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란 미래의 문학 11
데이비드 R. 번치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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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25년 8월 미국 미주리주 라우리시티에서 태어난 저자는 센트럴미주리 주립대학에서 과학을 공부하고,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영문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에서 2년을 수학하고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1973년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 전까지 세인트루이스의 미 국방성 지도국에서 지도 제작자이자 지도 차트 편집자로 근무하며 소설 집필을 병행했습니다. 1957년 '이프 IF'지에 첫 SF 단편을 수록하고 이때부터 1997년까지 200여 편이 넘는 단편을 다양한 잡지에 기고했습니다. 작가로서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67년에 출간된 할란 엘리슨의 단편선 "데인저러스 비전"에 작품 두 편이 수록되면서부터였고, 이후 발표한 단편집 "모데란"(1971)과 "번치!"(1993)는 평단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다가 2000년 5월 29일 75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그럼 저자의 한국어판 정식 출간 <모데란>을 보겠습니다.



<모데란>은 액자소설이며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용이 시작되기 전 서론에선 모데란을 배경으로 한 빛살의 종족 주인공이 바다가 녹아버린 후 해변으로 올라온 고대의 기록인 테이프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합니다. 테이프에 담긴 모든 내용을 여기에 옮기지는 않았고,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테이프만을 선별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됩니다. 1부 태초에는 기술은 발전했으나 그만큼 황폐한 지구와 이야기 속의 주인공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2부 모데란의 일상생활엔 이야기 속의 주인공 사랑과 신금속 인간들과의 생활을 보여줍니다. 3부 종말의 전조에는 죽음을 마주한 주인공의 모습과 4부 종말 이후의 외전에선 그럼에도 끝나지 않은 인류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




SF 소설 <모데란>은 1971에 출간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뉴웨이브 SF로 분류되는데 1960~70년대 이야기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 상당한 실험적인 시도를 추구했고, 비 SF 문학에서 많은 요소를 차용했으며, 자연과학이 아닌 사회과학이나 심리학에 집중한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뉴웨이브 SF는 포스트모더니즘, 초현실주의, 1960년대 정치와 반문화, 성해방, 마약 문화, 환경 주의 같은 사회적 트렌드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태어난 이 작품은 '모데란'이란 하나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쓰인 57편을 엮은 연작소설입니다. 액자소설 형식이며 모데란이라는 세계관에서 지내는 빛살 종족이 이 이야기를 발견한 배경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황폐해진 지구의 모습과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처음엔 이 광대한 세계관을 이해하기 힘들어 1부를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참고 읽다 보면 저자의 고찰과 해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짧은 단편이라 하루에 하나씩 읽으며 모데란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지만, 내용은 결코 짧고 가볍지 않습니다. 플라스틱이 지상을 뒤덮고 거주 구역은 지하 소굴로 들어간 모데란의 지구에서, 남자들은 스스로를 인공 성체로 개조하여 끊임없이 전투를 벌입니다. 이런 남자들에게 위안을 제공하는 존재들 중에는 섹스 로봇과 테크노크라프들이 조율하는 계절의 즐거움 등이 포함됩니다. 저자가 예상한 미래의 모습이 끔찍하지만, 이렇게 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플라스틱은 미세 입자로 우리 몸속에 평생 있고, 우리가 죽은 뒤에도 계속 남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자가 그린 모데란의 세계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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