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한다. 요요현상을 막고 꾸준히 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구체적인 양과 추천 음식을 알려주니 활용해볼 수 있다.

🔖p.43
지방(단백질도 마찬가지)은 식후 고혈당을 예방해주는 믿음직한 아군이다.

표지에 있는 마요네즈는 지방이 많아 꺼리는 식품이었다. 그런데 지방이 식후 고혈당을 예방해준다니 무작정 피할 게 아니라 잘 알아보고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당질 섭취량은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을 배불리 먹고, 먹는 순서에 신경 쓰기만 하면 되는 간단하면서도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로카보 식사법을 제안한다. 뱃살과 질병을 잡는 저속노화 식사법이니 식곤증이 있다면 당장 실천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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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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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는 동사<하다:걷다,묻다,보다,듣다,안다>를 주제로 한 단편소설집이다. 시리즈 첫 책은 동사 <걷다>로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성해나 작가가 포함되어 있다.

조석으로 선선해 걷기 딱 좋은 계절이다. <걷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산책이다. 느린 속도로 걷는 산책을 즐기는 편이지만 운동을 위해 속보로 걷기도 한다.

걷는다는 건 이유 불문하고 긍정적인 이미지였다. 이주혜 작가의 ‘유월이니까’를 읽기 전까지는. 살기 위해 기를 쓰고 걷는 사람들이 있다. 죽겠으니까 살려고. 그러고 보니 살기 위해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잊었을 뿐.

모든 작품에 걷는 동작이 나온다. 맨발로 걷는 사람, 관절염 때문에 뒤로 걷기 시작한 근성, 무덤만 찾아 걷는 아내, 유령 개와 산책하는 여자, 글을 써보기 위해 산책을 시도한 명길. 어쩌면 걷기는 치유와 동의어가 아닐까.

책을 읽기 전엔 사뿐사뿐 가벼운 산책만 떠올렸다. 그 이미지랑 가장 부합하는 건 임선우 작가의 <유령 개 산책하기>다. 슬픈 감정을 적당히 말랑하게 표현할 줄 아는 작가만의 매력이 듬뿍 담긴 단편이다.

<걷다>라는 행위는 같지만 5편이 각각 다른 감정을 보여준다. 갈망, 추억, 아픔, 애도, 사색 등 여러 감각을 만나면서 그들의 걸음에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앤솔러지는 한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내어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몰랐던 작가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되면서 세계가 확장되기도 한다. 이주혜 작가를 알게 된 것도 큰 소득 중 하나다.

묻다,보다,듣다,안다 나머지 시리즈도 기대하며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여러 작가의 문체와 세계관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하다 앤솔러지 추천하고 싶다.

🔖p.28
너무 늦게 이뤄진 소망은 그것을 갈망하던 시기를 계속 상기시켜서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p.49
선명함 속에선 받아들일 정보가 많고 그만큼 쉽게 피로해지곤 했다. 뭉개지고 흐리고 자글자글한 세계를 근성은 늘 더 선호했다. 지금의 고민을 잊을 수 있는 희미하지만 부드러운 세계를.

🔖p.113
너와 함께 걷고 싶었다. 그곳이 무덤가라도. 죽음의 곁이라도. 날개 달린 여자의 말대로 다 죽겠으니 살려고 걷고 있으니까.

🔖p.118
하지와의 산책은 귀찮으면서도 좋은 점이 많았다. 공기 냄새가 하루하루 다르다는 것, 들꽃 종류가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것, 동네 개들마다 성격도 취향도 제각각이라는 것을 나는 하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p.173
가장 진실한 표정은 가장 외로운 순간에 드러나는 거라고, 믿었던 순간이 명길에게는 있었다.

🔖p.178
산책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알아요? 흩어질 산, 꾀 책.
근데 그 둘을 더하면 어떻게 걷는다는 의미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걷다 #김유담 #성해나 #이주혜 #임선우 #임현 #열린책들 #하다앤솔러지 #하다 #앤솔러지 #단편소설집 #책리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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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슬그림(김예슬) 지음 / 부크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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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일상 속 작은 특별함을 모아 그림으로 담아낸 일러스트 에세이다.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나날들이지만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소소한 행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슬그림 작가가 만들어 가는 작은 상상들을 책으로 만났다.

1.웃는 날이 많아질 거야
2.천천히 걸어도 괜찮아
3.오늘이 특별해 질거야
4.더 좋은 날이 올 거야

소제목으로 나눠 구성되어 있는데 제목과는 무관하게 사계절로 묶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1장엔 봄을 기다리는 설렘이 담겨 있다. 겨울을 배웅하고 문 앞까지 찾아온 봄이 다정히 속삭인다. 분홍빛을 데려왔다고.

2장에서는 여름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상상력이 더해져 한껏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가올 가을을 3장에서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책을 애정하는 독자로서 책 속에 파묻혀 있는 모습은 절로 미소 짓게 한다. 마지막 장에선 하얀 겨울과 첫눈을 기다리는 마음이 담겨 있다.

작가의 일상을 담아낸 듯하여 마치 일기를 엿보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내 청춘의 일기를 다시 펼쳐본 느낌마저 들었고. 글과 그림이 참으로 풋풋하고 사랑스럽다. 그림이 먼저일까 글이 먼저일까 궁금했는데 에필로그에서야 그 물음이 해소됐다.

그날의 기분과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능력이다. 슬그림 작가의 일러스트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건네는 글에서는 쉼과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주문을 외워본다. 오늘은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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