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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6월
평점 :
1981년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재일 교포 3세로 오사카 예술대학 영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15년 "도덕의 시간"으로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202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1위, 2023년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1위에 등극한 "폭탄", 제73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제41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제162회 나오키상 후보작인 "스완" 외에도 "하얀 충동", "Q", "멋진 압박" 등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의 데뷔작 출간 후 넉 달 만에 선보인 <로스트>를 보겠습니다.
TV 홈쇼핑 뷰티 제품의 하청업체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아르바이트생 무라세 아즈사가 어느 날 연락 없이 사흘을 무단결근합니다. 결국 가장 바쁜 날에도 회사에 나오지 않아 예민한 관리 직원 시모아라치 나오타카는 '관리자를 바꿔 달라'라는 고객의 클레임성 전화를 대신 받게 됩니다. 기계로 가공한 듯한 묘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무라세 아즈사를 데리고 있다. 이건 장난 같은 게 아닌 엄연한 영리 목적의 납치다'라며 자신을 '퓨와이트'라고 밝히고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합니다. 인질의 목숨을 구하려면 1억 엔의 몸값을 총 1백 명의 경찰이 각각 1백만 엔씩 가진 채 일본 전국 각지로 운반하라고 지시합니다.
순식간에 일본 경찰은 이를 협력하기 위해 경찰들을 차출하고, 비번인 생활안전과 나베시마도 함께합니다. 납치범은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SNS 상에서 경찰들에게 목적지와 도착 시간이 지시합니다. 지정 시간까지 도착한 현장에서 장소, 얼굴, 봉투가 함께 나온 사진을 찍어서 올리라고 합니다. 100명의 경찰들이 노력했지만 지정 시간까지 도착하지 못하거나 길을 잃었거나, 사진 업로드가 늦은 운반조가 탈락되었습니다. 늦은 운반조를 질책한 퓨와이트는 잘린 귀의 살점 사진과 '다음은 목'이라는 글을 남깁니다. 남은 89명에게 67개의 장소에 가라고 지시하고, 지시를 못 받은 22명은 그 자리에 몸값을 놓고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돈 봉투를 들고 간 사람들이 나타나고, 이를 철수조가 둔 봉투를 감시 중이던 경찰이 쫓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SNS에서 봉투를 주은 사람에게 봉투 속 백만 엔을 준다는 글을 보고 가져간 사람입니다. 89명의 운반조가 각각 도착한 곳은 인기 아이돌 '이토헨'의 라이브 뷰잉이 진행 중인 극장들입니다. 퓨와이트는 극장 좌석 번호와 백만 엔이 든 봉투를 찍어 업로드한 후 극장을 떠나라고 합니다.
납치범과의 협상 역할을 맡게 된 시모아라치 나오타카와 후지모토, 오사카 부경 특수범죄과의 주임 아소와 미쓰미조, 무라세 아즈사가 소속된 중소 연예 기획사의 대표 아즈미 마사히코와 부사장 기타가와 루이 등 관련 인물들의 평온했던 삶은 납치 사건으로 더 이상 예측할 수 없게 됩니다. 과연 범인의 목적은 무엇이며, 사상 최대 규모의 납치 사건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사건 이후에도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될지, <로스트>에서 확인하세요.
사상 최대 규모의 납치가 일어납니다. 납치범은 1억 엔의 몸값과 100명의 경찰을 요구했고, 돈을 마련한 것은 피해자의 부모가 아닌 피해자의 연예 기획사 사장 아즈미 마사히코입니다. 왜 1억이라는 거금이 필요했는지, 왜 백 명이라는 운반책이 필요했는지, 왜 일부러 시간을 늦게 설정했는지, 납치범의 요구가 계속될수록 그가 하는 행동을 살펴보면 돈을 받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납치범에게 따로 지시를 받은 아즈미와 돈을 운반한 경찰 나베시마는 이미 조각조각 난 채로 죽은 피해자를 발견합니다. 현장에서 구속된 아즈미는 납치범이 전화를 건 곳과 동선이 겹치고, 몸값이 거의 돌아와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입니다. 오사카 부경 특수범죄과의 주임 아소와 미쓰미조는 납치범이 아즈미에게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서라 생각해 수사를 시작합니다. 아즈미의 과거가 밝혀질수록 진범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피해자와 진범의 연결고리도 알아냅니다.
속죄란 무엇일까.
가만히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몸에서 보이지 않는 입자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이곳은 감옥이다.
창살 없는 감옥이다.
한번 여기 있다고 깨달은 사람은 두 번 다시 나갈 수 없는,
그야말로 완전 무적의 감옥이다.
p. 391
살아가면서 한 번도 잘못을 저지르고 살 순 없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알면서도 크고 작은 죄를 저지르며 살아갑니다. 그 잘못이 법에 의해 심판을 받거나 사회 규범에 따른 처분을 받았다면 도의적인 책임 외에 그 죄를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잘못이 이렇게 될 수 없기에 크고 작은 죄를 모른 척하거나, 죄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생 죄의 무게에 짓눌러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속죄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로스트>는 자신만의 속죄 방법을 찾기 위해 한계까지 내몰린 사람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외면하지 않고 속죄할 기회를 주는 친절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마음속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작품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