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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목격자
황민구 지음 / 부크럼 / 2022년 8월
평점 :
법영상분석 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중앙대학교 첨단영상 대학원 영상학 박사를 졸업하고 여러 대학에서 영상 분석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특수 감정인에 등재되었으며 경찰청 과학수사,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 연구소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법영상분석을 위한 수십 편의 논문과 특허를 갖고 있으며, 연구한 내용은 해외 저명 학술지 등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사건을 가진 의뢰인을 만나서 영상 분석을 통해 억울한 이들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으며 다수의 방송 매체에서 이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럼 <천개의 목격자>를 보겠습니다.
영상은 시간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유일한 장비입니다. 저자에게 영상은 범인을 잡거나 억울한 사람의 누명을 풀어주는 중요한 진실의 도구입니다. 국가 수사 기관이나 감정 기관에서 판독이 불가능한 영상을 저자가 분석해 증거자료로 제출했으나 재판장은 납득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저자는 검사의 질문이 영상 속 진실보다 영상을 분석한 황민구에게 맞춰 그를 신뢰할 수 있는가를 문제 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달리다 법정을 나와 차량 앞에 서는 순간 가슴이 울컥한 저자, 아무리 영상 분석을 해서 증거를 보여줘도 국가 기관에서 일하는 감정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믿어주지 않는다면 이 일을 할 필요가 있을지에 괴로워합니다. 자신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인지 고심하며 마음의 쓰라린 상처를 겨우 달랬답니다. 그렇게 진지하게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던 중에 사건의 피고인이 감사하다며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전화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죄 없는 사람이 감옥에 가는 것을 막았다는 생각에 다시 힘을 냅니다. 법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해야 하는 것이 법이지만 가끔 무고한 사람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자의 일은 누구를 대변하는 게 아닙니다. 누구를 대변하는 일은 변호사들의 일입니다. 자신의 일은 영상 분석을 통해 식별되는 사항을 있는 그대로 감정서에 기재하는 일이고, 그 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2013년 박사학위를 받고 그해 10월경에 연구소를 설립한 저자는 초장기라 그런지 손님이 없어 한가했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그때 자매가 와서 영상을 의뢰합니다. 성인 동영상 속 여자의 모습이 의뢰인의 모습과 비슷하다며 회사에서 메신저로 사진을 공유하고 자꾸 뒷말을 한답니다. 의뢰인은 자신이 아니라고 수없이 말했지만 비웃고, 수군거리는 모습에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대인 기피증이 생겨 집에만 있답니다. 그녀는 영상 속 등장인물이 자신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혹시 자신의 얼굴만 따서 합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할 정도로 정신이 병들어 있었습니다. 저자는 일주일간 영상 분석과 3D 계측을 통해 12월 24일 자매를 만나 결과를 말했습니다. 보고서를 보여주며 분석된 내용을 천천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설명을 들은 의뢰인의 얼굴이 점차 환해지며 언니를 안고 울었습니다. 자신이 아니라며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에 이렇게 행복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답니다. 혹시 누군가 또다시 그런 말을 한다면 보고서를 보여주고, 그래도 못 믿겠다면 저자가 대신 싸워줄 테니 연락처를 그들에게 주라고 일렀답니다. 행복하게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저자도 뿌듯했습니다.
예전과 다르게 지금 경찰청은 영상 분석 경력 채용을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전문가가 고용되었고, 저자가 아는 후배들도 분석관으로 임용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저자는 경찰수사연수원에서 과학수사 요원들에게 법영상을 강의하고 있고, 강의하는 충남대학교 과학수사학과에서 법영상분석을 공부하며 경찰을 꿈꾸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자의 방송 출연을 보고 법영상 분석가를 꿈꾸는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가끔 직원은 후계자를 양성하라고 합니다. 지식을 전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영상 분석가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엄격할 수밖에 없답니다.
지금까지 저자는 수천 개의 목격자를 만났습니다. 이 목격자들은 억울하게 교도소에 갇힌 사람의 무죄를 밝혀 주거나, 범죄를 숨기려는 자에게 채찍질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이 수천 개의 목격자가 품고 있는 진실의 힘은 강력합니다. 누군가는 쉽게 영상 보면서 돈을 버니 좋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동차가 밟고 지나가서 사망한 사람도 보고, 벽돌에 머리를 맞아 죽은 사람도 보고, 난간에서 발을 헛디뎌 실족하여 죽는 사람도 봅니다. 그 외에도 끔찍하고 비극적인 영상을 수없이 많이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본 것을 보이는 대로 말합니다. 저자를 있게 한 근본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말하는 것. (p. 315)
간혹 돈으로 회유하여 눈을 가리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슈화될 것이 두려워 입 닫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과는 절대 타협을 하지 않고 저자는 지금까지 영상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정말 힘든 일입니다. 이런 직업의식을 갖고 일하는 저자를 보며 혹시라도 나에게, 혹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억울한 일이 생긴다면 이 분을 찾아가면 진실을 밝힐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