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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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출생한 저자는 프랑스 문학 교수와 서점을 운영한 부모 아래에서 글쓰기와 문학에 익숙한 분위기에서 성장했습니다. 매년 미국 뉴잉글랜드 햄프턴으로 가족 휴가를 떠나 미국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미국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2010년 첫 장편소설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나날"을 발표해 '제네바 작가상'을 수상했고, 2012년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전 세계에서 600만 부 이상이 팔렸고, 2018년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되었습니다. 세 번째 장편소설 "볼티모어의 서"는 4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은 출간 이후 7주 동안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37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럼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고교생이 선정하는 공쿠르상' 등을 수상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2008년 이야기의 화자이자 작가인 마커스 골드먼은 책의 제목인 '해리 쿼버트 사건'을 책으로 썼고, 뉴욕은 온통 그 책 이야기로 떠들썩했습니다. 사람들은 1975년 오로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사건은 여름이 시작될 무렵 무려 33년 만에 놀라 켈러건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촉발되었습니다. 마커스는 그가 쓴 첫 소설로 미국 문학계의 총아로 등극한 지 1년 반이 지난 2008년 초, 계약한 출판사에서는 차기작을 내놓으라며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백지 공포증에 시달렸고, 여러 방법을 썼으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자신을 가르친 은사이자 가장 존경받는 작가 가운데 하나인 해리 쿼버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해리에게 어려움을 토로하자 자신의 집에서 글을 써보라고 제안했고, 마커스는 2008년 2월 뉴햄프셔주 오로라로 갔습니다. 해리는 1975년에 낸 두 번째 소설 '악의 기원'이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 미국 비평가협회상과 전 미국 북어워드를 석권해 성공한 작가였고, 버로스 대학교 문학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1998년 마커스가 버로스 대학에 입학해 그와 사제 시간으로 만났고, 이후 애제자를 넘어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 사이로 깊어졌습니다. 해리가 어떻게 걸작을 쓸 수 있었는지 궁금한 마커스는 그의 서재를 뒤지다 숨겨둔 자개 상자 안에서 사진 몇 장과 신문 기사들을 발견했습니다. 34살의 해리와 10대 소녀가 함께 찍은 사진과 아이 필체로 8번 방에서 기다리라며 사랑한다는 글과 놀라란 서명이 적힌 편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1975년 8월 놀라 켈러건이란 소녀가 수수께끼처럼 사라진 사건을 다룬 기사도 있었습니다.

2008년 6월 12일 출판사에서 소송을 걸어올 경우를 대비해 변호사를 만나러 뉴욕에 간 마커스는 해리의 전화를 받습니다. 놀라 켈러건이 죽었다며 울먹이며 흐느끼다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TV에서 해리 쿼버트가 자택에서 전격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해리의 의뢰를 받은 조경회사 직원들이 해리의 집 정원에 구국을 심으려고 구덩이를 파다가 오래되어 부식된 유골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유전자 감식으로 놀라임이 확인될 경우 1975년 8월 30일에 시신으로 발견된 데보라 쿠퍼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은 밝힙니다. 해리의 변호사 벤자민 로스와 통화해 상황을 알아보니, 유골 옆에 '악의 기원' 원고가 같이 있어서 해리가 범인임을 경찰은 확신한다고 합니다. 해리의 무죄를 믿으며 해리의 집에 다시 간 마커스는 사건을 알아보기로 결심합니다.

오로라 주민들을 만나 놀라의 실종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마커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문장이 담긴 쪽지를 누군가가 계속 남기고, 급기야 해리의 차에 누군가가 불을 지릅니다. 조사가 계속될수록 놀라의 이면을 발견하게 되고, 놀라의 사건을 파헤치길 두려워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에서 확인하세요.




이야기는 2008년과 1975년을 오가며 진행됩니다. 유명 작가가 된 마커스 골드먼은 백지 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해 은사이자 글쓰기를 가르쳐 준 해리 쿼버트가 사는 오로라에 갑니다. 그런데 해리의 정원에서 오래된 유골이 발견되고, 1975년 8월에 실종된 15살 소녀 놀라 켈러건으로 밝혀집니다. 해리가 쓴 소설 원고가 유골과 함께 발견되면서 해리는 범인으로 지목돼 수감됩니다. 해리의 결백을 믿는 애제자이자 친구인 마커스는 조사를 시작하고 생각지도 못한 사실들이 밝혀집니다. 착하고 누구에게나 싹싹하며 예의 바르다고 동네 주민들이 모두가 말했던 놀라에게 비밀이 있었고, 그 비밀은 생각지도 못한 것들입니다. 과연 놀라는 어떤 사람일까요. 타인이 어떤 사람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우린 생각합니다. 그 사람과의 시간에서 그 사람이 보여준 행동과 말로요.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면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깨집니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에서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놀라가 숨긴 비밀의 끝은 무엇이며, 진범은 누구인지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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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토끼의 게임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윤수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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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교토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중퇴했습니다. 본명은 스즈키 아키라로 교토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출신이며, '관' 시리즈로 잘 알려진 아야쓰지 유키토와는 선후배 사이입니다. 1989년 "8의 살인"으로 데뷔했고, '하야미 3남매' 시리즈, '인형 탐정' 시리즈, '부식의 거리' 시리즈 등 폭넓은 작품관을 선보였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살육에 이르는 병", "8의 살인", "미륵의 손바닥" 등이 있습니다. 그럼, <늑대와 토끼의 게임>을 보겠습니다.



후지사와 도모키는 초등학생 5학년으로 평범한 가정의 외동아들입니다. 도모키의 친구 야마가미 고스모와는 1학년 때부터 친구였는데, 3학년 무렵부터 고스모는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난 채로 등교하기 시작했고, 학교에서도 폭군이 되었습니다. 도모키에는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고, 도모키도 고스모의 사정을 알아 계속 친구로 지내기로 결심했습니다. 2학년 때 고스모의 집에 놀러 간 도모키는 고스모의 아빠가 갑자기 낮에 돌아와서 엄마를 때리며 일을 치렀습니다. 고스모와 가이아에겐 일상다반사였지만 도모키에게 보여줄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때 본 고스모 엄마의 얼굴은 푸르뎅뎅하게 부어 있고,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얼마 뒤 고스모의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이들만이 아빠의 폭력 앞에 남겨졌습니다. 4학년 때 고스모의 팔이 골절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담임과 보건 선생님이 자주 다치는 데다가, 오래된 상처도 많아 아동학대로 의심되어 가정방문을 했습니다. 고스모의 아빠는 집에서 유도를 가르쳤다며, 근처 유도 학원에 접수해놓고, 낡은 유도복도 집에 마련해뒀습니다. 고스모도 부정하지 않았고, 그 이후 그만큼 다양한 상처가 유도 때문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도모키는 고스모와 동생 가이아와 지정된 통학로로 집에 가지만 파출소를 지나가야 해서 싫습니다. 파출소엔 두 명의 경찰이 있는데, 한 명은 20대 정도의 젊은 경찰관이고, 또 다른 경찰은 고스모와 가이아의 아빠인 야마가미 시게오 순사장입니다.

도모키에게만 휴대전화가 있어 고스모는 아빠가 집에 없을 때 도모키의 휴대전화에 연락을 합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고스모와 동생이 도모키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혼자 왔습니다. 그런데 고스모의 태도가 영 이상합니다. 여느 때보다 거칠고 어딘가 초조해 보여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더니 그 인간이 자기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털어놓습니다. 오늘 아침 먹을 게 없어 고스모 아빠 방에 동생이랑 들어갔는데, 아빠 책상에 부딪혀서 컴퓨터를 떨어뜨렸답니다. 보기엔 안 깨졌는데, 전원이 안 들어와서 고장 난 것 같답니다. 들어가지 말라고 한 방에 들어가 컴퓨터가 부서졌으니 가만두지 않을 거라며 벌벌 떱니다. 자신이 죽기 전에 죽여야겠다며 도모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어쩌다 보니 같이 고스모에 집에 가게 된 도모키는 그곳에서 마당에 삽을 휘두르고 있는 고스모의 아빠를 봅니다. 곁에는 꺾여서 누워 있는 가이아도 있습니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든 시게오가 고스모와 도모키를 발견하고, 둘은 정신없이 도망칩니다.

시게오를 피해 도망친 고스모와 도모키는 어떻게 될지, <늑대와 토끼의 게임>에서 확인하세요.




살인자 아버지를 피해 아들과 그 친구가 도망칩니다. 초등학생이라 제대로 된 판단도 어렵고 갈 곳도 마땅치 않은 둘은 과연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초등학생의 말을 믿어줄 어른도 없을 것이고, 살인자 아버지는 경찰입니다. 둘의 뒤를 쫓는 살인자와 그를 피해 숨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숨바꼭질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친구도 그렇게 느끼는지 단체 숨바꼭질인 '늑대와 토끼'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라면 토끼팀은 붙잡혀도 우리 안에 갇히기만 하고, 동료들이 구출해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게임은 잡히면 토끼는 곧바로 잡아먹힙니다. 새로 시작하지도 못하게 됩니다.

생과 사를 오가는 위험한 게임 중인 아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하고 진정한 어른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느끼며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살인자에게 폭력을 당하고도 버티며 의리를 지킨 어른이 한국 사람이라 왠지 더 눈물이 납니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믿었던 사람은 배신을 하고, 어찌 보면 외면해도 될 낯선 이방인이 그들을 걱정하고 신뢰를 지키는 모습에서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친구를 걱정하고, 책임감을 느끼고 끝까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어린이가 대단하고, 계속되는 폭력으로 인해 망가지는 또 다른 어린이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씁쓸한 여운이 계속되는 <늑대와 토끼의 게임>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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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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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재일 교포 3세로 오사카 예술대학 영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15년 "도덕의 시간"으로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202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1위, 2023년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1위에 등극한 "폭탄", 제73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제41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제162회 나오키상 후보작인 "스완" 외에도 "하얀 충동", "Q", "멋진 압박" 등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의 데뷔작 출간 후 넉 달 만에 선보인 <로스트>를 보겠습니다.



TV 홈쇼핑 뷰티 제품의 하청업체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아르바이트생 무라세 아즈사가 어느 날 연락 없이 사흘을 무단결근합니다. 결국 가장 바쁜 날에도 회사에 나오지 않아 예민한 관리 직원 시모아라치 나오타카는 '관리자를 바꿔 달라'라는 고객의 클레임성 전화를 대신 받게 됩니다. 기계로 가공한 듯한 묘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무라세 아즈사를 데리고 있다. 이건 장난 같은 게 아닌 엄연한 영리 목적의 납치다'라며 자신을 '퓨와이트'라고 밝히고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합니다. 인질의 목숨을 구하려면 1억 엔의 몸값을 총 1백 명의 경찰이 각각 1백만 엔씩 가진 채 일본 전국 각지로 운반하라고 지시합니다.

순식간에 일본 경찰은 이를 협력하기 위해 경찰들을 차출하고, 비번인 생활안전과 나베시마도 함께합니다. 납치범은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SNS 상에서 경찰들에게 목적지와 도착 시간이 지시합니다. 지정 시간까지 도착한 현장에서 장소, 얼굴, 봉투가 함께 나온 사진을 찍어서 올리라고 합니다. 100명의 경찰들이 노력했지만 지정 시간까지 도착하지 못하거나 길을 잃었거나, 사진 업로드가 늦은 운반조가 탈락되었습니다. 늦은 운반조를 질책한 퓨와이트는 잘린 귀의 살점 사진과 '다음은 목'이라는 글을 남깁니다. 남은 89명에게 67개의 장소에 가라고 지시하고, 지시를 못 받은 22명은 그 자리에 몸값을 놓고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돈 봉투를 들고 간 사람들이 나타나고, 이를 철수조가 둔 봉투를 감시 중이던 경찰이 쫓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SNS에서 봉투를 주은 사람에게 봉투 속 백만 엔을 준다는 글을 보고 가져간 사람입니다. 89명의 운반조가 각각 도착한 곳은 인기 아이돌 '이토헨'의 라이브 뷰잉이 진행 중인 극장들입니다. 퓨와이트는 극장 좌석 번호와 백만 엔이 든 봉투를 찍어 업로드한 후 극장을 떠나라고 합니다.

납치범과의 협상 역할을 맡게 된 시모아라치 나오타카와 후지모토, 오사카 부경 특수범죄과의 주임 아소와 미쓰미조, 무라세 아즈사가 소속된 중소 연예 기획사의 대표 아즈미 마사히코와 부사장 기타가와 루이 등 관련 인물들의 평온했던 삶은 납치 사건으로 더 이상 예측할 수 없게 됩니다. 과연 범인의 목적은 무엇이며, 사상 최대 규모의 납치 사건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사건 이후에도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될지, <로스트>에서 확인하세요.




사상 최대 규모의 납치가 일어납니다. 납치범은 1억 엔의 몸값과 100명의 경찰을 요구했고, 돈을 마련한 것은 피해자의 부모가 아닌 피해자의 연예 기획사 사장 아즈미 마사히코입니다. 왜 1억이라는 거금이 필요했는지, 왜 백 명이라는 운반책이 필요했는지, 왜 일부러 시간을 늦게 설정했는지, 납치범의 요구가 계속될수록 그가 하는 행동을 살펴보면 돈을 받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납치범에게 따로 지시를 받은 아즈미와 돈을 운반한 경찰 나베시마는 이미 조각조각 난 채로 죽은 피해자를 발견합니다. 현장에서 구속된 아즈미는 납치범이 전화를 건 곳과 동선이 겹치고, 몸값이 거의 돌아와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입니다. 오사카 부경 특수범죄과의 주임 아소와 미쓰미조는 납치범이 아즈미에게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서라 생각해 수사를 시작합니다. 아즈미의 과거가 밝혀질수록 진범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피해자와 진범의 연결고리도 알아냅니다.



속죄란 무엇일까.

가만히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몸에서 보이지 않는 입자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이곳은 감옥이다.

창살 없는 감옥이다.

한번 여기 있다고 깨달은 사람은 두 번 다시 나갈 수 없는,

그야말로 완전 무적의 감옥이다.

p. 391


살아가면서 한 번도 잘못을 저지르고 살 순 없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알면서도 크고 작은 죄를 저지르며 살아갑니다. 그 잘못이 법에 의해 심판을 받거나 사회 규범에 따른 처분을 받았다면 도의적인 책임 외에 그 죄를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잘못이 이렇게 될 수 없기에 크고 작은 죄를 모른 척하거나, 죄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생 죄의 무게에 짓눌러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속죄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로스트>는 자신만의 속죄 방법을 찾기 위해 한계까지 내몰린 사람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외면하지 않고 속죄할 기회를 주는 친절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마음속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작품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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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리스트
재키 캐블러 지음, 정미정 옮김 / 그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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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코번트리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서 유년 시절 대부분을 보낸 저자는 신문 기자로 경력을 쌓은 후 20년 동안 TV 뉴스 특파원으로 활동했습니다. GMTV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이후, ITN과 BBC 뉴스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코소보 사태, 클린턴 대통령 탄핵 소추, 아시아의 쓰나미, 에티오피아의 기근, 매들린 머캔 실종 사건 등 전 세계의 주요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현재는 범죄 소설 작가와 쇼핑 채널 QVC의 진행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살인 리스트>를 보겠습니다.



희생자의 친척들이나 형사들을 심도 있게 취재하며 이야기의 핵심을 파고드는 범죄 전문 프리랜서 기자인 메리 엘리스는 3살 때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고, 18살 때 화재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메리는 화상을 입은 채 구출되었습니다. 죽은 아버지 그레고르 엘리스는 90년대에 유명한 미국 범죄 소설가였으며 베스트셀러도 여러 권 썼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아내가 죽자 세상과 담을 쌓고 살면서 메리를 데리고 새로운 도시나 나라로 옮겨 다니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 사망할 당시에 영국 코츠월드에 있는 시골 저택에 정착했습니다. 이제 10여 년이 지나 인근 첼트넘에 살며 공유 사무실에서 일하던 메리에게 크리스마스이브날 선물들이 도착합니다. 바빠서 선물들을 정리할 시간이 없던 메리는 1월 31일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크리스마스이브날 받았던 다이어리를 집어 들었습니다. 버리기 전에 선물을 보내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다이어리 안을 살펴보는 순간, 노란색 쪽지에 '읽으시오.'라며 정자체로 적혀 있습니다. 1월 1일 페이지에 검은색 글씨로 '옥스퍼드, 리사 죽이기'가 적혀 있습니다. 1월 1일 28살 리사 터너가 아침 일찍 새해 전야 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살해당했습니다. 오싹해진 메리는 페이지를 넘기다 2월 1일에 '버밍엄, 제인 죽이기'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3월 1일, '카디프, 데이비드 죽이기', 4월 1일 '첼트넘, 메리 죽이기'를 봅니다.

메리는 첼트넘 경찰서에 다이어리를 들고 가서 신고합니다. 사건 접수를 하고 돌아온 메리를 저택의 한 방을 빌려 쓰는 회계사 피터 정이 위로합니다. 피터는 8년 전 런던에서 열린 하우스 파티에서 처음 만나 친해졌고, 지금은 친구로 같이 살고 있습니다. 사건 접수를 한 첼트넘 경찰서 책임 수사관 스테프 워든 경감은 이를 옥스퍼드의 린다 레이크 경감, 버밍엄의 프리야 톰슨 경감, 카디프의 브린 루이스 경감에게 알렸습니다. 다이어리에 적힌 이름들이 너무나 평범해 수사하기 힘들다 판단한 경찰들은 일단 순찰을 강화하고 비상에 대비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2월 1일 제인 홀랜드라는 50대 여성이 자신의 정원 잔디밭 나무 아래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사인은 둔기로 뒷머리를 세게 한 번 맞은 걸로 추정되지만 범행 도구는 발견되지 않았고 침입 흔적도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메리에게 다이어리를 보내 살인 예고를 했으며, 피해자들의 연결 고리는 무엇인지, <살인 리스트>에서 확인하세요.




누군가 주인공에게 살인 리스트를 적은 다이어리를 보내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1월 1일부터 매월 1일, 어디에 사는 누군가를 죽인다는 글과 함께 4월 1일에 적힌 이름은 주인공입니다. 죽인다는 이름은 리사, 제인, 데이비드, 메리로 영국에서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이 글만으로는 피해자를 특정 지을 수 없기에 경찰은 수사에 난색을 표합니다. 피해자들이 하나둘씩 죽고, 범죄 전문 프리랜서 기자 메리는 자신이 미끼가 될 것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집에서 동거인 피터와 함께 범인을 기다리는데, 주인공 메리 앞에 나타난 범인의 정체는 반전입니다. 게다가 메리의 비밀도 책의 반이 지나 메리 자신이 독자들에게 밝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또 다른 비밀이 마지막에 있습니다. 주인공 메리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의 혼란한 마음과 당황함이 이해되며 메리처럼 주변 인물들이 전부 의심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나타난 범인은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어서 더욱 놀랐습니다. 4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막힘없이 잘 읽히는 재미있는 스릴러 소설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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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과 낭만
패멀라 폴 지음, 이다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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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북리뷰'의 편집장이며, '뉴욕타임스' 출판 지면과 주간 북리뷰 팟캐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저자는 "작가의 책", "난생 처음 북클럽", "밥과 함께한 나의 삶", "육아 주식회사", "포르노화", "첫 번째 결혼과 결혼 제도의 미래"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책 등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을 보겠습니다.



지루함은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처리할 일이 너무나 많은 미친 일과 중에 생긴 귀한 자유 시간인데 할 일도, 다른 일로 전환하거나 신경을 분산할 수 있는 것도 하나 없는 것입니다. 그제야 깨닫습니다. 책을 한 권 가져올 걸 이라고요. 하지만 이 문제는 이제 완벽히 해결되었습니다. 이제 지루함은 1도 없으니깐요. 텅 빈 시간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황당하게 느껴집니다.

불꽃놀이를 보며 감탄하거나 스타디움 록 콘서트의 마지막 앙코르 발라드에 맞춰 몸을 흔들 때 등, 다른 사람들과 같은 순간에 있다는 것에는 강력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지속적인 감정적 경험에 휩싸이는 순간,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군중의 에너지에 몸을 맡기는 강렬함으로 공기가 들썩일 때 느껴지는 경외감입니다. 어디에 있든 인간은 한 번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주로 위로 치켜든 휴대폰의 렌즈를 통해 현장을 보았고, 또는 손에 든 휴대폰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스크롤 하며 주변 사람이 아닌 SNS에 있는 사람과 이를 공유합니다. 실제로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조차 완전히 그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열렬한 애정은 모든 신생아의 타고난 권리며, 부모는 기꺼이 헌신합니다. 사람들은 아기를 보는 일을 멈출 수 없었는데, 이제 부모들이 아이 바라보기를 멈출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유모차를 밀면서 아기가 알아듣지 못한다 해도 아침 풍경이나 계획을 무심코 설명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 시간을 친구와 채팅을 하거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시간이 채워집니다. 물론 부모는 여러 방법으로 온라인 도구를 사용해 최고의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이제 막 기기 시작하는 작은 인간이 눈앞에서 내는 소리와 장면의 즉각성과 그 자체의 완전함에서 부모는 멀어지고 맙니다.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언제 그런 관심이 잃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10대가 되면 아이들은 그 메시지를 확실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 연세가 당시 96살이셨습니다. 외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 우리나라가 해방하던 것을 보고, 전쟁으로 황폐해진 곳을 일구어 선진국에 들어서더니, 이젠 잘은 모르지만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시대까지 사셨습니다. 그분의 인생을 생각하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변화된 시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90여 년의 세월도 변화무쌍하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컴퓨터의 모니터는 컸고, 도스라는 명령어로 실행시켰으며, 인터넷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정도로 생각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의 능력이 나날로 발전하고, 윈도라는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타나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더니, 이제 15년 전에 등장한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세상이 진짜 많이 변했습니다.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은 인터넷이 우리에게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그 세상을 작아지게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애타게 그리워하는 것들, 존재조차 몰랐던 것들,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그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없어져서 없어졌는지도 몰랐던 그것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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