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과 낭만
패멀라 폴 지음, 이다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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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북리뷰'의 편집장이며, '뉴욕타임스' 출판 지면과 주간 북리뷰 팟캐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저자는 "작가의 책", "난생 처음 북클럽", "밥과 함께한 나의 삶", "육아 주식회사", "포르노화", "첫 번째 결혼과 결혼 제도의 미래"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책 등을 썼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을 보겠습니다.



지루함은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처리할 일이 너무나 많은 미친 일과 중에 생긴 귀한 자유 시간인데 할 일도, 다른 일로 전환하거나 신경을 분산할 수 있는 것도 하나 없는 것입니다. 그제야 깨닫습니다. 책을 한 권 가져올 걸 이라고요. 하지만 이 문제는 이제 완벽히 해결되었습니다. 이제 지루함은 1도 없으니깐요. 텅 빈 시간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황당하게 느껴집니다.

불꽃놀이를 보며 감탄하거나 스타디움 록 콘서트의 마지막 앙코르 발라드에 맞춰 몸을 흔들 때 등, 다른 사람들과 같은 순간에 있다는 것에는 강력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지속적인 감정적 경험에 휩싸이는 순간,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군중의 에너지에 몸을 맡기는 강렬함으로 공기가 들썩일 때 느껴지는 경외감입니다. 어디에 있든 인간은 한 번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주로 위로 치켜든 휴대폰의 렌즈를 통해 현장을 보았고, 또는 손에 든 휴대폰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스크롤 하며 주변 사람이 아닌 SNS에 있는 사람과 이를 공유합니다. 실제로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조차 완전히 그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열렬한 애정은 모든 신생아의 타고난 권리며, 부모는 기꺼이 헌신합니다. 사람들은 아기를 보는 일을 멈출 수 없었는데, 이제 부모들이 아이 바라보기를 멈출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유모차를 밀면서 아기가 알아듣지 못한다 해도 아침 풍경이나 계획을 무심코 설명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 시간을 친구와 채팅을 하거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시간이 채워집니다. 물론 부모는 여러 방법으로 온라인 도구를 사용해 최고의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이제 막 기기 시작하는 작은 인간이 눈앞에서 내는 소리와 장면의 즉각성과 그 자체의 완전함에서 부모는 멀어지고 맙니다.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언제 그런 관심이 잃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10대가 되면 아이들은 그 메시지를 확실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 연세가 당시 96살이셨습니다. 외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 우리나라가 해방하던 것을 보고, 전쟁으로 황폐해진 곳을 일구어 선진국에 들어서더니, 이젠 잘은 모르지만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시대까지 사셨습니다. 그분의 인생을 생각하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변화된 시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90여 년의 세월도 변화무쌍하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컴퓨터의 모니터는 컸고, 도스라는 명령어로 실행시켰으며, 인터넷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정도로 생각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의 능력이 나날로 발전하고, 윈도라는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타나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더니, 이제 15년 전에 등장한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세상이 진짜 많이 변했습니다.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은 인터넷이 우리에게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그 세상을 작아지게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애타게 그리워하는 것들, 존재조차 몰랐던 것들,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그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없어져서 없어졌는지도 몰랐던 그것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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