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에밀리 오스틴 지음, 나연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세인트토머스에서 태어나 킹스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영문학과 종교학을, 웨스턴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저자는 졸업 후 오타와 공립도서관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칼턴대학교의 시간강사, 캐나다 하원의 정보 설계사로 일했습니다. 장편소설 "우주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 "우리는 쥐가 될 수 있어", 시집 "게이 걸 프레어즈"를 출간했습니다. 그럼 저자의 데뷔작 <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를 보겠습니다.

어린 시절 키우던 토끼가 죽은 후 죽음에 대한 공포와 근거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28살 무신론자 레즈비언 길다는 심리 상담을 받기 위해 성당에 갔으나 제프 신부님의 착각으로 접수원으로 일하게 됩니다. 길다는 돈이 필요했기에 가톨릭 신자인 척 연기를 해야 했고, 신자의 소개로 주세페라는 남성과 원치 않는 만남을 이어갑니다. 이해심 많고 다정한 엘리노어에게 미안한 마음이 쌓이고, 알코올중독인 남동생 일라이도 걱정입니다. 게다가 전임 접수원 그레이스의 친구 로즈메리로부터 그레이스의 안부를 묻는 메일이 계속 오고, 길다는 결국 그레이스인 척 대신 메일을 씁니다. 뉴스에서 로리 데이먼이라는 지역 간호사가 고령의 환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약물을 과다 주입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자백하고, 그레이스도 로리 데이먼의 환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레이스의 죽음도 수사합니다. 길다는 그레이스를 죽인 사람이 주변 사람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레이스 죽음의 진실은 무엇이며, 길다는 어떻게 될지, 자세한 이야기는 <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에서 확인하세요.
제목과 똑같은 성향을 지닌 무신론자 동성애자 길다는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생각에 거짓말만 늘어갑니다. 다른 일로 찾아간 성당에서 신부님이 구인광고 보고 왔을 거라는 착각을 바로 잡지 않습니다. 해고된 지 한 달이나 지났고, 신용카드를 한도까지 쓴 상태라 결국 가톨릭 이성애자 행세를 하며 성당 접수원 일을 합니다. 주인공 길다는 거짓된 자신을 연기하는 상황에 죄책감도 들고 마음이 불편해서 불안 증세와 공황발작이 더욱 심해집니다. 남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 하는 그녀의 행동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우편물, 종이, 먹고 난 그릇들을 쌓아두고, 샤워도 자주 하지 않고, 제때 출근하지 않고, 교대 근무도 빼먹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며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진 않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은 돌봐야 하는데, 그마저도 소홀히 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길다는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문제투성이 길다가 왜 소설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싶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고양이를 찾고, 또한 일면식도 없는 할머니가 죽은 친구의 안부를 묻는 메일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길다를 보고 주인공의 다른 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가엽게 여기고, 그래서 누구도 상처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에 항상 무력함에 빠집니다. 그녀가 책임질 일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런 길다의 모습이 짠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면 이미 주인공의 매력에 빠진 것입니다. 불안하고 복잡한 마음을 가진 주인공에 공감이 간다면 <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를 읽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