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 - 명화 한 점, 글 한 편, 그리고 나를 위한 필사의 시간
박은선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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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필사단으로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미술 교사이자, 꾸준히 글을 쓰는 저자는 마음에 닿는 문장을 책에서 수집하고, 그림 앞에서 감각을 확장하는 시간을 사랑합니다. 주요 저서로는 "세상을 바꾼 미술사 이야기", "엄마의 큰 그림", "책 읽기보다 더 중요한 공부는 없습니다", "미술관을 걷는 아이", "명문대 필독서 365(공저)" 등이 있습니다. 그럼, <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를 보겠습니다.



어릴 땐 몰랐습니다. 공상가이자 수다쟁이인 줄만 알았던 빨간 머리 앤이 희망의 여왕인 것을요. 열심히 해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현실에 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희망을 가지라고 말한다고 해서 희망이 오지 않습니다. 그만큼 힘이 들 때 희망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빨간 머리 앤은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많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는 요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하루가 감사할 지경입니다. 평범한 일상이 더없이 소중한 것은 바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신실하게 살아간 수많은 이들 덕분이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에는 남의 시선과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 보다, 나의 호흡으로 살아가라고 적혀 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책에서 고른 명문장과 잭슨 폴록의 그림을 보면서 나만의 방식과 나만의 리듬으로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어릴 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철없이 나이만 먹을 뿐 크고 작은 일이 닥치면 또 흔들리고 넘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어떻게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것이 바로 필사였습니다. 필사를 한번 시작해 보니 나를 돌아보며 좋은 문장을 되새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떤 책으로 필사를 해도 나쁘지 않지만, 이왕이면 좋은 문장이 들어있는 필사 책이 좋습니다. 거기에 명화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는 필사 노트로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16년 차 현직 미술교사인 저자는 마음을 붙들어주는 문장들을 수집하는데, 가슴에 남은 문장들이 명화의 한 장면과 겹쳐진답니다. 그렇게 저자가 고른 명문장 100편과, 그에 어울리는 명화를 이 책에 실었습니다. '기쁨, 관계, 사회, 자연, 창조, 지혜, 고독, 시간, 꿈, 나'의 열 개 테마로 나눠 저자가 알려주는 삶의 조언도 함께 적었습니다. 이렇게 명문장을 쓰면서 삶의 조언을 되새기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필사 노트라 180도로 펼쳐져서 쓰는데 불편함이 없고, 줄 간격이 넓어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저 글만 쓰기보다 명화를 함께 볼 수 있어 지성을 일깨우고 감성을 채우는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입니다.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은 이라면 <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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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
설재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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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소설집 "사뭇 강펀치" ,"월영 시장", "드롭, 드롭, 드롭" 장편소설 "붉은 마스크",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내가 너에게 가면", "소녀들은 참지 않아", "우연이 아니었다", "뱅상 식탁", "열일곱의 사계", 경장편소설 "레드불 스파",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등이 있습니다. 그럼, 신작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을 보겠습니다.



연극계에선 가장 알아주는 A 대학에서 만난 아름과 소을은 졸업하고 30살이 된 지금도 친하게 지냅니다. 아람은 자신의 생일에 함께 술을 마시고 기억을 잃은 채 소을의 집에서 깨어났습니다. 전날 아람이 사는 빌라 건물이 전세사기를 당했으며, 아람은 술에 취한 채 자신은 월세 안 내도 되니 좋다고 단체 채팅방에 술주정을 했답니다. 전세 보증금이 필요한 빌라 세입자는 이 말에 격분해 아람이 사는 지하방 앞에 방화를 했고 그녀의 집만 탔습니다. 아람은 소을의 집에서 한 달 내내 얹혀 지냈는데, 소을이 갈수록 치사하게 굽니다. 얼굴 보고 말을 하자는 생각에 아람은 소을을 기다리는데, 낯선 남자가 들어오며 오지 여행 유튜버이자 소을의 남자친구 김석원이랍니다. 그동안 소을이 가난하며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말했는데,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며 석원이 말했고 함께 소을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밤새 들어오지 않았고, 다음 날 관리인과 청소부가 지하 창고에 소을이 죽어 있다고 말합니다. '구아람'이란 이름을 쓴 채로요. 청소원은 대수롭지 않은 투로 의뢰비 1000만 원 주면 신고하지 않고 정리하겠다며 말합니다.

청소부 형근은 허세만 가득 찬 인물로 부모의 등쌀에 구인광고로 청소부 일을 합니다. 업주와 형근은 함께 일을 시작했고 첫날부터 사체를 발견합니다. 업주는 주로 망자의 내막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건물의 관리인들은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건물에서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아 업주를 환영했습니다. 그렇게 관리할 곳이 많아지니 업주는 직원이 필요했고, 형근은 비법을 전수받고 업주를 신고합니다. 형근은 청소를 못했지만 청소 일을 배우긴 싫었고, 이중, 삼중, 사중으로 돈을 받아낼 수 있는 거리가 없는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아빠의 골프 모임 친구 아들 석원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람은 의뢰비를 줄지, 형근은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지, 여자친구가 죽은 석원은 어떻게 나올지, 자세한 이야기는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에서 확인하세요.




어째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죄다 나쁜 사람인지, 작가가 펼쳐놓은 이야기가 너무나 현실 같아서 다 읽고 나면 씁쓸한 기분만 남아 불편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작가가 독자들에게 의도한 바가 아닐까 합니다. '착한 주인공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은 맺은 것은 어릴 때 보던 동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고, 우리가 사는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만 않습니다. 동물의 세계의 새끼들도 생존을 위해 배우지 않아도 몸에서 나오듯, 아이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나름의 처세를 터득합니다. 그렇기에 착하기만 한 주인공은 호구 잡히기 십상이고, 권선징악도 옛날 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경제적 여유에서 배려가 나온다는 요즘 말처럼, 생활이 힘들면 마음도 좁아듭니다. 당장 내가 급한데 남까지 생각할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은 착한 사마리아인은 없다고 말합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겐 싫거나 미워하거나 증오할 대상이며, 사람들 마음속엔 많든 적든 악의가 있습니다. 그런 악의를 적절하게 해소해 악의에 휩싸인 채 살아가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어릴 때 '저런 사람이 되지는 말자'며 보았던 저런 사람이 내가 된 건 아닌지 자신을 되돌아보며, 저자의 다음 작품에선 어떤 불편한 진실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타인과 사회를 위해 발언하고 희생하는 행위를
쉬이 저지를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그 희생이 결국은
자신에게 유리해질 길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확신의 기저에는 결국 돈이 있었다…….
p.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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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 상·청춘편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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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1997년 "최후의 아들"로 제84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02년 "퍼레이드"로 제15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파크 라이프"로 제127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고, 2007년 "악인"으로 제34회 오사라기지로상과 제61회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2010년 "요노스케 이야기"로 제23회 시바타렌자부로상을 받았습니다. 그 외의 작품으로 "분노", "동경만경", "원숭이와 게의 전쟁" 등 다수가 있으며, 여전히 문학가로서 식지 않은 열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국보 : 상>을 보겠습니다.



주인공 타치바나 키쿠오는 야쿠자 두목 곤고로의 아들로 신년회에서 가부키를 공연했고, 열렬한 환호를 받습니다. 타치바나파의 라이벌 야쿠자 미야지파가 쳐들어와서 혼란한 틈에 곤고로가 믿었던 츠지무라가 배신해 그를 죽였습니다. 이 싸움이 전국에 보도되어 타치바나파도 혼란이 생겼고, 아이코회 사장 츠지무라 마사키가 이 혼란을 정리하면서 타치바나파를 흡수합니다. 토목건축업계로 진출한 미야지파의 회장이 아동도서관 건설에 막대한 돈을 기부하고 키쿠오의 고등학교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었는데, 단상 앞에 선 그를 향해 키쿠오가 칼을 들고 달려듭니다. 다행히 회장은 치명상을 입지 않았고, 키쿠오를 나가사키에서 쫓아내는 대신에 이 사건을 덮습니다. 츠지무라는 사건이 있던 신년회 때 참석한 오사카의 인기 가부키 배우, 2대손 하나이 한지로에게 키쿠오를 부탁했고, 키쿠오는 의형제 토쿠지와 함께합니다.

키쿠오는 하나이 한지로의 후처 사치코, 키쿠오와 동갑인 외동아들 오가키 슌스케와 함께 살며 가부키에 필요한 교습을 받습니다. 가부키의 세계에 매료된 키쿠오는 완벽한 연기와 춤, 무대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연습 또 연습을 합니다. 그러다 스승 한지로는 교통사고로 무대에 서지 못하고, 그를 대신할 사람으로 아들이 아닌 키쿠오를 택합니다.

키쿠오와 그가 연기할 가부키 무대는 어떻게 될지, 자세한 이야기는 <국보 : 상>에서 확인하세요.




한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를 그린 <국보 : 상>은 2019년 '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상'과 '중앙공론문예상'을 동시에 수상했으며, 일본에서 출간 후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입니다. 또한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동명 영화로 제작되어 천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원작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주류에서 한발 밀려난 '가부키'를 소재로 다뤘습니다. 가부키는 17세기부터 시작된 일본의 전통 연극으로, 노래·춤·연기가 가미되어 에도 시대 대표적 유흥거리였으며,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모든 출연자는 남성이며, 화려한 의상과 독특한 배우의 화장이 상징입니다. 주인공 키쿠오는 야쿠자 두목의 아들로 10대 때 아버지가 죽고 복수를 하려다 실패해서 가부키 배우에게 맡겨집니다. 2대손 하나이 한지로에게 수업을 받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실히 연습을 합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습명'은 선대의 이름을 혈족의 후계자가 물려받는 것인데, 선대의 이름뿐 아니라 가부키에서 그가 주로 맡았던 역할도 물려받습니다. 혈족의 후계자 슌스케 대신 키쿠오가 스승의 이름을 물려받으며 갈등은 시작됩니다. 하지만 완벽한 무대를 향한 집념으로 어떤 배역이든지 가리지 않고 열심히 연습했고 무대에 서는 키쿠오를 좌절시키는 일은 번번이 일어납니다. 10대에서 20대 후반의 키쿠오가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주변으로 밀려난 가부키 배우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완벽한 무대를 위해 한 장면을 수없이 연습하는 키쿠오에게서 일반인과는 다른 예술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앞에 펼쳐진 고난을 어떻게 극복할지 다음 권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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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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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일본 지바 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도호쿠 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으며, 학내 SF·추리소설 연구회에서 활동했습니다. 첫 소설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가 제34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고, 유명 추리작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2014년 출간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습니다. 2015년 출간된 "도쿄 결합 인간"이 제6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문 후보에, 2016년 출간된 "잘 자, 인명창"이 제17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2019년 출간된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가 2020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5위, 2020년에 출간된 "명탐정의 창자"가 2021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3위에 오르는 등 매년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 <나는 괴이 너는 괴물>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최초의 사건'은 명탐정이 되기로 결심한 내가 친구의 소풍비 도난 범인을 찾기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3단으로 접힌 납부 봉투를 꺼내며 선생님께 소풍비를 전한 전어는 그 안에 든 것이 학교 소식지여서 놀랍니다. 전어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2일 뒤 점심시간에 추리를 선보입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전학 온 숀의 지적으로 나의 추리는 엉망이 됩니다.

두 번째 '큰 손의 악마'는 2030년 몽골에 출현한 거대한 팬파이프 같은 모양의 구조물에서 근처 투바족 사냥꾼 8명이 납치되었다가 8일 만에 풀려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고차원 생명체를 자처하는 뿔 달린 존재는 지구를 16개 구역으로 나눠 공격 가능 여부를 판정한답니다. 판정을 위해 각 구역마다 인류 64개체를 샘플로 수집해 32일간 비행선에서 생활하며 지능 측정을 받게 합니다. 지능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해당 구역에 대한 공격은 중단되지만, 기준치 이하일 경우 즉시 공격을 실시한답니다.

내가 명탐정이 될 수 있을지, 고차원 생명체는 지구를 멸망시킬지, 세 편의 다른 이야기도 <나는 괴이 너는 괴물>에서 확인하세요.




출간된 작품마다 화제를 몰고 오는 저자는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에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오르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이후 발표된 <나는 괴이 너는 괴물>도 2025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2위에 올라 또 하나의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23년부터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독자로서,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어떤 내용으로 새로움을 줄까 하는 궁금함에 살펴보게 됩니다. 시라이 도모유키만의 독특한 세계관에 읽을수록 빠져들게 되지요. <나는 괴이 너는 괴물>에서도 그 매력이 넘쳐흐릅니다.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이 책은 시대도, 등장인물도, 전개 방식도, 살인방법 또한 다릅니다. 명탐정을 꿈꾸는 초등학생 소년과 라이벌, 외계 생명체에게 멸망될 지구를 구할 범죄자, 유령과 유녀의 공조 수사, 수만 년이 지나 밝혀지는 악의, 예언이 진짜인지를 밝혀내는 그날의 진실까지, 미스터리 단편마다 맛이 다 달라 읽을수록 새롭고 감탄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띠지에 적힌 '이 작가의 머릿속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다!'란 말이 백 프로 공감이 갑니다. 같은 내용을 다르게 추리하는 부분에서 바로 이해되지 않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될 땐 물음표였다가 이야기가 끝날 땐 느낌표로 바꿔버리는 저자의 상상력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책 제목과 단편 내용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았는데, 외계 생명, 유령처럼 괴이한 것보다 인간이 괴물이라는 의미라고 짐작하며 저자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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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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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89년 일본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 문화구상학부를 졸업한 저자는 2009년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로 제22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2013년 "누구"로 제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최연소 남성 나오키상 수상 작가로 기록됐고, 2014년 "세계지도의 초안"으로 제29회 쓰보타 조지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021년에 출간한 "정욕"은 제34회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으며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그 외 저서로 "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다시 한번 태어나다", "꿈의 무대, 부도칸", "시간을 달리는 여유" 등이 있습니다. 그럼, 또 한 번의 문제작 <생식기>를 보겠습니다.



화자 '나'가 관찰하는 다쓰야 쇼세이는 32살 남성 회사원으로, 철들 무렵에 동성애를 자연스럽게 자각했습니다. 어릴 때의 쇼세이는 주위 남자의 말투와 행동을 관찰하고 자신에게서 배어 나오는 여성 같은 분위기를 없애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공동체에서의 생존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그는 가전 회사의 총무부 총무과에서 일하며 독신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철저히 숨긴 채 살아갑니다. 일본에는 국교가 없지만 그냥 그런 분위기로 정해지는 공동체의 규칙이 있습니다. 공동체의 목표를 촉진하는 것이 선이며, 반대로 공동체의 목표를 저해하는 것을 악으로 판단합니다. 공동체의 목표는 균형, 유지, 확대, 발전, 성장을 대부분 지향하기에, 동성애는 공동체의 축소를 의미하므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추방된다고 생각하고 이해한 쇼세이는 그 규칙에 얌전히 따랐습니다. 그래서 공동체 감각이라는 커다란 매트를 다 같이 옮길 때, 그 매트가 무엇이든 어찌 되는 상관없고, 그 진로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기 마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판단, 결단, 선택, 선도를 담당하는 위치에 서지 않으며 그저 손을 얹기는 하나 절대 힘을 주지 않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체계화된 '온전함'을 획득한 쇼세이를 계속 관찰하는 화자 '나'는 누구인지, 쇼세이는 온전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자세한 이야기는 <생식기>에서 확인하세요.




<생식기>는 제목부터, 전개방법까지 특이함을 넘어 특별함을 줍니다. 생식(生殖)은 생물이 자기와 닮은 개체를 만들어 종족을 유지하는 현상을 말하며, 흔히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으로 나뉜다고 교과서에서 배울 때 등장하는 그 단어입니다. 이 책은 32살 독신 남성 다쓰야 쇼세이를 집요하게 관찰하는 화자 '나'의 기록(記)입니다. 남들과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쇼세이가 어릴 때부터 그 다름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고 행동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과 한국은 법으로 규정되지 않지만 누구나 인식하고 따르는 공동체의 규칙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공동체의 규칙이 너무나 확고해서 그 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사회적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지금은 '다양성'이란 말로 규칙도 엄격하지 않고 대놓고 질타하진 않지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여전합니다. 결국 정도의 차이일 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화자가 설명하고 생각하는 것을 읽다 보면 이런 것들이 목숨이 위태롭지 않는 지금의 환경에서 인간 특유의 지능과 사고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렇게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공동체의 규칙', 혹은 '그냥 그런 분위기'에 얽매이다 보니 모두가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없고,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은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몸과 정신에 병이 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욕"이후 또 한 번 생각의 틀을 깬 <생식기>의 여운을 느끼며, 저자의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틀을 깰 것인지 기대됩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다.
그것은 살아가는 세계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중략)
인간의 경우, 같은 종의 개체라도
어떤 [온전함]을 쌓아 왔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사는군요.
p. 2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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