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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고해소 - 제3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
오현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평점 :
대학에서 영상 시나리오를 전공한 저자는 MBC, 국회방송 등 시사·교양 구성작가를 거쳐 'KBS 무대'에서 라디오 드라마를 집필했습니다. 2017년 미스터리 호러 장편소설 "상생"을 전자책으로 출간했고, 같은 해 충남문화유산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당신의 섬, 새들의 시간"으로 금상을 받았습니다. 2018년 SBS문화재단 극본공모 미니시리즈 부문에서 "상자속의 사나이"가 가작으로 당선되었습니다. 2019년 CJ문화재단 창작 지원 프로그램 '오펜'3기로 선정되어 영회 시나리오 "악인들과의 인터뷰"를 발표했습니다. 그럼, 2023년 제3회 K-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악의 고해소>를 보겠습니다.
권용훈 경위가 마약 수사반에 있을 때, 사정을 봐준 피의자가 전부인 계좌로 8000만 원의 돈이 송금된 사실이 오해를 사서 청문감사계로부터 조사를 받습니다.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증거를 찾아와야 하지만 방법이 없어 좌절하고 있을 때, 용훈 앞으로 정락교도소 이희수가 쓴 우편물이 옵니다. 낯선 발신인의 이름에 편지를 꺼내 읽었더니 미제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내용에 그가 아끼는 과학수사반 최필수 경사에게 보여줍니다. 편지 뒤에 그림을 봤냐는 필수의 말에 다시 살펴보며 실선 경계를 따라 자르고 배치해 보니, 그에게 익숙한 풍경이자 30년 전 소년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주파수 실종 사건'의 장소 능리산의 약도입니다. 용훈은 예전 시사 월간지 인터뷰에서, 중학생 때 1년 남짓 살았던 인주시에서 벌어진 주파수 실종 사건 때문에 자신이 경찰이 되었다고 이야기해 제소자가 이 편지를 보냈으리라 짐작합니다. 30년 전 소년들이 실종되기 전, 인주시에는 산림청 공무원 한 명이 실종되는 또 다른 사건이 있었는데, 그가 사라진 마지막 위치도 능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종 이후로 반응이 없던 그의 무전기가 소년들이 사라진 날 밤, 다시 한번 신호를 남긴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산림청 공무원도, 소년들도,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이는 무전기도 결국 발견되지 않아 미제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약도에 남겨진 그림으로 두 구의 유골이 발견되었고, 감식 결과 최정수, 박경윤으로 밝혀졌고, 발견되지 못한 소재욱은 아직 실종 상태입니다. 그리고 편지를 보낸 사람인 이희수는 한 달 전 교도소에서 사망했고, 누군가 사망한 재소자의 이름을 도용해 우편물을 보낸 것입니다. 생존자 이성준은 사건의 트라우마로 기억장애를 겪었고, 범인을 떠올리지 못하고 혼자만 돌아온 자책감에 괴로워하다가 천주교를 만나며 마음의 안식을 얻었습니다. 이후 신부가 되었는데, 용훈은 그를 찾아와 기억나는 것을 말해달라고 합니다. 성준은 사건이 있던 날 넷이서 축구를 하는데 비가 내렸고, 그때 얼마 전 폐법당에서 주운 무전기에서 조난신고가 울립니다. 네 명은 조난자를 구하려고 능리산에 올랐습니다.
저녁 미사가 시작되기 30분 전 고해소에 들어간 이성준 신부는 여러 사람의 고해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차 누군가가 들어와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받고 싶어 멀리서 왔다고 말합니다. 이 신부는 1992년 8월 16일, 그날 능리산에서 실종 사건으로 사라진 소년들을 봤다며, 범죄 사실을 목격하고도 30년 동안 침묵한 죄인이라고 합니다.
30년 전 능리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신부를 찾아온 사람은 누구인지, 용훈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세한 내용은 <악의 고해소>에서 확인하세요.
'무전기'라는 소품은 "시그널"이란 TV 드라마를 떠올리게 합니다. 과거로부터 걸려온 무전으로 연결된 현재와 과거의 형사들이 오래전 미제 사건들을 파헤치는 내용인 드라마입니다. 2016년 방송된 이 드라마를 정말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무전기입니다. 그 무전기가 <악의 고해소>에서도 강렬하게 등장합니다. 사람들이 떠나버린 폐법당이 아이들의 담력 장소로 바뀌고, 4명의 중학생도 이곳을 찾습니다. 그곳에서 무전기를 발견해 전리품으로 가지고 온 소년들, 고장 난 것인지 작동을 하지 않아 잊었는데, 방과 후 축구를 하던 중에 무전기에서 조난신고가 울립니다.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태풍 때문에 수색이 힘들다는 말에 소년들은 호기롭게 조난자를 구하러 산에 올라갑니다.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3명의 소년들은 모습을 감췄고, 생존자는 그때의 기억을 잃었습니다. 30년이 지나 파면 위기에 처한 권용훈 경위에게 실종사건의 단서가 담긴 교도소 편지가 도착하고, 사제가 된 생존자를 찾아온 익숙한 목소리의 낯선 남자가 30년간 침묵한 죄인이라며 고해성사를 합니다. 30년간 숨겨져 왔던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은 긴장감과 속도감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조사할수록 새롭게 드러나는 사실과 인물들의 관계,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는 기억과 증언까지, 미스터리 소설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여운이 남는 저자의 필력에 감탄하며,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