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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청설모 까치 ㅣ 작은거인 13
장주식 지음, 원혜영 그림 / 국민서관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차례는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작가의 말/토끼 이야기/청설모 이야기/까치 이야기/
즉, 이야기 3개로 구성되었지요.
보통 작가의 말은 잘 안 읽어보는데, 가벼이 읽고 지나갈 동화책은 아닌듯하여 작가의 말을 아이랑 읽어보았습니다.
작가가 아는 사람 중에 쉰살 잡순 동네 아저씨는 풍뎅이는 죽이고, 개구리는 살리는 분을 봤더랍니다.
그리고 어떤 환경단체 회원은 모기는 손으로 쫓고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서 길에서 야생동물을 치어 죽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과연 동네 아저씨하고 어떤 환경단체 회원하고 누가 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금방 판단이 안 된답니다.
'과연 정말로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하는 의문도 생겼구요.
저도 같이 읽어보면서 의구심이 들더라구요. 그건 이야기를 읽으면서 더욱 그랬구요.
동물과 사람은 과연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 그런 고민속에서 작가가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렇게 아이랑 읽으면서 아이도 진짜 누가 더 사랑하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얼른 이야기를 읽어달라고 재촉하네요.
그래서 첫번째 이야기인 토끼 이야기로 읽어주었습니다.
수컷 한 마리, 암컷 두마리를 밖에다 풀어놓고 어르신들은 흐뭇해하며 토끼 사냥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지요.
하지만 그런 한가로운 풍경은 오래가지 않아 깨지고 말았습니다.
토끼때문에 교회 집 아저씨의 개들(적어도 10마리는 넘는듯합니다)이 짖어대는 통에 시끄러워서 수토끼를 잡았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심어놓은 고추모종이며 새순을 다 먹어버려서 미움을 사게 되어 암토끼를 몰아서 잡았다네요.
나머지 한마리는 보이지 않구요. 잡은 토끼는 동네 사람들이랑 구워서 먹고 국을 끓여서도 먹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청설모 이야기입니다.
배경은 다복이네 집인데요, 해마다 다복이네 집 옆의 향나무에 살면서 새끼도 키웠었지요.
근데 이번엔 다복이네 집 천장에 들어와 살게 되었답니다.
첨엔 생포해서 멀리 풀어놓아줄려고 했었지만 계속 잡히지 않고, 천장에서 시끄럽게 굴자 다복이 아빠는 점점 화가 나죠.
그러다가 한마리가 다복이 아빠눈에 걸렸답니다. 생각과는 달리 막대기를 후려치는 통에 청설모 새끼가 죽게 되고, 묻어줍니다.
아빠도 후들거리고 가슴이 떨렸지만 다시 청설모들이 소란스럽게 하자 화가 나면서 남은 새끼 2마리 중에 한마리를 죽입니다.
이번엔 떨리지도 않고 뒤집고 떠는 놈을 발로 다시 걷어찰 정도죠. 이 모습을 다정이가 보고는 놀랍니다.
남은 새끼 한마리는 찍찍이에 걸렸다가 도망갔지만 나중에 죽은채로 발견됩니다. 어미는 이장댁에서 잡아서 팔구요.
세번째 이야기는 까치 이야기입니다.
역시나 다복이네의 오래된 집인 안채 향나무에 까치가 와서 새끼를 키웁니다.
새끼들이 자라면서 새끼근처에 사람들이 지나가기만해도 까치 부모들은 그악스럽게 울어대죠.
동네사람들이 시끄럽다고 해도 저번처럼 욕하지 않아요.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다복이 엄마는 까치에 얽힌 좋은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걸까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새끼가 날게 되면 다른 데로 다 간다며 며칠지나면 조용할거라 하지요.
진짜 몇일 있으니 조용해지고, 이젠 까치소리가 그리워지는 다복이네입니다.
그리고 청설모를 죽인 다복이 아빠는 죽으면 벌 받을거라는 다정이의 말에 생각에 잠기며 끝을 맺습니다.
첨에 한가지 이야기를 읽고, 그 담날에 두번째 이야기를 펼쳐들었을땐 이어지는 이야지인줄 몰랐습니다.
그냥 따로따로 독립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같은 등장인물이 나와서 그때서야 알았지요.
토끼는 온 동네사람들의 미움을 사게 되어서 다 죽고, 청설모는 다복이 아빠의 미움을 사게 되어 다 죽고, 까치는 가만히 놔두죠.
왜 그런걸까요? 저도 동화에서처럼 궁금해졌습니다.
아이도 궁금한지 "엄마, 토끼랑 청설모는 나쁘고, 까치는 좋은 동물이야?" 라며 묻네요.
이 물음에 대답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대답을 못 해주었지요. ^^;;
자기들이 좋아서 토끼를 풀어놓고, 사람들이 키우는 걸 망치니까 태도가 돌변하고, 자기집이 엉망이 될까봐 청설모도 미워하고, 까치는 조금만 참으면 괜찮으니 봐준다는건가요???
그리고 까치가 철새도 아니고 텃새인데, 새끼만 키우면 다른데로 가버린다는 것도 신기했구요.
보통 아이에게 얘기할땐 동물을 보호해야돼라고만 이야기하죠. 하지만 진짜 동물들이랑 부대끼면서 살게되면 쉽게 그 말이 나올것 같지 않습니다.
일례로 텔레비전에서 겨울에 먹을게 없어져서 농가에 들어와 농작물을 먹어치우던 멧돼지를 잡았다는 뉴스나 까치들이 농작물을 쪼아먹는 바람에 공포탄을 쏘는 농민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여서지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쉽게 동물을 보호해야한다고 생각없이 말할 수 있지만 과연 그것이 동물들이랑 같이 사는 농민들에겐 쉽게 나오진 못할 것 같습니다.
과연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길은 무얼까 고민하게 하는 책입니다.
생각해도 저에겐 뽀족한 수가 아직은 떠오르지 않네요.
그렇다고 해서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순 없는 문제이구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이 세상은 더욱더 이런 고민이 더 필요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마음에 담고 책을 덮었습니다.
이 책의 뒷 표지를 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이 '땅'과 거기를 지켜 온 '사람'과 그들의 애끓는 '삶'에, '동물'까지 깊이 끌어안은 작품!
원종찬님의 작품 해설 중에서 발췌한거라네요.
그래서 저도 제목에 그리 적었습니다.
땅과 사람, 삶, 동물... 그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