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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평점 :
저자는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쓴 첫 장편소설 "관통하는 마음"으로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하였습니다. 동화 "예언의 고야"로 제29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동화 부문 우수상을 수상해 동화 작가로도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그럼, "관통하는 마음"에 이은 일상 판타지 난투극 <후려치는 안녕>을 보겠습니다.
손병삼은 충남 서산에서 남의 밭에서 일해 주고 품삯을 받고 사는 아버지와 병삼을 낳고 원인도 모르게 죽은 엄마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병삼의 아버지는 병삼을 보면 어미를 잡아먹은 새끼라는 생각에 술에 취해 아들을 패며 욕을 했습니다. 담임 선생은 가난하고 붙임성 없는 병삼에게 관심이 없고, 병삼의 아버지를 혼내던 이장도 이제는 포기했는지 아는 체하지도 않고, 고구마를 주며 챙겨주던 동네 할머니도 재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병삼에겐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 저수지에서 울고 있으려니 낯선 누나가 허리에 튜브를 매고 저수지에 들어갑니다. 물장구를 치며 놀다가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고 병삼은 물에 뛰어들어 구하려다가 자신도 물에 가라앉습니다. 그때 외국인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자신과 누나를 물에서 건졌고, 아저씨는 병삼에게 누나의 육신은 살았지만 영혼이 깨어나지 않았다며 정신이 들 정도로 세게 후려쳐야 된다고 말하고 떠납니다. 병삼은 누나의 뺨을 쫙 소리 날 정도로 때렸고, 그제야 누나는 정신이 들었는지 일어나서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이후 술 먹고 정신을 잃은 아버지의 뺨을 때렸고, 병삼의 아버지는 자신이 잘못했다며 아들을 끌어안고 웁니다. 그리고 병삼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미안하다며 자살을 합니다. 혼자가 된 병삼은 외가 쪽 오촌 아저씨 집에 자랐고, 지금은 고등학교 동창 정바울이 목사로 있는 서울 금호동 개척교회인 한마음교회에서 버스 운전을 합니다.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서보라는 일명 생선 냄새 증후군에 걸렸습니다. 변종으로 남자들은 보라의 땀 남새를 맡으면 굉장한 불쾌감을 느끼고, 분노하며 폭력을 일으킵니다. 청소년 때 아빠와 남자들의 이유 없는 폭행과 적의에 시달린 보라는 원인을 알고 난 뒤로 디오더런트와 향수로 최대한 땀 냄새를 감추며 살았습니다. 한국으로 와서 여성 전용 피트니스클럽에서 크로스핏 강사를 하며 지내고 있는데, 지하철에서 자신의 땀 냄새에 흥분해서 때리려는 남자가 현행범으로 경찰에게 잡히고 합의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주라고 생각했던 생선 냄새 증후군이 돈벌이가 되었습니다.
그날도 남녀가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것을 보고 오해한 보라는 남자에게 자신의 땀 냄새를 맡게 했습니다. 남자는 인상을 찌푸렸고 주먹을 날립니다. 보라는 가까스로 몸을 피했습니다. 다행히 보안요원들이 왔고 목사라고 불린 남자는 다른 남자들처럼 욕을 하지 않고, 달려들지도 않은 채 조용히 보라를 노려봅니다. 그는 강남에서 제일 큰 재일교회 목사인 전재일이고, 자신의 아버지 전세환 목사를 횡령 및 뇌물수수, 재정 비리로 고발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가 모아놓은 60억을 모두 기부한 일로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경찰서에 온 보라는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경찰서에 들린 병삼에게 뺨을 맞고 자신의 행동을 고백합니다. 그 일을 눈여겨본 재일은 병삼을 불러 자신의 교회로 와서 일을 하라고 말합니다.
병삼이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후려치는 안녕>에서 확인하세요.
만약 나한테 초능력이 생기는 어떨까요. 순간 이동을 할 수 있거나, 힘이 세지거나, 하늘을 날거나 한다면 일상이 영화처럼 변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후려치는 안녕>의 등장인물처럼 뺨을 맞으면 죄를 뉘우치는 초능력이 생긴다면, 이걸 어디에 쓸까 싶어 한숨이 나올 것 같네요. 하지만 이렇게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초능력도 누군가는 이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힘들게 살았고, 사투리 때문에 더욱 순박하게 보이는, 별 볼일 없는 초능력 하나 가지고 있는 병삼이 잘 살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못 가지고 못 배운 사람은 더욱 못 살고, 많이 가지고 많이 아는 사람은 더 잘 사는, 지금의 현실을 책이 보여주는 것 같아 읽을수록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알아주는 세상이 올 거라고 믿는 것처럼, 그래서 악한 사람은 결국 벌을 받게 될 거라고 믿는 것처럼, 결국 우리 세상은 어마어마한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가 아닌 평범하지만 조금씩의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삽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변화를 가져와 자신들의 믿음 대로 세상을 바꿀 테니까요.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