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과 버섯구름 - 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세계사
오애리.구정은 지음 / 학고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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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기자로 국제부와 문화부 등에서 오랫동안 일한 뒤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의 역사적인 맥락을 전하고 인문사회적인 이해를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는 오애리 작가, 분쟁과 테러, 재해에 대한 국제 기사를 많이 쓴 신문기자로 평화와 인권과 환경과 평등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구정은 작가가 함께 쓴 <성냥과 버섯구름>을 보겠습니다.



여성의 몸에 자유를 더해준 생리대의 역사를 아시나요. 전통적으로 여성들은 쓸모 없어진 천을 잘라 접어서 생리대로 썼습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생리대를 생각해낸 사람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입니다. 그가 전쟁터에서 군인들의 출혈을 막기 위해 일회용 패드를 고안했는데, 이것이 1888년 영국에서 상품화돼 사우스올스 패드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고, 미국에서 존슨 앤드 존슨사에서 리스터스 타월이라는 비슷한 상품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초창기의 생리대는 값이 비쌌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으로 터놓고 살 수가 없었습니다. 1956년 미국 여성 메리 커너가 방수재가 든 생리대의 특허를 신청했으나 흑인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방수재를 넣은 생리대는 널리 퍼져나갔고, 접착 띠가 붙은 상품이 1980년대에 나왔습니다. 이제 생리대의 날개가 탄생했고, 젤 흡수제를 넣어 흡수 기능도 획기적으로 높였습니다. 1980년대 이후 세계 대부분 지역에 생리대가 퍼졌지만 저개발국의 빈곤층에게 생리대는 너무 비싼 사치품입니다. 국제 구호기구 월드비전은 2015년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이름으로 저개발국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후원하는 사업을 벌였습니다. 월드비전에 따르면 위생용품이 없어 학교에 결석하는 여학생이 세계에 6억 명이 되었습니다. 인도의 아루나찰람 무루가난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판 중인 생리대의 1/3의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저가 생리대 기계를 만들어 인도 곳곳에 보급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생리대 면세 운동이 벌어졌고, 생리대 속 화학물질의 안전성도 부각되었습니다.


무루로아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환초입니다. 프랑스가 환초와 주변 섬들을 자기네 땅으로 만든 뒤 1996년까지 핵실험을 했습니다. 무루로아와 그 옆 팡가타우파 환초 등에서 실시한 핵폭발은 193회에 이릅니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물론 타히티 등 태평양 섬 사람들은 지금도 핵실험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21년 3월 9일 프랑스 학자들과 독립 언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등은 프랑스군이 기밀 해제한 문서 2000여 건과 현지 주민들의 증언, 학자들의 추산 등을 종합하는 2년여의 작업을 통해 피해 상황을 파악한 '무루로아 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고, 그 일대에 거주하던 이들 거의 모두가 피해를 받았습니다. 폴리네시아 출신으로 프랑스 정부에 피해를 보상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겨우 63명에 그쳤습니다. 그 외에도 미국과 중국 등에서 핵실험을 했으나 특히 중국은 1980년대 이후로는 핵실험을 한 적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커피는 돈 되는 작물이지만, 그 소득은 대체로 대형 식품 회사나 대지주에게 가기 마련입니다. 자작농보다는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농장들은 전에는 노예를 동원했고, 지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씁니다. 이 때문에 커피 같은 작물은 제국주의적인 식물로 여겨지거나 착취형 작물이라는 비난을 받곤 하고, 공정 무역 커피가 나온 것도 그런 배경입니다. 하지만 함정을 피해 간 나라도 있습니다. 중미의 코스타리카가 그렇습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어쩔 수 없이 환경을 파괴하기 마련입니다. 커피로 인한 환경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커피나무는 원래 그늘진 숲에서 자라지만 산업이 커지면서 땡볕에 재배하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그늘 재배에 비해 수확량이 많게는 다섯 배까지 늘어나지만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환경 단체들은 지적합니다. 또 커피 재배에는 물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갑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까지 들어가는 물이 무려 140리터에 이른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잦아지는 지역이 늘어나는데 특히 아라비카 원두를 재배하는 나라들이 가뭄 피해가 큽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지만 커피 생산 자체가 물을 많이 빨아들이기 때문에 악순환이 심해집니다. 이제 농민의 권익뿐 아니라 환경 피해를 줄이는 지속 가능한 커피 생산도 화두가 됩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지구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국제 뉴스를 접하다 보면 거리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아무래도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느낌 때문이죠. 이런 뉴스들을 보고 듣고 읽으면서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기억해야 할 뉴스와 목소리가 있습니다. 평화, 여성, 인권, 소수민족과 원주민 문제, 환경 문제 등에서 목소리를 내온 이들입니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갑니다. 우리 주변의 물건들, 뉴스에서 스쳐 지나가는 장소들, 나와 상관없이 보이는 사건들 속에 그런 역사가 있고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냥과 버섯구름>은 이런 역사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여다봅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쓰는 것들, 뉴스에서 한 번 듣고 스쳐 지나가는 장소들, 흥미로운 화제 정도로 생각했던 사건 속에 숨겨진 의미와 역사를 되짚어보는 책이며, 우리 주변 일상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일상의 세계사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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