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인간 - 비누 인간 두 번째 이야기 파란 이야기 8
방미진 지음, 조원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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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저자는 "13일의 단톡방", "비누 인간", "인형의 냄새", "금이 간 거울", "챗걸 시즌 2", "어린이를 위한 감정 조절의 기술", "손톱이 자라날 때" 등이 있습니다. 그럼 '비누 인간' 삼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 <진화 인간>을 보겠습니다.



주인공 다엘의 첫 기억은 연구소였습니다. 눈을 뜨기 이전의 기억은 없었고,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구소 책임자인 정 박사는 우리가 줄어드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된 존재이며 지구인들과 섞여 지구인 대신 살아갈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 연습이 필요하기에 주변과 교류가 없는 소외된 이곳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수 하나가 생겼다며(전작의 내용인 것 같습니다) 본부가 마을 프로젝트를 중단합니다. 하지만 정 박사는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 이들 중 5명을 빼냈고, 그중 마지막이 다엘입니다. 4명은 도망쳐서 죽었고, 한 명은 은신처에 있다고 합니다. 처음엔 도망치려고 했지만 혼자라는 사실에 알려준 은신처 주소로 향합니다. 평범한 가정집으로 보이는 그곳의 벨을 누르니 실내복 차림의 펑퍼짐한 아주머니가 나옵니다. 그녀가 다엘을 반기며 다엘이 잘 곳을 정리해 줍니다. 그때 복층으로 이어진 계단에서 어떤 여자아이가 내려옵니다. 다엘은 자신과 같은 존재라고 반겼으나 여자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계단을 올라갑니다.


다엘은 13살 소년이 되어 마을에 투입되었고, 적응을 했습니다. 다른 비누 인간들도 마을에서 적응을 했는데 갑자기 식욕이 폭발했습니다. 배출을 거의 하지 않으니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되는데, 계속 먹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자꾸만 먹다 보니 몸 전체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몸이 커지는 걸 숨기려고 칼로 몸을 깎아 내는 이들까지 생겼고 그 모습을 들키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의 공포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비누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과 구분 지었습니다. 다엘은 은신처에서 TV를 보며 세상을 익혔고, 여자아이 유주는 자신처럼 비누 인간이 아니라 아줌마의 딸임을 알게 됩니다. 유주가 사탕을 주며 다엘에게 먹으면 궁금한 거 얘기해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유주는 그런 식으로 매일 뭔가를 먹게 합니다. 거부 반응이 생기듯 몸속에서 거품이 올라왔지만 금방 거품은 가라앉고 다른 반응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소금 때문에 비누 인간들이 죽은 줄 알았던 다엘은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비누 인간들이 자신을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믿게 만들어 통제 가능하게 하려는 속셈이었습니다. 한 번 의심스럽게 생각하자 모든 게 달리 보이고, 아줌마의 행동도 수상합니다.


아줌마가 외출한 사이에 들어가서 커튼 뒤에 가려진 문을 부수기 시작하는 다엘, 그 안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진화 인간>에서 확인하세요.




'인간은 지구에만 있을까?'라는 상상으로 이 이야기를 떠올린 작가처럼 무수히 많은 별과 행성 안에 지구에만 인간이 산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입니다.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지니고 있진 않아도 지적 생명체가 우주 어딘가에 또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진화 인간>의 시드인도 인간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리콘처럼 유연하고 재생 능력이 뛰어난 몸, 분열하는 출산 방식, 기기에 접속이 가능한 텔레파시 능력 등 어찌 보면 인간보다 더욱 진화한 인간으로 보입니다. 인간은 불사를 꿈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달로 윤리적인 문제를 제외하면 머지않아 병에 걸리지 않고 죽지 않는 인간이 탄생될 수도 있습니다. 인류가 도달하기 원하는 목표이자 꿈이라 말하는 <진화 인간>의 모습을 보며 과연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진화 인간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지, 다음 권이 기대됩니다.




책세상&맘수다 카페를 통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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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차가운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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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 우연히 만나 하루를 함께한 그녀의 자살. 그리고 그녀에게서 온 글. 그녀는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을지, 국내에 첫 출간된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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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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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인줄 알았는데 실화라니. 12편의 이야기가 일상 미스터리 여왕의 데뷔작이라니 더욱 궁금합니다. 새롭게 출간된 작품이라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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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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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영화비평가인 저자는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22년 하반기,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외의 여러 단편과 장편 "제저벨"이 함께 수록된 소설집 "Everything good dies here"이 미국에서 출판될 예정입니다. 그럼 10주년 개정판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보겠습니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13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그중에서 2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소유권'에 등장하는 텔렉 로봇 BWE-12830173은 어떤 여성의 소유였으나 사망하자 새 소유주를 찾게 되었습니다. 몇 안 되는 친척들이 상속을 거절해 로봇의 소유권은 공중에 붕 뜬 상태였습니다. 시스템이 개정한 분배법에 따라 불법 빈곤자들 중 한 명에게 양도를 해야 해서 남자를 찾았습니다. 텔렉 로봇은 인간형 로봇으로 6살짜리 소녀 모습을 한 애완용입니다. 그는 동의했고 3개월 뒤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남자의 키보드 반주에 맞춰 노래와 춤을 추는 로봇, 그는 이 로봇을 스타로 키우겠다고 합니다. 그 뒤 1년 동안 이 로봇 아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남자는 매니저가 되어 로봇 아이를 스타로 만들었고 성공했습니다. 남자는 지금까지 로봇이 거둔 성공을 모두 자신의 공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텔렉 로봇들의 역사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자유를 얻은 텔렉 로봇들은 텔렉사를 매입한 뒤 인간형 로봇 생산을 중단시켰고 그 뒤로 조금씩 소리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로봇에게 자살은 불가능하니 그건 자발적인 죽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기계 육체를 버리고 시스템 속에 통합되었다고 믿지만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릅니다.


책 제목이기도 한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지구인들이 외계에서 온 우주선과 만난 2009년 4월 1일 오후 4시 23분 이후의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우주선은 어떤 조짐도 없이 하늘에서 내려와 착륙했고, 표시등을 켜서 12일 이상 머물겠다고 알렸습니다. 작은 기계 생물들이 우주선의 입안에서 나왔고, 그들은 집게발과 광선총을 들고 그들 앞에 막아선 자동차, 사람들을 잘게 조각내고 집어삼켰습니다. 단 8일 만에 안양시의 대부분과 광명시 일부를 포함한 외계 침략자의 식민지가 완공되었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부수고 삼킨 재료들을 이용해 거대한 금속 구조물들을 만들었습니다. 8일 뒤, 그들은 발사체 다섯 대를 만들어 하늘로 쏘아 올렸고, 그것들은 함흥, 쿠알라룸푸르, 브라질리아, 샌디에이고, 글래스고의 외곽 지역에 착륙했습니다. 두 달이 지나자 식민지는 24개로 늘었습니다. 그동안 지구인들은 외계 침략자에게 대화를 나누려고 해보고, 공격도 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침략자들에게 지구인들은 상대할 가치가 없는 것 같았고, 그들은 식민지를 만들 재료들이 더 중요했습니다. 식민지 증식이 잠시 중단되고 침략자들이 자기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인들은 그들을 연구했습니다. 건설자인 타입 A는 기네스, 건물형 구조물인 타입 D는 올리비에, 공격 군인인 타입 B는 웨인, 방어 군인인 타입 C는 쿠퍼로 불렀고, 거대한 우주선인 타입 A는 가르보, 행성을 연결하는 물고기 모양 우주선인 아자니는 작은 비행체인 드뇌브를 품고 있습니다. 아자니가 행성에 떨어뜨린 지상종이 정착하면 행성의 궤도에 정거장이 생겨났는데 이를 디트리히라 불렀습니다. 대학원생 홉스는 침략자들이 지구인들에게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이용해 로봇을 아자니에 태웠고, 아자니는 2일 뒤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홉스의 실험은 세계적 유행이 되어 수많은 지구인이 아자니를 타고 우주로 떠났습니다. 기계들은 더 이상 침략자들이 아니고 지구인들을 우주로 보내줄 인도자들이었습니다.




을지로 입구역 즈음에 저녁 9시 50분부터 10시 4분까지 다른 세계로 가는 틈새가 열린다는 '동전 마술', 갑자기 어느 순간 특정한 인물 머리 위에 물음표가 보이기 시작한 현상을 그린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 정화와 은주, 현아 세 여자들의 이야기 '메리 고 라운드',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성을 이야기하는 'A, B, C, D, E & F', 게임 플레이어 간의 신분 차이를 이야기하는 '호텔', 므두셀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불사가 되어 버린 세상을 그린 '죽음과 세금', 로봇에 대한 '소유권'을 이야기하고, 외계 침략자들이 쳐들어오고 그들로 인한 바이러스로 식민지가 되어버려 우주로 떠난 이들을 그린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고전 동화와 전개가 비슷하지만 잔혹한 이야기를 그린 '여우골', 완벽함을 추구한 통제된 우주선 속 생태계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정원사', 한 달에 한 걸음을 내딛는 자동인형을 말하는 '성녀, 걷다', 링커 우주와 지구와의 연결을 말하는 '안개 바다', 뇌파로 움직이는 가상의 세계를 살아가는 인류의 현실을 다루는 '디북'까지 13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각 편마다 소재도 다르고, 길이도 제각각이어서 읽는 맛이 있습니다. 짧아서 금방 읽을 줄 알았지만 각 이야기의 무게감으로 인해 생각보다 읽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야기의 몰입도가 남다른 작가의 책을 10주년 개정판으로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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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공구 - 공구와 함께 만든 자유롭고 단단한 일상
모호연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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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광주에서 태어난 저자는 법학을 전공하고 방송국 시사프로그램 작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프리랜서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다(2da)와 함께 일상적인 예술 창작을 위한 '소사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뉴스레터 '일간 매일마감' 제작에 참여하여 에세이와 시, 동화 등 다양한 글을 연재했습니다. 평소 가까운 물건의 생애와 쓸모에 관심이 많고 일상을 돌보는 살림으로서의 만들기에 진심인 편인 저자가 쓴 <반려공구>를 보겠습니다.



꼭 하나 갖춰야 한다면 저자는 전동 드라이버를 꼽는다고 합니다. 어쩌다 보니 사게 된 이케아 전동드라이버, 이 공구가 저자에게 도움을 주는 부분은 힘이 아니라 속도랍니다. 전동 드라이버는 노동 시간을 확실히 줄여주었고, 그 편리함에 익숙해져 걱정 없이 다음 만들기를 계획할 수 있답니다. 벙커 침대를 만들 때 일일이 그냥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여야 했다면 한 달 넘는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르지만, 전동 드라이버 덕분에 단 이틀 만에 조립을 마쳤습니다. 8년 동안 모니터를 받치고 있는 원목 받침대가 저자의 첫 목공 작품입니다. 이 원목 받침대는 평범해 보이지만 저자에게 대체 불가능한 물건입니다. 앉은키와 눈높이에 맞게 설계한, 오직 저자만을 위한 받침대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데에 고작 전동 드라이버 하나와 나사못 여덟 개만 있으면 됩니다. 공구 하나로 물건 하나가 뚝딱 만들어집니다. 전동 드라이버는 써보고 나서, 필요한 물건을 생각보다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전동 드라이버는 매번 다른 상상을 하도록 부추깁니다.


직업으로 망치를 드는 사람이 아니라면, 벽에 못 받을 일이 점점 없어집니다. 세입자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집을 옮겨 다니고, 집주인들은 살다 간 사람의 흔적이 덜 남기를 바랍니다. 자기 소유의 집이라도 내 집에 흠집 내기가 꺼려져 되도록 못을 안 받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못을 안 받아도 되는 아이템이 매년 새롭게 출시됩니다. 커튼을 다는 필수적인 일조차 집주인의 눈치를 보거나, 실패하기 두려운 일이 되어버린 현실. 자신이 머무르는 공간의 벽이 어떤 소재로 되어 있는지,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알아갈 기회도 좀처럼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실패조차 기회가 주어져야 가능한 것이라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가위는 공구보다 문구로 다가옵니다. 집에서도 보통 가위, 바느질 가위, 주방 가위 등 다양한 가위를 사용합니다. 어떤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흔한 도구라도 새로운 영역으로 생각의 지평을 뻗어나가게 합니다.




요즘은 고장 난 물건을 고치기보다 새로 사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공구를 사용하게 되면 일상이 달라집니다. 누구든 멍키 스패너만 있으면 세면대 고압호스 정도는 교체할 수 있고, 커튼을 다는 것은 일도 아니게 됩니다. 공구를 사용할수록 일상의 문제들이 통제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니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지를요. 내게 닥친 불편들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자 더 이상 미루거나 적응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지금 상태에서 얼마나 더 편안해질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됩니다. 공구와 함께 하는 일은 그래서 특별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물건을 사랑하는 것이 그 물건에 쌓인 추억을 되새기는 일이라면, 공구를 좋아하는 것은 공간에 잠재된 가능성을 생각하고 끄집어내는 일이기 때문이죠. 이제 나도 집에 있는 공구의 쓰임새를 알아보고 하나씩 도전해야겠습니다.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시도해야겠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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