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김치 -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김치
배양자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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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한식 브랜드' 정성담'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인 저자는 반찬으로 나가는 소스에 활용할 유자청 하나도 제철에 직접 구입한 유자를 직원들과 함께 직접 손질해 청을 담가 쓸 정도로 재료에 진심인 김치 전문가입니다. 저자의 두 자녀를 비롯한 혼자 사는 사람들이 혼자서도 김치를 잘 만들어 먹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혼김치>를 보겠습니다.



<혼김치>는 '하루에 김치/냉털이 김치채식주의 김치/손쉽다 김치/울엄마 김치'로 나눠 쉬운 김치부터 엄마 손맛 나는 김치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각 '파트별 주재료'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식재료가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가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레시피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어떤 주재료를 골라야 싱싱한 것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부재료'는 김치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양념들도 보여줍니다. 평소에도 준비가 되어 있다면 메인 식재료만 구입해 바로바로 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전준비&팁'은 김치를 좀 더 쉽게 만들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사전 재료를 만들 수 있게 소개합니다. 또한 김치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팁도 실었습니다. 이 책은 전통 김치 레시피보다 쉽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고, 소량이기 때문에 대형 김치통보다는 작고 위생적인 밀폐 유리병에 담아 보관하면 됩니다.


<혼김치>에 나온 김치 중에서 가장 맛있게 만들고 먹고 싶은 김치는 바로 '배추겉절이'입니다. 완성된 요리 사진이 왼쪽에 있고, 오른쪽엔 메인 식재료의 양을 기준으로 표시하거나, 먹을 수 있는 횟수를 분량으로 표시했습니다. 가장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나와있고, 만든 후 최대한 보관할 수 있는 보관 기간도 있습니다. 메인 재료와 절임, 양념 등을 알아보기 쉽게 카테고리로 나누어 정리했으며, 만드는 과정은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쿠킹팁'은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는 팁이나 간 맞추는 방법, 보관 방법 등을 정리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부추김치, 깻잎김치, 대파김치, 오이소박이, 총각김치 외에도 브로콜리김치, 연근토마토김치, 샐러리김치, 겨자잎김치, 황태고추김치, 건새우가지김치, 수박콜라비섞박지, 양배추깻잎김치, 대구아가미깍두기, 감태김치, 멍게김치, 유자백김치, 갈치무쩍김치 등 생소한 김치 레시피도 <혼김치>에 있습니다. 자신이 먹고 싶은 김치를 소개한 대로 먼저 따라 해봅니다. 저자는 이 책의 김치 중 3가지만 따라 만들어본다면 그다음은 쉽다고 합니다. 김치가 어렵고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쉽고, 간단하면 누구나 김치를 만들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겁니다. 그래서 저도 쉽고 간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혼김치 레시피를 따라 해서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김치를 먹어야겠습니다. 1인 가구뿐만 아니라, 부부만 사는 2인 가구, 먹는 양이 적은 아이들이 있는 3, 4인 가구까지 대한민국 모든 가구가 <혼김치>로 쉽고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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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사람들 부크크오리지널 7
보루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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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확신으로 확인되면 이야기의 반전에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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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사람들 부크크오리지널 7
보루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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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저자는 늘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10대 때 스릴러 소설을 쓰며 작가의 꿈을 키웠고, 스릴러 작가를 꿈꾸는 저자의 <사라진 사람들>을 보겠습니다.



요란스러운 알람 때문에 일어난 최주혁, 옆에 누워 있어야 할 아내가 없습니다. 처음엔 그는 잠시 밖을 나갔나 하고 생각하고 머리가 아파 약 기운에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다시 눈을 뜨니 어느새 오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아내 걱정에 전화를 받지 않는 아내 전화 대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겁니다. 어머니에게 아내 이수란에 대해 묻자 누구냐며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합니다. 다시 전화를 끊고 장모님과 처남에게 걸었더니 상대방이 전화를 잘못 걸었다며 끊습니다. 실종 신고를 하러 근처 파출소로 갔습니다. 지갑에 있는 결혼사진을 경찰에게 주며 접수를 부탁하자 경찰들은 이상하게 봅니다. 사진을 받아드니 결혼사진에는 검은 예복을 입은 남자가 홀로 있습니다. 곁에 있어야 할 아내는 없습니다. 사진 속에서 아내가 사라졌습니다. 경찰들은 최주혁의 신분증을 요구했고 그에게 경위를 듣습니다. 일단 접수를 하겠다며 집으로 돌아가라는 경찰의 말에 그는 나섰습니다. 다음 날 동사무소에 들린 최주혁은 혼인신고를 한 사살이 없다고 하고, 가족관계증명서에도 아내는 없습니다. 멍하니 있던 그의 눈에 아내와 친한 세영이 보입니다. 그녀에게 다가가 수란이를 아냐고 묻자 당연히 안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수란이의 행방을 묻자 세영은 어제라고 말하고 무언가를 회상하듯 허공을 응시하면서 말이 없습니다. 그가 세영을 부르자 갑자기 빈 껍데기가 된 것처럼 그런 사람을 모르겠다고 합니다.


도망가는 세영을 쫓으려다가 낯선 힘에 정신을 잃고 눈을 뜨니 어떤 여자가 누구를 잃어버린 거냐며 묻습니다. 옆에 있는 청년이 그를 부축해 어느 공간으로 갑니다. 청년의 이름은 한보배, 여자의 이름은 이정연, 낯선 힘의 남자 이름은 서장수고 주혁처럼 사라진 사람들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보배는 6개월 어머니를, 정연은 3년 전 아들을, 장수는 1년 전 딸이 사라졌답니다. 이들도 한순간에 가족들을 잃었고, 그들 또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주혁과 똑같은 상황에서 여전히 실종자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부터 실종자들의 사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정확히 주혁의 아내가 사라진 그 시간부터요. 정연은 '실종자'와 '찾는 자'가 있고, 사람들 사이에 '감시자'가 있답니다. 그들은 우리의 행동과 위치를 파악하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전달자'의 기억을 왜곡시킵니다.


다음 날 주혁은 세영을 만나러 회사로 갔더니 아내 수란을 기억하는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그가 누구인지 몰라봅니다. 다시 한번 이 상황을 확인한 주혁은 정연에게 전화를 걸었고 어제 만난 장소로 오라고 합니다. 장수가 딸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혼자 교문을 나서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순식간에 없어져서 잡을 수 없었다고요. 이 말을 들은 정연은 이상하다고 합니다. 모든 상황이 짜인 각본처럼, 꼭 우리를 유인하는 것처럼요. 이들은 해답을 못 내고 일단 헤어졌습니다. 그날 밤 장수는 골목길을 서성이는데 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정신없이 뛰어가다 배를 찔립니다.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찾았다며 쓰러진 장수를 보고 킥킥 웃습니다. 옆에 딸이 피를 흘린 채 쓰러진 것을 본 장수가 딸을 업고 큰 길로 한 발자국씩 걸어갑니다. 그런 장수를 다시 뒤에서 찌른 남자는 왜 죽였냐는 장수의 절규에 히죽 웃으며 모자를 벗었습니다.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장수는 놀랐고, 남자는 장수의 배 깊숙이 칼을 찌릅니다. 칼을 다시 안에 넣은 남자는 소리 없이 사라집니다.


세상에서 한순간에 사라진 사람들을 찾는 사람, 그렇게 찾던 사람들의 모습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합니다. 무슨 이유이고, 찾는 자들을 죽이는 남자의 정체는 누구인지, <사라진 사람들>에서 확인하세요.




항상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사라진 사람들>에선 최주혁의 아내가 갑자기 사라집니다. 아내를 아는 사람도 그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심지어 같이 찍은 사진에도 아내만 없어집니다. 한순간에 그는 결혼한 적도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만약 이런 일이 생긴다면 세상이 이상한 것인지, 내가 이상한 것인지 갈등하다가, 자신을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면 결국 내가 미친 거라고 수용하게 되겠죠. 다행히 주혁은 자신처럼 사라진 사람들을 찾는 이들과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실종자들을 찾습니다. 하지만 점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이 책은 주혁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하지만 처음과 끝에 있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와 장마다 삽입된 '진실을 말하다'의 시사뉴스 프로그램은 이야기에 큰 단서를 제공합니다.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던 삽입된 이야기가 주혁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의문에서 의심으로 변해갑니다. 설마, 진짜 그런 걸까라는 의심이 마지막에서 확신으로 확인되면 이야기의 반전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범죄자들에게 진정한 벌은 무엇인지, 유가족들의 아픔은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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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생각이 내 생각이 되지 않으려면 -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필로소피 클래스
오타케 게이.스티브 코르베유 지음, 김윤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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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대상으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자이자 철학자인 오타케 게이 씨는 도쿄대학교 이과에 입학했지만 5년 후 의학계를 떠났고, 대형 학원에서 일하면서 아이들과 철학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30대 후반에 도쿄대학교 문학부 대학원에 입학해 프랑스 사상을 연구했고, 철학 교실, 글쓰기 교실 등을 운영하며 일상 속에서 철학하는 것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세이신여자대학 국제교류학과 준교수인 스티브 코르베유 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학, 영화, 만화 등 폭넓은 일본 전후의 문화를 연구하고 있으며 대학교에서 강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두 분이 쓴 <남의 생각이 내 생각이 되지 않으려면>을 보겠습니다.



2018년 어느 인터넷 회사가 공개한 오바마 대통령의 인터뷰 영상과 독일 화가 한스 홀바인이 1933년에 그린 '대사들'이란 작품을 보면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보는 것은 '보고 싶은 대로만 본다'는 사실과 '진실은 원하는 대로 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의도로 무언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권력과 비슷한 것에 의해 '보도록' 유도됩니다. 그리고 우연한 타이밍에 진실이 보였을 때 지금까지 본 것은 무의미해집니다.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데도 진실은 의도치 않을 때 보인다' 이것이 '본다'는 행위의 정체입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으로 한나 아렌트는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유대인인 아렌트는 독일에서 태어났고, 반나치 활동에 협력하고 프랑스로 망명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미국으로 망명하고는 미국을 활동 거점으로 삼았습니다. 미국에서 한나 아렌트는 나치가 자행한 홀로코스트를 접하게 됩니다. 아렌트에게 전체주의와 싸우는 일은 정치 활동으로 타도하는 게 아니라, 그 배경에 있는 사상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책이 "인간의 조건"입니다. 이 책에서 아렌트는 '노동', '작업', '행위'를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력으로 분류합니다. 노동과 작업은 '타자의 희생'에 의해 성립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철학은 '나는 무엇(what) 인가?'를 과제로 삼아왔습니다. 즉 인간의 본질을 탐구해왔다는 얘기로 본질과 이상을 고찰하기 위해 관조적 삶이 권장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아렌트는 '나는 누구(who) 인가?'를 묻습니다. '누구인가?'는 관조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현장에서 타자에 의해 개시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렌트가 제시하는 활동적 삶입니다. '타자'가 대신할 수 있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에게 자극을 주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어떻게 해서든 하게 되는 일'에 순순히 따라보면 반드시 타자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답해 줄 것입니다.


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대량 소비하는 인간의 미래를 고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수많은 시점을 남겼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모의 행위, 모조품인 '시뮬라크르'는 오리지널에 상대되는 가짜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산업혁명 후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자 진품과 복제품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오리지널이 소멸되고 복제가 복제를 낳는 지금의 '시뮬라크르'에선 아무도 오리지널을 손에 넣을 수 없기에 우리가 획득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인간들과의 '차이'뿐입니다. 보드리야르는 이것을 '시뮬라시옹'이라고 부릅니다. '차이'에 의해 아이덴티티를 확보하고자 하는 욕구가 물건의 생산과 소비를 지속시킵니다. 최첨단의 고급 스마트폰을 손에 넣는다고 행복해질까요, 혹은 높은 지위나 높은 학력이 행복을 보장해 줄까요. 시스템은 그렇다고 우리를 조종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항상 기대를 벗어나는 것으로 끝나고 그 책임은 물건을 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물건을 소유하게 합니다. '행복'이 있다고 믿게 하고 물건은 항상 행복을 뒤로 미루면서 우리의 생명을 낭비시키고 있습니다. 보드리야르가 본 미래에 광명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혹은 차이에 집착하는 인간으로 계속 살아갈 것인가요. 어느 쪽이든 철학을 기능성과 유용성 측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철학이 시장가치를 벗어나 있는지의 여부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대답'이 아니라 '프로세스'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는가?'라는 것뿐입니다. '지식'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점'은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항상 '본다'라는 행위와 함께 존재합니다. 그리고 시점은 '자신'이 존재하지 않고서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지식을 빌려 쓸 수 있을지 몰라도 눈을 빌려 볼 수는 없는 법이며, 이 점이 바로 지식과의 큰 차이점입니다. 시점은 지식과 달리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성장시킵니다. '안다'는 것에는 아는지 혹은 모르는지 두 가지 선택지밖에 허용되지 않지만 '본다'는 것은 무한히 가능합니다. '신체적인 행위'란 차츰 시점을 바꿔가면서 계속 주위를 보는 일입니다. 철학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항상 열려 있습니다. 지식에서 해방되어 '시점'으로 방향을 돌리는 계기가 되는 책, <남의 생각이 내 생각이 되지 않으려면>으로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희망을 얻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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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죽음들 - 최초의 여성 법의학자가 과학수사에 남긴 흔적을 따라서
브루스 골드파브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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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주 수석 검시관실 공공정보관인 저자는 프랜시스 글레스너 리의 디오라마 '의문사에 관한 손바닥 연구'를 관리합니다. 저자는 응급구조사로 일했으며, 법의학 수사관으로 교육받았고, 의학과 과학, 의료에 관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저자의 첫 번째 논픽션이자 기자의 시각에서 역사적 사실만을 전달하고자 애쓴 <아주 작은 죽음들>을 보겠습니다.



'프랜시스 글레스너 리'는 미국 법의학의 발전을 이끈 최초의 여성 법의학자입니다. 과학수사 초창기였던 1930년대 하버드대학교에서 최초로 법의학과를 설립하기 위해 힘을 썼고, 이후 뉴햄프셔주 경찰에서 경감으로 임명되었습니다. 1940년대 경찰들을 교육하기 위해 실제 사건 현장을 그대로 재연한 작은 모형 디오라마를 만들었습니다. '의문사에 관한 손바닥 연구'라 불리는 이 디오라마는 현재 18개가 남아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법의학 훈련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봅니다.


역사적으로 사망 사건 다섯 건 중 한 건은 예기치 못하고 갑작스럽게 벌어집니다. 이들은 병을 앓고 있는 줄 몰랐던 사람들, 폭력이나 부상으로 혹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망한 사람들입니다. 1944년에 일어났던 약 28만 3000건의 의문사 중 1~2%를 넘지 않는 최대 수천 건의 사망 사건만이 자격을 갖춘 검시관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시관이란 죽음의 원인과 방식을 진단하도록 특수한 훈련을 받은 의사를 말합니다. 당시에는 보스턴, 뉴욕, 볼티모어, 뉴어크 등 동부 연안의 몇 안 되는 도시에만 법의학적 훈련을 받은 유능한 검시관과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춘 검시관실이 있었습니다.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그때까지도 중세 영국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체제인 매장물 조사관, 즉 코로너 제도가 활용되었습니다. 사망 사건 조사에 관한 매장물 조사관 제도는 중세 영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왕실 사유재산 관리인인 '크라우너'로 알려져 있던 이 관리는 왕실의 법적 대변인 역할을 했습니다. 코로너에게는 다양한 임무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세금이나 벌금 등 왕실이 받아야 할 돈을 수금하는 것입니다. 코로너는 갑작스럽거나 부자연스러운 사망 사건을 조사하기도 했는데 대체로 사망자가 살해당한 것인지 자살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처형당하거나 감금된 살인범은 집과 토지를 포함해 모든 재산을 압수당했고, 자살도 왕실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였으므로 재산을 압류했습니다. 코로너는 10~12명으로 이루어진 사인 신문 배심원을 소집하는데 그중 대부분은 글을 모르는 농부고, 성인 남자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의학적인 지식이 없으므로 시신을 살펴보고 목격자의 이야기를 들은 뒤 투표로 평결을 내립니다. 이런 코로너 제도는 부패하고 무능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코로너는 부정하게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장의사에게 시신을 보낼 수 있었는데, 피의자를 기소하고 보석금을 설정한 권한이 그에게 있습니다. 코로너와 사인 심문 배심원단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급료를 받았습니다. 사인 심문 배심원단은 경찰이나 검찰에서 원하는 결론이라면 어디에든 도장을 찍어줄 사기꾼과 관련자들로 넘쳐났습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프랜시스 글레스너 리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이혼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각자의 가정을 꾸린 뒤 필립스 하우스에서 요양하던 1929년에 검시관 매그래스를 만났습니다. 매그래스는 프랜시스에게 1928년 미국 국립 연구 회의에서 펴낸 '코로너와 검시관'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한 권 주었습니다. 이 논문에서 보스턴과 뉴욕 등 검시관 제도를 갖추고 있는 두 도시를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뉴올리언스 등 코로너가 있던 세 도시와 비교했습니다. 논문은 코로너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고,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매그래스는 방법이 있다면 이걸 법의학과의 토대로 삼고 싶다고 말하면서 현대적인 최초의 실험실을 만들고 싶다는 청사진을 프랜시스에게 말합니다. 리는 법의학을 독학하며 엄청난 자료를 모았고, 1000권의 도서를 수집해 하버드대에 기증하고 매그래스 법의학 도서관을 세우고자 했습니다. 그녀는 하버드대 총장에게 유언장을 작성했는데, 법의학부의 지속을 위해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힙니다. 프랜시스는 록펠러 재단의 의과학 분야 관리자 그레그 박사를 매그래스에게 소개받고 법의학에 발전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레그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인정합니다. 프랜시스는 록펠러 재단의 도움을 받으면 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자신이 작성한 제안서를 알립니다. 의대 3학년에게 강의할 교수진, 법의학 전문가를 훈련하는 데 쓰일 장학금, 코로너, 코로너의 의사, 검시관을 위한 교육과정 등 이 제안서를 위해 하버드대에 25만 달러를 희사할 것이라 말합니다. 프랜시스가 세운 비전의 목표는 하버드대 법의학과를 발전시켜 매사추세츠 주의 모든 법의학 수사를 진행하고 미국 전역의 경찰에게 도움을 줄 법의학 연구소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녀의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 속에서 법의학은 발전했습니다.




개혁자이자 교육자, 법의학의 수호자인 프랜시스 글레스너 리가 법의학 분야에 끼친 영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미국 최초의 법의학과 책임자인 모리츠는 리와 동료이자 친구가 되었고, 그들은 경찰들에게 일주일짜리 법의학 집중 강좌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단서를 찾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정교하고 상세한 축소 모형인 디오라마를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당시 여성이 사회에서 설 수 있는 자리에 분명히 한계가 있었던 시절이었으나 적지 않는 나이에 그 공로를 인정받아 법의학 연구와 교육에 큰 틀을 마련했습니다. 그녀의 삶을 보면, 한 사람이 흘린 땀과 나아가려는 힘이 사회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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