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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지음 / 김영사 / 2020년 6월
평점 :

2018년 여름부터 "머니투데이"에 연재된 <남기자의 체헬리즘>을 묶어서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헬리즘>이란 동명의 책이 나왔습니다.
저자인 기자가 다른 사람의 삶을 하루 체험하고
그때의 경험과 느낌을 쓴 기사로, 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직업 혹은 삶을 체험해봄으로써 그들의 삶의 위대함,
혹은 힘듦을 느껴보고, 소중함을 되새기게 해줍니다.

저자인 남기자가 어떤 체험을 했는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적었습니다.
시늉만 낸 하루 체험이 아니라 온전히 하루를 체험하면서
느낀 감정과 불편, 힘듦을 사진과 글로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체험한 하루를 끝내고 자신의 소감을 적었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되면 좋겠다는 저자의 생각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헬리즘>의 첫 번째 체험은
브라를 착용한 채로 이틀 동안 지냈답니다.
일단 자신의 체형에 맞는 속옷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고,
겨우 찾아서 착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어려웠대요.
브라를 착용하는 순간 갑갑해지고, 숨을 크게 쉬기 어려웠으며,
약 10분이 지나자 현기증도 오는 것 같았답니다.
이렇게 불편한 것을 10대 때부터 수십 년간 해왔을 여자를 생각하니
일상 풍경도 다르게 보이더랍니다.
처음엔 걷는 것도 집중할 수 없었고, 더운 여름에 체험하다 보니
앞가슴 양쪽을 누르는 와이어의 압박과 어깨 끈이 신경 쓰여
땀이 나고 습기도 차는 것 같았대요.
만원 지하철을 타니 그 강도는 점점 심해졌고,
착용 세 시간이 되자 불편함에 적응이 되었답니다.
집으로 돌아와 브라를 벗어던지고, 다음 날 아침, '노브라' 시선을 느끼려
얇고 몸에 딱 붙는 흰 티에 브라를 착용해 보았대요.
여성의 '노브라'가 남성의 '브라'만큼 시선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지요.
결은 다르지만 선입견을 깨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 시행해보았답니다.
회사에 오는 출근길이 그렇게 고역일 수가 없었다고 남기자는 털어놓습니다.
육체적인 불편함보다 더 힘든 건, 버거운 시선이었대요.
누가 뭐라 안 했어도 그것만으로도 무언의 족쇄임을 깨달았답니다.

애 없는 남자가 해본 육아, 노인 분장을 하고 노인 체험 장비를 착용해
80세 노인의 하루를 살아보고, 24년 만에 경기도 2곳의 초등학교에서
초등생의 하루를 지내보고, 취준생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로
자소서를 솔직하게 쓰고 응시하며 유기견 보호소에서 유기견을
구조하는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와 하루를 동행하고,
폐지 165킬로그램을 주워 1만 원 버는 생활도 함께 해보고,
환경미화원으로 홍대 거리를 청소하고, 시각장애인으로 벚꽃축제에 가보고,
소방대원의 하루를 경험하고,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식에 참여하고,
우체국 집배원의 하루를 체험했습니다.
<남기자의 체헬리즘>을 빌미로 50번 거절당하기 프로젝트,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보내기, 착하게 살지 않기, 반려견과 하루 보내기,
스마트폰에서 눈 떼기, 회사 땡땡이치기, 친구에게 '사랑한다'라고 하기
등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체험도 했습니다.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헬리즘>의 체험들이
모두 인상 깊었고, 의미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중에서 에필로그에도 언급된 폐지를 줍는 분의 이야기가
울림이 있었습니다.
잘나가던 주방장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힘들게 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었답니다.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궁여지책으로 폐지를 줍고 있는 일을 시작했고,
8년 동안 일을 하면서 폐지를 챙겨주는 이웃들도 생겼대요.
그렇게 남기자와 함께 고생하며 모아 겨우 만원 넘게 받고,
점심은 우유 하나로 때웁니다.
몸이 아프고, 치아 상태가 심각해도 하루에 겨우 만원 벌기 때문에
치료는 엄두도 못 낸다는 그분의 이야기가 기사로 실리자,
며칠에 걸쳐 그를 돕고 싶다며 메일이 쏟아졌답니다.
편의점 야간 알바라 넉넉지 않지만 보태겠다고, 고등학생이라
용돈은 적지만 나누겠다고, 치과 치료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의사도
생겼으며, 그 후원금을 받은 주인공이 울면서 고마워하셨대요.
정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가는 삶을 응원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우리 세상엔 아직 많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헬리즘>을 통해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