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아일랜드 - 희귀 원고 도난 사건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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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샴의 책은 47권 연속으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 5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넷플릭스의 "이노센트 맨"을 비롯해 소설 10편이 영화화되었고, "자비의 시간"이 매튜 매커너히 주연의 HBO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두 차례의 하퍼 리 상과 미국 의회 도서관 평생 공로상을 받았습니다. 그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자의 신작, <카미노 아일랜드>를 보겠습니다.



프린스턴 대학 파이어스톤 도서관에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친필 원고가 공기, 빛, 온도를 세심하게 조절할 수 있는 지하 수장고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고 고품질 복사본은 엄선된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습니다. 피츠제럴드의 친필 원고를 훔치려고 계획한 마크는 전문 절도범입니다. 큰돈이 되고 국제적 스케일에 정교한 계획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강탈 범죄 중에서도, 특히 예술품과 희귀 유물을 훔쳐 낸 다음 돈을 내서라도 물건을 되찾고 싶어 하는 간절한 희생자들에게 훔친 걸 도로 팔아넘기는 일을 합니다. 그의 조직은 육군 레인저 출신으로 범죄 경력이 없는 데니, 2번 탈옥을 시도해 성공한 트레이, 예술품 좀도둑으로 가석방 중인 제리, 해커이자 위조범인 아메드입니다. 데니, 마크, 제리는 대학생인척하며 도서관에서 각자 숨어 있었고, 트레이는 대학교 기숙사에 폭탄을 설치하고 약속된 시간에 연막탄과 폭죽을 터트렸습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트레이는 총을 든 사람이 있다는 허위 신고를 합니다. 제리도 신고 전화를 걸어 학생이 총에 맞았다고 허위 신고를 합니다. 곧 순찰차와 소방차, 구급차가 여러 대 도착했고 혼란을 틈타 자신의 집에서 아메드는 관리망에 침투해 보안을 해제하고 전력을 차단했습니다.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수장고에 도착해 기구로 금속문을 열었고, 서랍을 절단하며 피츠제럴드의 친필 원고 다섯 개를 4시간 만에 확보하고 4명은 도망갔습니다. 하지만 수장고에서 나가기 직전 서랍의 쪼개진 나뭇조각이 제리의 손을 찔렀고, 피가 나왔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나왔습니다. 경찰들은 허위 신고를 뒤늦게 알고 확인하던 중 도서관에서 피츠제럴드 친필 원고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곧 FBI가 투입되었고 핏방울이 떨어진 흔적을 발견해 제리가 소유 중인 아파트 주변에 대기하며 감시했습니다. 네 명의 도둑은 산속 산장에서 며칠을 보낸 후, 제리의 아파트로 간 제리와 마크는 그곳에서 FBI에 붙잡혔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서로 연락이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제리와 마크의 연락이 오지 않자 트레이를 제거한 데니는 친필 원고를 안전 보관 창고에 보관했고, 데니와 아메드는 외국으로 도망갔습니다. 2명의 도둑을 붙잡아서 금방 도난품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수사팀은 피 한 방울, 변장한 범인들의 사진, 사라진 친필 원고 외엔 증거가 없어 더 이상 수사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붙잡힌 제리와 마크는 입을 열지 않았고, 결국 원고를 가진 사람이 정체를 드러내길 기다립니다.


브루스 케이블은 상속으로 30만 달러를 물려받았습니다. 주변에 큰돈이 생겼다고 말하지 않았고, 차를 사거나 집을 사지 않아 누구도 그가 돈이 있음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는 카미노 아일랜드 동네를 돌아다니고,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술을 마셨습니다. 그곳엔 커피숍을 겸한 서점이 있었는데 주인이 서점을 팔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브루스는 차를 타고 74일간 61개의 서점을 방문해서 조사를 했고, 서점을 인수하고 내부 수리를 마친 뒤 1996년 8월 1일 '베이 북스-신간 및 희귀본 서점'을 열었습니다. 희귀본에 대한 관심은 죽은 아버지의 집에서 발견한 책들 때문입니다. 모두 초판인 데다 보관 상태가 훌륭했고 작가의 사인이 있었습니다. 순간 그는 진심으로 그 책들을 가지고 싶었고, 여동생 몰래 가장 훌륭한 18권을 챙겼습니다. 유산의 일부를 혼자 독식했으니 범죄였고 출처를 밝히지 못하기에 책들을 팔지도 못하고 기다리기로 합니다. 서점을 연 브루스는 여러 아이디어로 매출을 올렸고 끈질긴 노력 덕분에 올해의 서점에 선정되기에 이릅니다. 9년이 지나 지역의 유명 인사가 된 브루스는 작가들의 홍보 투어 장소로 그의 서점이 인기를 끌면서 이곳을 찾는 여성 작가들과 연애를 합니다. 그러다가 노엘 보닛이라는 골동품 전문가면서 책을 낸 그녀에게 빠졌고 결국 프러포즈를 합니다.


머서 만은 소설을 한 권 썼고 단편집도 하나 낸 적이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시간 강사인데 조만간 계약 기간이 종료되어 빚도 함께 집도 없이 직장에서 쫓겨날 판입니다. 일자리를 제안한 메일을 받고 일레인 셸비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보안과 수사에 특화된 회사에서 일하는데 6개월 전 피츠제럴드 원고를 훔친 사건을 아는지 물어봅니다. 언론에서 많이 나온 얘기라 머서도 안다고 했고, 일레인은 회사의 고객이 그 대학의 보험 업무를 담당해 돈을 물어줘야 한답니다. 하지만 프린스턴 대학은 돈보다 원고를 받길 원했고 암시장을 추적한 결과 특정 딜러의 흔적을 찾아냈답니다. 브루스 케이블이 피츠제럴드의 원고를 갖고 있다고 일레인의 회사는 생각했지만 그에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내부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머서는 그곳에서 자랐고, 죽은 외할머니의 오두에 대한 실제 소유권도 일부 갖고 있으니 책을 마무리한다는 핑계로 6개월간 머무르며 접근하라고 합니다. 브루스를 지켜보며 그의 신뢰를 얻어내라고요. 생활에 쪼들린 머서는 결국 이 일을 수락했고 카미노 아일랜드로 향합니다.


피츠제럴드의 원고를 찾기 위해 그의 서점으로 모이는 FBI와 머서, 도둑들의 이야기는 <카미노 아일랜드>에서 확인하세요.




변호사와 하원의원으로 일했던 존 그리샴은 1989년 "타임 투 킬"로 소설가로 데뷔하며 작품성과 완성도를 보였습니다. 1990년에 나온 "더 핌"은 출간되기도 전에 영화사에서 판권을 사들이고 출간 후에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그해 전업작가로 전향한 그는 매년 한 작품씩 출간해 현재까지 30여 작품이 연달아 전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는 대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법정 스릴러의 대가로 알려진 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경력이 오롯이 녹아들어 더욱 생생한 묘사와 긴박한 전개, 킥킥거리며 웃게 되는 블랙코미디 같은 요소를 선사합니다. 저도 예전부터 그의 작품을 좋아했고, 그가 선사하는 휴머니즘에 항상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대하며 읽은 <카미노 아일랜드>는 아쉽게도 법정 스릴러 작품은 아닙니다. 장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책 제목인 섬에서 모이고, 그곳에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친필 원고를 둘러싸고 서로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우당탕탕 범죄 활극입니다. 작품 곳곳에서 보이는 작가의 유머와 휴머니즘을 읽으면, 법정 스릴러 작품이 아니어서 살짝 아쉬워한 것이 무색하게 푹 빠져서 읽게 됩니다. 범죄 이야기지만 잔인하지 않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때문에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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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합
다지마 도시유키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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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저자는 와세다대학교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광고대리점에서 근무하다 프리랜서 광고 제작 디렉터를 거쳐 1982년 "당신은 불굴의 도장 도둑"으로 제39회 소설현대신인상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습니다. '해적 모아 선장 시리즈'와 같은 해양모험 소설, 다중인격을 소재로 다뤄 화제에 오른 "행렬A", 순애 소설인 "이별의 슬픔" 등 미스터리부터 순수문학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2008년에 출간된 <흑백합>은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서프라이즈 부문 1위, 내러티브 부문 2위, 종합 4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7위, '미스터리 베스트10' 8위, '2000년대 미스터리 랭킹' 8위에 올랐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도쿄에서 사는 14살 데라모토 스스무는 아버지의 친구 아사기 아저씨의 초대를 받고 롯코산 별장에 왔습니다. 스스무와 동갑인 아사기 기즈히코와 함께 마을보다 기온이 낮아 시원한 롯코산 별장에서 1952년 여름방학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동갑인 구라사와 가오루를 만났고, 함께 호수로 산으로 다니며 시간을 보냅니다. 가오루의 돌아가신 아버지는 그 당시 신기한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계셨고, 계속 메고 다니는 쌍안경도 그중 하나입니다. 아빠의 여동생인 히토미 고모는 아빠가 돌아가신 뒤에 호큐전철에 다녔던 사람을 데릴사위로 들여 지금 구라사와 회사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모부는 매일 바빠 가오루 집에 놀러 가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1935년 호큐전철 회장과 도쿄전등 사장을 겸하고 있는 62세의 고시바 회장의 첫 해외 시찰 여행을 데라모토 씨와 아사기 씨가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을 떠난 지도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독일에 도착한 그들은 짐을 내렸고,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데라모토 씨가 환전을 한다며 자리를 비웠습니다. 고시바 회장이 기차를 보며 알아보고 오라고 아사기 씨를 보냈고, 역무원에게 묻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20살 아이다 마치코를 만납니다. 그녀는 독일어 쪽지를 건네며 해석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사기 씨는 일행이 독일어를 잘한다며 고시바 회장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고, 카페로 가서 그녀의 쪽지를 데라모토 씨가 해석해 줍니다. 수신인은 이미 장거리 여행 중이었고 독일에 오기로 한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 아이다 마치코, 그녀가 궁금해 고시바 회장은 이것저것 묻습니다. 그녀는 선을 긋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자리를 피합니다. 독일에 머물며 그녀와 우연히 마주쳤고, 며칠이 지난 뒤 마치코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14살 세 아이들은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게 될지, 아이다 마치코와 두 아이들의 아버지와는 어떤 인연이 될지, <흑백합>에서 확인하세요.




<흑백합>은 장마다 시점이 바뀌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1952년 여름의 롯코산에서 만난 데라모토 스스무가 화자로 14살 동갑인 아버지 친구 아들 아사기 가즈히코와 우연히 만난 구라사와 가오루와 방학을 보냅니다. 구라사와 가오루 가족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고, 가즈히코와 스스무는 가오루에게 애정과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1935년 독일 베를린에서는 아사기 가즈히코의 아버지인 아사기 겐타로가 화자로 고시바 이치조 회장과 데라모토와 해외 출장을 가서 만난 20살 아이다 마치코가 등장합니다. 1940년에서 1945년까지 오사카 내용은 호큐 전차 차장의 시점으로 사건이 전개되는데 가오루의 고모인 구라사와 히토미가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14살 소년소녀의 풋풋한 감정이 메인이 되어 이야기가 흐르는 가운데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며 1952년 소년소녀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게 합니다. 과거 베를린에서 만난 아이다 마치코는 누구이며, 히토미 고모가 사랑한 호큐전차의 차장은 누구인지 추리하다 보면 현재 의심이 가는 인물이 생깁니다. 그 짐작을 확신으로 생각하며 이야기를 읽다가 마지막 5장에서 어리둥절하게 됩니다. 이제까지 의심한 그 인물과는 다른,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사람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작가가 의도적으로 편향된 서술을 하여 독자가 자연스레 정보를 오인하도록 하는 '서술 트릭'에 저도 100% 넘어갔습니다. '단 한 글자도 놓치지 마라, 모든 것이 복선이며 단서다!'라는 띠지를 읽어서 더욱 주의 깊게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작가는 그것마저 뛰어넘어 독자들을 속입니다. 2009년 12월 자신의 실종을 예고하고 자취를 감춘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 더욱 의미 있는 <흑백합>, 10여 년 만에 재출간되어 더욱 반갑습니다. 제목부터 표지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그래도 속을 확률 100%라는 건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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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길들이기의 역사 - 인류를 사로잡은 놀라운 과일 이야기
베른트 부르너 지음, 박경리 옮김 / 브.레드(b.read)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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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논픽션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역사와 문화, 과학을 넘나들며 다방면에서 저술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 캘리포니아 대학교 도서관과 식물원, 쾨테 연구소 등에서 강의했으며, 방송과 잡지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과일 길들이기의 역사>를 보겠습니다.



과일은, 특히 씨앗을 둘러싼 향기롭고 과즙이 풍부하며 대체로 달콤하기까지 한 과육은 원래 동물들로 하여금 다른 지역으로 씨앗을 가져가게 해 결과적으로 그 식물을 퍼뜨리기 위한 유혹의 장치일 뿐입니다. 식물학자는 과일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저자는 과일을 먹는 사람의 관점으로 바라보기를 권합니다. 과일이라는 단어는 나무, 즉 관목이나 교목 그리고 작은 덤불에서 자라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음식이 된 식물의 열매를 가리킵니다. 과일은 우리 일상의 식단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높은 영양 가치가 있습니다. 열대 과일 이외에 우리가 재배하는 과일은 대부분 풍부한 야생 과일종이 서식하는 곳에서 유래했고, 인간의 간섭 없이 이종 교배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식물이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지역 밖에서 발견된 유체는 이 종들이 의도적으로 심겼으며, 자연적으로 닿지 않았을 물을 인위적으로 공급받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물리적 형태로, 또는 적어도 문서에 기록으로 남아 있는 옛 과수원은 왕족, 귀족, 종교 지도자 계급이 소유했습니다. 과일 농사의 중요성은 영국, 프랑스 너머 다른 사람들까지 인식하게 되었고, 고위 공직자들이 과일나무 재배 기술의 진보에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1740년 왕위에 오른 프로이센의 절대 군주 프리드리히 대왕은 지방 당국에 가능한 곳이면 어디든 과일나무 재배를 장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는 30년 전쟁으로 황폐한 중부 유럽의 수많은 과수원을 정비하는 동시에 그의 영토를 통해 기동하는 군인들이 확실히 과일을 공급받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과일나무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오늘날에 더욱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양분과 그늘, 풍경을 넘어서 토양의 수분을 증가시킵니다. 그 결과 숲과 유사한 미기후로 나타나 온갖 작은 동물과 식물들에게 환영받습니다. 게다가 나무뿌리는 토양을 붙들어 침식을 막습니다. 하지만 길과 오솔길에 늘어섰던 과일나무들은 교통안전 기준에 희생되었고, 여전히 남아 있는 견과류 재배 농부들은 대규모 농부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어야 합니다.


오늘날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과일 대부분은 대규모 농장에서 옵니다. 이런 농장은 한마디로 공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익지도 않은 과일을 수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날엔 과일 다운 과일만 판매하는 것도 아닙니다. 씨 없는 포도나 만다린을 생각하면 관리하기 쉽고 품질 높은 과일을 선별해서 키웁니다. 겉보기에 완벽하고 대량 소비에 적합한 과일을 재배할 때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될까요.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어 병충해에 대단히 취약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 수수한 과수원에 대한 관심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이용 가능한 모든 토지에서 이익을 최대한 짜내는 데 집중하는 대신, 금전적인 면으로 포착할 수 없는 의미와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가꾸는 수수한 과수원들 말입니다.




우리가 먹는 과일이 어떻게 생겨나며 씨앗과 잔가지와 나무줄기가 얼마나 많은 손을 거쳐 지역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멀리 이동했는지 생각해 보는 <과일 길들이기의 역사>. 과일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나무는 주변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공진화(여러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화하는 일)는 인간과 과일 모두에게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맛있는 과일을 먹는 행위는 인간의 식사를 넘어 삶을 향상시켰고, 그 결과 사람들은 나무의 구조와 열매를 맺는 능력에 영향을 끼쳐, 과일나무는 훨씬 더 맛있어 보이고 맛있는 냄새가 나며 실제로 맛있는 열매를 맺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인간은 나무와 과일을 넘어 열매를 수확하는 목적이 아닌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고 대화하며 즐거움을 누리는 장소로 땅과 연결됩니다. 오늘 식탁에 오른 과일이 이런 마법 같은 결과로 인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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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지 - 푸른 눈의 청소부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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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한 질서와 규칙을 무시하고 감정을 우선시하는 사회는 온전할 수 없기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복수법이 이해는 되지만 지지는 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정의 실현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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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지 - 푸른 눈의 청소부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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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재직 중으로 SBS-TV 주말드라마로 방영된 "바보엄마 1,2"와 "아빠의 별", "허스토리", "태양의 여신 1,2", "사랑, 역사가 되다" 등을 썼습니다. 그럼, <어벤지: 푸른 눈의 청소부>를 보겠습니다.



6살 여아를 성폭행해서 12년 살다가 지난달 출소한 한인걸이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요청했습니다. 경찰관 열두 명이 번갈아 지키고 있는 곳에 범인이 침입해 고환 2개와 항문을 손상시켰고, 그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랍니다. 한인걸은 고령인 데다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던 상태가 고려되어 12년형을 살았고, 출소가 다가오자 사람들은 이런 범죄자를 석방시키는 재판부에 항의하고 시위를 했으며, 협박 편지와 전화도 수없이 걸려와 그를 신변보호를 했습니다. 게다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라 쌀과 반찬도 주고 생활비도 주며 노령연금까지 받는다고 합니다. 출소 다음 날 바로 지원금 신청하러 간 뻔뻔한 인간이라 그런 사람에게 세금이 사용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더욱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이 범죄는 지난달 분정구 사건 현장의 수법과 메시지가 동일합니다. 7년 전 미친놈이 자신의 중2 친딸을 성폭행했으나 변호사들이 사춘기 딸이 반항심으로 거짓 신고를 했다고 몰고 갔고, 성폭행 사실도, 딸의 발목에 쇠사슬을 채워 침실에 가두었다는 사실도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딸이 임신을 했고, 태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의 유죄가 증명되었으나 고작 3년 실형을 받았습니다. 분정구 사건은 신상 공개 명령이 면제되 출소 후 미친놈은 멀쩡히 잘 지내고 있었는데, 그의 고환을 떼어내고 왼쪽 아킬레스건을 누군가가 자른 일입니다. 그리고 거울에 '기다려. 꼭 다시 돌아올게.'라고 남기고 CCTV에도 찍히지 않고 범인은 자신이 사용한 기구와 약물을 한쪽에 가지런히 놔두고 떠났습니다.


이 두 건의 사건을 형사들이 수사를 거부했는데, 이는 형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범죄유형이니 당연합니다. 피해자는 비열하고 잔인했으며, 가해자의 범행 동기는 공감할 만했습니다. 시비를 흔들고 선악이 모호한 사건은 수사 의욕을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분정구 사건은 제비뽑기로 남천식 형사가 억지로 떠맡았고, 한인걸 사건은 강민수 형사가 자진해서 맡기로 합니다. 민수는 고지식하기로 유명했고 범죄자는 동기를 불문하고 잡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는 잘생기고 친화력이 좋은 파트너 희성과 함께 수사를 합니다.


범인의 첫 기억은 아픔입니다. 아버지는 모든 물건이 체벌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범인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매일 아버지가 때리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장아장, 뒤뚱뒤뚱, 불완전하던 걸음걸이가 익숙해지자마자 달리기를 연습했지만 열에 아홉은 아버지에게 잡혔습니다. 도망치다 잡히면 더 많이 맞았지만 항상 도망쳤고, 살려달라는 비명을 질렀고, 다른 집 문을 두드려도 나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노인들만 가득한 동네에서 유일한 일꾼입니다. 아버지가 없어지면 곤란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젊은 남자를 동네에 붙잡아두기 위해 범인의 존재를 외면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또래 남자아이들보다도 더 컸고, 자라날수록 아버지가 범인을 때리는 횟수는 줄어들었습니다. 중학교 입학 전날 먼 곳에서 일하다 한 달 만에 돌아온 아버지는 때리지 않았고 또 다른 아픔을 주었습니다. 반복적인 외상성 경험은 편도체와 전전두엽을 손상시켜 공포심이나 고통을 억누릅니다.


강민수 형사와 파트너 희성은 범인을 붙잡을까요, 범인의 정체는 누구일까요, <어벤지: 푸른 눈의 청소부>에서 확인하세요.




사람들의 공분을 사는 사건들이 종종 있습니다. 범죄자는 납득하기 어려운 죄를 짓고, 반성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더 당당함을 보입니다. 그런 뻔뻔한 범죄자 때문에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가 오히려 피하기도 합니다. 이런 범죄자들에겐 무기징역 같은 선고가 나오길 바라지만 막상 재판에서 그보다 훨씬 약한 선고가 나와서 우린 더욱 분노하게 됩니다. 법에 근거해 선고를 내렸다고 하지만 분노한 우리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이 바로 복수, 어벤지입니다. 이런 사적 복수는 법에서 금하고 있지만 심적으론 사적 복수를 한 가해자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됩니다. 만약 내가 피해자, 혹은 가족이라면 복수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말입니다. <어벤지: 푸른 눈의 청소부>는 사적 복수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인간쓰레기를 청소하는 사람을 그립니다. 집단의 공감을 얻어낸다고 해서 복수가 정당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강민수 형사는 수사를 포기하지 않지만, 그의 파트너 희성은 청소부 검거에 회의적이 되어갑니다. 청소부의 범행이 늘어날수록 용의자도 늘어가고, 그 누구라도 범인이 될 수도, 모두가 범인일 수도 있습니다. 합의한 질서와 규칙을 무시하고 감정을 우선시하는 사회는 온전할 수 없기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복수법이 이해는 되지만 지지는 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정의 실현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나쁜 놈을 벌했다고 해서 선한 사람은 아냐.

그저 나쁜 놈보다 더 강한 놈일 뿐이지.

악에 맞서 싸운다고 해서 선이라고 착각하지 마.

오히려 더 거대한 악일 수도 있는 거니까. (p. 52)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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