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목격자
황민구 지음 / 부크럼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영상분석 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중앙대학교 첨단영상 대학원 영상학 박사를 졸업하고 여러 대학에서 영상 분석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특수 감정인에 등재되었으며 경찰청 과학수사,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 연구소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법영상분석을 위한 수십 편의 논문과 특허를 갖고 있으며, 연구한 내용은 해외 저명 학술지 등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사건을 가진 의뢰인을 만나서 영상 분석을 통해 억울한 이들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으며 다수의 방송 매체에서 이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럼 <천개의 목격자>를 보겠습니다.



영상은 시간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유일한 장비입니다. 저자에게 영상은 범인을 잡거나 억울한 사람의 누명을 풀어주는 중요한 진실의 도구입니다. 국가 수사 기관이나 감정 기관에서 판독이 불가능한 영상을 저자가 분석해 증거자료로 제출했으나 재판장은 납득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저자는 검사의 질문이 영상 속 진실보다 영상을 분석한 황민구에게 맞춰 그를 신뢰할 수 있는가를 문제 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달리다 법정을 나와 차량 앞에 서는 순간 가슴이 울컥한 저자, 아무리 영상 분석을 해서 증거를 보여줘도 국가 기관에서 일하는 감정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믿어주지 않는다면 이 일을 할 필요가 있을지에 괴로워합니다. 자신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인지 고심하며 마음의 쓰라린 상처를 겨우 달랬답니다. 그렇게 진지하게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던 중에 사건의 피고인이 감사하다며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전화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죄 없는 사람이 감옥에 가는 것을 막았다는 생각에 다시 힘을 냅니다. 법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해야 하는 것이 법이지만 가끔 무고한 사람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자의 일은 누구를 대변하는 게 아닙니다. 누구를 대변하는 일은 변호사들의 일입니다. 자신의 일은 영상 분석을 통해 식별되는 사항을 있는 그대로 감정서에 기재하는 일이고, 그 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2013년 박사학위를 받고 그해 10월경에 연구소를 설립한 저자는 초장기라 그런지 손님이 없어 한가했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그때 자매가 와서 영상을 의뢰합니다. 성인 동영상 속 여자의 모습이 의뢰인의 모습과 비슷하다며 회사에서 메신저로 사진을 공유하고 자꾸 뒷말을 한답니다. 의뢰인은 자신이 아니라고 수없이 말했지만 비웃고, 수군거리는 모습에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대인 기피증이 생겨 집에만 있답니다. 그녀는 영상 속 등장인물이 자신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혹시 자신의 얼굴만 따서 합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할 정도로 정신이 병들어 있었습니다. 저자는 일주일간 영상 분석과 3D 계측을 통해 12월 24일 자매를 만나 결과를 말했습니다. 보고서를 보여주며 분석된 내용을 천천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설명을 들은 의뢰인의 얼굴이 점차 환해지며 언니를 안고 울었습니다. 자신이 아니라며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에 이렇게 행복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답니다. 혹시 누군가 또다시 그런 말을 한다면 보고서를 보여주고, 그래도 못 믿겠다면 저자가 대신 싸워줄 테니 연락처를 그들에게 주라고 일렀답니다. 행복하게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저자도 뿌듯했습니다.


예전과 다르게 지금 경찰청은 영상 분석 경력 채용을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전문가가 고용되었고, 저자가 아는 후배들도 분석관으로 임용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저자는 경찰수사연수원에서 과학수사 요원들에게 법영상을 강의하고 있고, 강의하는 충남대학교 과학수사학과에서 법영상분석을 공부하며 경찰을 꿈꾸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자의 방송 출연을 보고 법영상 분석가를 꿈꾸는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가끔 직원은 후계자를 양성하라고 합니다. 지식을 전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영상 분석가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엄격할 수밖에 없답니다.




지금까지 저자는 수천 개의 목격자를 만났습니다. 이 목격자들은 억울하게 교도소에 갇힌 사람의 무죄를 밝혀 주거나, 범죄를 숨기려는 자에게 채찍질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이 수천 개의 목격자가 품고 있는 진실의 힘은 강력합니다. 누군가는 쉽게 영상 보면서 돈을 버니 좋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동차가 밟고 지나가서 사망한 사람도 보고, 벽돌에 머리를 맞아 죽은 사람도 보고, 난간에서 발을 헛디뎌 실족하여 죽는 사람도 봅니다. 그 외에도 끔찍하고 비극적인 영상을 수없이 많이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본 것을 보이는 대로 말합니다. 저자를 있게 한 근본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말하는 것. (p. 315)


간혹 돈으로 회유하여 눈을 가리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슈화될 것이 두려워 입 닫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과는 절대 타협을 하지 않고 저자는 지금까지 영상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정말 힘든 일입니다. 이런 직업의식을 갖고 일하는 저자를 보며 혹시라도 나에게, 혹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억울한 일이 생긴다면 이 분을 찾아가면 진실을 밝힐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77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태어나 후쿠시마대학 행정사회학부를 졸업한 저자는 2002년 "총"으로 신초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습니다. 2003년 "차광"으로 전작에 이어 다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4년 노마문예신인상을 받았습니다. 2005년 "악의의 수기"로 미시마유키오상 후보에 올랐고, 같은 해 "흙 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습니다. 2010년 "쓰리"로 오에겐자부로상을 받아 지금까지도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럼, <미궁>을 보겠습니다.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어린 내게 말합니다. 사람들과 그럭저럭 어울려 사는 존재가 되느냐, 아니면 사람들이 모두 등을 돌리는 존재가 되느냐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고요. 그 남자는 나의 분신 R이 이물(異物)이며 그 분신에게 책임져 달라며 떠넘기라고 합니다. 나의 침묵을, 오른쪽 허벅지를 긁어대는 버릇을, 오른쪽 눈만 질끈 감는 습관적인 틱을, 새엄마의 속옷을 훔치는 것을, 같은 반 친구 유리를 껴안아버리는 실수를, 남을 믿지 않는 것을, 남을 경멸하는 습관을, 남이 나를 만질 때의 이질감 등을요. 만일 그렇게 되면 그럭저럭 내 삶이 명랑해질 거라고 합니다.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나는 술집에서 처음 만난 사나에 씨와 밤을 보냈습니다. 그녀는 나와 중학교 동창이라고 하는데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녀의 집엔 남성 정장이 걸려져 있었고, 급한 대로 그 옷을 입고 출근했습니다. 퇴근하려고 빌딩을 나오는데 탐정이라는 남자가 사나에 씨를 아냐고 물어봅니다. 그는 내가 입은 양복을 입은 사람을 찾고 있다며, 행방불명이 되었는데, 그녀의 집에 자주 들락거렸다고 합니다. 사나에라는 여자는 유명한 사람이며 히오키 사건의 유가족이라고 합니다.


히오키 사건은 1988년 내가 열두 살에 일어난 미궁 사건입니다. 언론에서는 '종이학 사건'으로 불렸습니다. 도쿄 네리마구의 민가에서 히오키 다케시라는 남성과 그의 아내 유리, 그리고 15살 아들이 사체로 발견되었고, 12살 딸만 살아남았습니다. 당시 이 민가는 밀실 상태로, 현관, 창문, 모든 곳이 잠겨 있었습니다. 다만 한 군데, 화장실 창문은 열려 있었으나 너무나 작아서 어린아이가 아니면 드나들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일가족 자살인 줄 알았으나 남편과 아내가 모두 예리한 흉기에 의해 살해되었고, 아들은 심하게 구타를 당한 끝에 독극물을 먹고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장에 흉기는 없었고, 남편에게도 아들과 마찬가지로 구타를 당한 흔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주먹에 의한 것이고 왼손잡이라고 합니다. 범행 현장에는 사체를 장식하듯이 무수한 종이학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특히 옷을 입지 않은 상태의 아내 유리의 사체는 종이학에 파묻혀 있었고, 숫자는 도합 312개입니다. 지문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사건으로부터 한 달 뒤 용의자를 검거했으나 기소에 이르지 못했고, 사건은 점차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이 미궁 사건에서 수면제를 먹고 벽장 안에서 잠이 든 사나에는 22년이 지난 후인 지금도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녀는 범인이 10년 후에 다시 만나러 온다고 했답니다. 미궁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 R은 영원히 사라졌는지, <미궁>에서 확인하세요.




<미궁>의 화자인 나는 어릴 적 주위에 기댈 사람이 없어 가공의 인물 R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버릇과 행동을 했고, 주위 사람들도 내게 등을 돌렸습니다. 결국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았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R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범죄 뉴스 등을 봤을 때, 내가 주위에 명랑한 사람이라는 연기를 하고 있을 때, R이 자신을 버리고 범죄자 속으로 들어간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나의 생각과 주위 사람들에게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모습이 교차되면서, 미궁 사건의 유가족인 사나에를 만납니다. 그녀는 10년 뒤 범인이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말을 들었으나 10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유예가 더 무섭답니다. 점점 드러나는 그녀의 비밀과 그녀를 만나고부터 오른쪽 눈을 무의식적으로 손끝으로 자꾸 만지는 나까지, 주인공 나의 일그러진 심리를 보고 있으면 대지진이란 자연재해를 겪고 난 후 무력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무 힘도 없는 어릴 때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과연 주인공처럼 되지 않는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 것입니다. 읽을수록 제목처럼 미궁 속에 빠지는 기분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냥과 버섯구름 - 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세계사
오애리.구정은 지음 / 학고재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문사 기자로 국제부와 문화부 등에서 오랫동안 일한 뒤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의 역사적인 맥락을 전하고 인문사회적인 이해를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는 오애리 작가, 분쟁과 테러, 재해에 대한 국제 기사를 많이 쓴 신문기자로 평화와 인권과 환경과 평등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구정은 작가가 함께 쓴 <성냥과 버섯구름>을 보겠습니다.



여성의 몸에 자유를 더해준 생리대의 역사를 아시나요. 전통적으로 여성들은 쓸모 없어진 천을 잘라 접어서 생리대로 썼습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생리대를 생각해낸 사람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입니다. 그가 전쟁터에서 군인들의 출혈을 막기 위해 일회용 패드를 고안했는데, 이것이 1888년 영국에서 상품화돼 사우스올스 패드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고, 미국에서 존슨 앤드 존슨사에서 리스터스 타월이라는 비슷한 상품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초창기의 생리대는 값이 비쌌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으로 터놓고 살 수가 없었습니다. 1956년 미국 여성 메리 커너가 방수재가 든 생리대의 특허를 신청했으나 흑인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방수재를 넣은 생리대는 널리 퍼져나갔고, 접착 띠가 붙은 상품이 1980년대에 나왔습니다. 이제 생리대의 날개가 탄생했고, 젤 흡수제를 넣어 흡수 기능도 획기적으로 높였습니다. 1980년대 이후 세계 대부분 지역에 생리대가 퍼졌지만 저개발국의 빈곤층에게 생리대는 너무 비싼 사치품입니다. 국제 구호기구 월드비전은 2015년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이름으로 저개발국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후원하는 사업을 벌였습니다. 월드비전에 따르면 위생용품이 없어 학교에 결석하는 여학생이 세계에 6억 명이 되었습니다. 인도의 아루나찰람 무루가난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판 중인 생리대의 1/3의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저가 생리대 기계를 만들어 인도 곳곳에 보급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생리대 면세 운동이 벌어졌고, 생리대 속 화학물질의 안전성도 부각되었습니다.


무루로아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환초입니다. 프랑스가 환초와 주변 섬들을 자기네 땅으로 만든 뒤 1996년까지 핵실험을 했습니다. 무루로아와 그 옆 팡가타우파 환초 등에서 실시한 핵폭발은 193회에 이릅니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물론 타히티 등 태평양 섬 사람들은 지금도 핵실험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21년 3월 9일 프랑스 학자들과 독립 언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등은 프랑스군이 기밀 해제한 문서 2000여 건과 현지 주민들의 증언, 학자들의 추산 등을 종합하는 2년여의 작업을 통해 피해 상황을 파악한 '무루로아 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고, 그 일대에 거주하던 이들 거의 모두가 피해를 받았습니다. 폴리네시아 출신으로 프랑스 정부에 피해를 보상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겨우 63명에 그쳤습니다. 그 외에도 미국과 중국 등에서 핵실험을 했으나 특히 중국은 1980년대 이후로는 핵실험을 한 적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커피는 돈 되는 작물이지만, 그 소득은 대체로 대형 식품 회사나 대지주에게 가기 마련입니다. 자작농보다는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농장들은 전에는 노예를 동원했고, 지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씁니다. 이 때문에 커피 같은 작물은 제국주의적인 식물로 여겨지거나 착취형 작물이라는 비난을 받곤 하고, 공정 무역 커피가 나온 것도 그런 배경입니다. 하지만 함정을 피해 간 나라도 있습니다. 중미의 코스타리카가 그렇습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어쩔 수 없이 환경을 파괴하기 마련입니다. 커피로 인한 환경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커피나무는 원래 그늘진 숲에서 자라지만 산업이 커지면서 땡볕에 재배하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그늘 재배에 비해 수확량이 많게는 다섯 배까지 늘어나지만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환경 단체들은 지적합니다. 또 커피 재배에는 물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갑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까지 들어가는 물이 무려 140리터에 이른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잦아지는 지역이 늘어나는데 특히 아라비카 원두를 재배하는 나라들이 가뭄 피해가 큽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지만 커피 생산 자체가 물을 많이 빨아들이기 때문에 악순환이 심해집니다. 이제 농민의 권익뿐 아니라 환경 피해를 줄이는 지속 가능한 커피 생산도 화두가 됩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지구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국제 뉴스를 접하다 보면 거리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아무래도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느낌 때문이죠. 이런 뉴스들을 보고 듣고 읽으면서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기억해야 할 뉴스와 목소리가 있습니다. 평화, 여성, 인권, 소수민족과 원주민 문제, 환경 문제 등에서 목소리를 내온 이들입니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갑니다. 우리 주변의 물건들, 뉴스에서 스쳐 지나가는 장소들, 나와 상관없이 보이는 사건들 속에 그런 역사가 있고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냥과 버섯구름>은 이런 역사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여다봅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쓰는 것들, 뉴스에서 한 번 듣고 스쳐 지나가는 장소들, 흥미로운 화제 정도로 생각했던 사건 속에 숨겨진 의미와 역사를 되짚어보는 책이며, 우리 주변 일상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일상의 세계사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취업을 뽀개는 면접 레볼루션
김단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취업 컨설팅 전문 기업 '이커리어' 수석 컨설턴트를 역임한 저자는 좋은 면접이란 좋은 글에서 출발한다는 명제 아래 수많은 취업 준비생을 성공적으로 지도했습니다. 컨설팅 경험을 통해 얻은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취준생 면접준비, <취업을 뽀개는 면접 레볼루션>을 집필했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취업을 하기 위해선 서류를 통과하고 면접에 합격해야 합니다. 서류심사, 필기시험, 인적성검사, 논술시험 등은 사활을 걸고 준비하면서 면접 준비에는 소홀한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취업 준비생이 면접 준비를 게을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면접이 예측 불가능하고 변수가 많아 준비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면접이야말로 노력과 성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면접관은 무엇이 외운 답변이고, 무엇이 면접장에서의 아이디어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면접장에서 질문과 답변 사이에 주어지는 3초의 시간은 A부터 Z까지 새로운 생각을 하는 시간이 아닌, 이미 준비된 말들의 조합과 배열에 대해 순간적인 판단을 내리는 시간입니다.


면접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편하게 떠드는 대화가 아닙니다.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경쟁자는 많습니다. 그만큼 말에 힘 있고 듣는 맛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유려한 답변도 중요하지만 가능하다면 말에 엣지를 한 스푼 정도 첨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말에 엣지를 더하기 위해, 그중에서도 면접에 특화된 방법으로 개념재정의, 인용, 비유와 묘사, 역설 및 통념 반박의 방법을 설명하고, 예시로 보여주며, 사례를 실었습니다.


면접장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질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교집합이 많은 문장을 '답변 농축액'이라 하고, 이 책에서는 '자기소개, 성장 내러티브, 역량 어필, 비즈니스의 현재상, 비즈니스의 미래조감도'로 선별했습니다. 자기소개서는 면접을 여는 포문과 같습니다. 자기소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되면 심리적 안정감이 생겨 이어지는 질문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자기소개서의 핵심 키포인트는 '키워드 제시, 키워드에 대한 설명, 역량 포인트 제시, 인용, 기여 제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핵심 키포인트를 숙지하고 어떤 내용을 넣으면 되는지, 유의할 사항과 주의점을 자세히 알려줍니다. 나머지 답변 농축액의 핵심 키포인트도 함께 설명합니다.


이제 완성된 답변 농축액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를 소개합니다. 더불어 수정과 퇴고를 거친 후 여러 번 실전처럼 연습하고, 책에 실린 마인드 셋까지 준비되었다면 면접 준비는 완성입니다.




'테드(TED)'에서 유명한 연사들의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영상의 참여자는 일반인보다 강연 경험이 많은 이들이 대부분인데, 이들 역시도 스스로를 혹사시키면서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율적이며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도 이렇게 연습에 연습을 거쳐 강연에 나가거나 혹은 영상을 찍습니다. 합격을 원하는 취업 준비생은 면접 준비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나요. 테드의 연사와 비교하면 우리들의 강연 경험은 빈곤하고, 스크립트의 퀄리티는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철저하게 연습해야만 합니다.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싶다면 스터디 카페에서 몇 번 낭독하고, 족보라는 것을 돌려보는 데에 만족하지 말고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취업을 뽀개는 면접 레볼루션>에서 알려주는 방법을 통해 면접 준비를 해서 합격에 한걸음 다가가길 바랍니다.




컬처300 으로부터 제품을 무상으로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른 여름
김희진 지음 / 폭스코너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혀"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고양이 호텔", "옷의 시간들", "양파의 습관", "두 방문객", "얼마나 이상하든"의 장편소설과 소설집 "욕조" 등을 썼습니다. 그럼 <다른 여름>을 보겠습니다.



한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검은 피부의 장세오, 37살인 그는 백화점에서 명품 브랜드의 바지, 셔츠, 넥타이와 벨트, 구두와 여행용 가방을 샀습니다. 비밀번호로 열리는 트렁크에 무언가를 넣고 숫자 다이얼을 흩트린 뒤에 주머니에 핸드폰과 지갑, 먹다 남은 우울증 약을 버리고 두통약을 넣은 뒤 집을 나섰습니다. 놀이공원의 호랑이 탈을 쓰고 일하는 그는 5일간의 휴가를 받은 후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의 엄마는 장세오에게 형과 누나처럼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며 죽기 전까지 결백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죽고 난 후 19살 난 그를 남기고 가족들은 사라졌고 지금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지하철 종점에 다다르기 전 겨우겨우 용기를 쥐어짜내 사람들에게 자신과 하루 동안만 같이 있어주는 사람에게 트렁크와 이 안에 든 것을 몽땅 주겠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보고, 검둥이 새끼라며 수작 부리지 말라고 합니다. 지하철이 열려 그는 겨우 내렸고, 의자에 앉아 두통약을 먹으며 괜한 일을 계획했나 후회합니다. 그때 어떤 여자가 세오가 한 말이 맞냐며 물었고, 트렁크를 들고 가려고 합니다. 세오가 꽉 쥐고 안 주려고 버티자 여자는 도둑이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난동 소리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이런 상황이라면 그가 도둑으로 몰릴 수 있기에 세오는 트렁크를 들고 도망갑니다.


외국인 거리를 다니며 사람을 물색하다 공원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는다는 게 잠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그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고, 어떤 여자가 스페인어 할 줄 아냐며 물어봅니다. 그녀는 절박하고 간절하게 스페인어 번역만 할 줄 알아도 된다며 서툴러도 괜찮다고 다시 한번 물어봅니다. 그녀의 사정이 궁금한 세오는 무엇 때문에 그런지 물어봤고, 그녀는 사례는 꼭 할 거라며 다시 부탁합니다. 세오는 제발로 나타나 말까지 걸어준 그녀를 놓칠 수 없어 대학에서 배웠다며 오래돼서 잊어버렸다고 말합니다. 그녀 조소라는 도와만 준다면 며칠이 걸리든 상관없다고 답했고, 편지를 번역하면 된다고 합니다. 세오는 세 장에 걸친 장문의 편지를 보고 서한 사전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그녀는 곧바로 일어나 사러 갑니다. 다시 돌아온 그녀의 손엔 스타벅스 커피가 들려있었고, 근처 서점엔 사전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편의점에서 일회용 밴드를 주고 붙이라며 한국말을 어떻게 잘하냐고 물어봅니다. 세오는 자신의 신상을 말했고 그녀는 믿습니다. 소라는 대가 없이 명품 트렁크를 가지기 미안하다며 자신의 편지를 번역해 줄 때까지 세오와 같이 있겠다고 합니다.


사전을 사 오겠다는 핑계로 공원을 나섰던 세오는 명문 사립대학교에 가서 서한 사전을 샀고, 문구점에 들려 연필과 지우개를 사고, 편지를 복사한 다음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에게 서어서문학과인지 묻어보았습니다. 계속 허탕만 치다가 도서관에서 복사본 뒷면에 서어서문학과 학생을 찾는다는 글을 쓰면서 다시 돌아다녔습니다. 겨우 한 학생이 그 글씨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고 밖에서 잠시 얘기하겠다는 말에 그는 낯선 검둥이인 자신을 따라와 주었습니다. 편지 복사본을 주며 돈을 주겠으니 번역해달라고 부탁했고, 그 남학생은 시험기간이라 빨리는 못하고 2학년이라 더딜 거라 말합니다. 세오는 괜찮다며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고 번역된 문장은 되는대로 문자메시지로 보내달라고 합니다. 공원에 다시 간 세오는 편지를 보낸 미겔과 그녀의 만남이 궁금해 물어보았습니다. 소라는 2년 전 산티아고 순례를 떠났고, 26일차 때 한국인 입양아인 미겔을 만났답니다. 하지만 미겔은 아기 때 입양되어 한국말은 전혀 못해서 둘은 짧은 영어와 몸짓으로 대화를 했고 함께 순례길을 동행했답니다. 소라는 미겔의 주소를 물었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그에게서 답장이 왔답니다.


세오의 트렁크 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소라가 받은 답장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다른 여름>에서 확인하세요.




태어날 때부터 남과 확연히 피부색으로, 그것도 검정 피부색으로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에게마저 외면을 받은 장세오. 그에게는 분명 아버지였고 형과 누나였지만 그들에게는 그는 아들도 동생도 아닌 그저 피와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일 뿐입니다. 그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들이라고, 형제 남매라고 수군거리고 욕하는 말을 계속 들었을 테니 그의 존재가 싫겠지요. 어머니가 죽기 전까지 세오를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말했지만 마음 한편엔 의심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조소라가 솔직한 어머니를 믿으라며, 거짓말도 진짜로 믿고 사는 세상인데, 진짜를 진짜로 안 믿으면 어떡하냐며 타박합니다. 피부색이 다른 세상에서 살면서 이유 없는 모욕과 폭력을 받고, 경계와 경멸과 천대를 당한 세오는 그를 믿어주는 소라의 말에 감격합니다. 타인의 친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세상을 살아왔던 세오는 그녀라면 자신의 뜻을 따라주리라 생각했고 그렇게 그녀와의 여행은 시작됩니다. 소라는 마음이 따뜻했고, 그를 걱정했으며, 그를 대신해 화를 내고 슬퍼했습니다.


<다른 여름>을 읽으며 우리와 다른 모습과 행동을 지닌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했나 생각했습니다. 말로는 그러지 않아도 눈빛으로, 행동으로, 생각으로 그들을 테두리 밖으로 배제하지 않았나 떠올려보았습니다. 편견이 얼마나 사람의 생각과 행동, 말을 가두는 것이며, 편견으로 인한 차별을 당한 사람들에게 큰 상처가 되는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글로벌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편견과 차별에 갇힌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녀는 까만 피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상처를 볼 줄 아는 섬세함을 가졌다.

아무도 타인의 발뒤꿈치 따윈 보려 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p. 57)


"누구나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전 후회하는 삶이 좋아요.

후회가 없으면 반성도 없을 거고, 반성이 없으면 달라질 내일도 없지 않겠어요?" (p. 107)


"의사를 제외하고 두통은 좀 어떠냐고 물어봐 준 사람은 그녀가 처음인 것 같아서였다.

자기가 누군가의 염려가 됐다는 사실, 그 감정이 한없이 낯설어서 그는 눈을 깜빡거리고 또 깜빡거렸다." (p. 165)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