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체면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쓴 후기입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저자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추리소설 작가로서도 왕성히 집필 중입니다. 2010년 "선택"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2014년 "유다의 별"로 한국 추리문학 대상을 받았습니다. "붉은 집 살인사건", "순서의 문제", "복수 법률 사무소" 등의 장편소설과 단편집 "악마의 증명"을 발표했습니다. 소설 외에도 교양서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판결의 재구성"을 집필하였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법의 체면>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법의 체면'은 검사 출신 변호사 호연정을 찾아온 변상일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예전 절도와 장물취득의 전과가 있었고, 장물취득의 2심 재판을 받고 3심인 대법원에 상고하기 위해 그녀에게 왔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2일 밤 10시경 변상일이 자신이 운영하는 부산의 전당포에서 김맹기가 가져온 장물인 시가 180만 원 상당의 금거북을 매입했다는 것입니다. 김맹기는 경찰에 자백하고 그를 장물아비라고 찔러서 선처를 받았고, 변상일은 폐암 4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아 구속을 면했습니다. 변상일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추잡한 누명을 쓰고 끝내고 싶지 않았고, TV에 나온 유명한 변호사인 그녀가 이 사건을 맡으면 대법원도 신경을 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선임을 부탁합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완전범죄'는 검사인 내가 과실치사인 사건을 읽으면서 시작합니다. 피의자는 석지연이라는 36세의 독신 여성이고, 여성 고객을 상대하는 마사지 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숨진 여성은 28세의 방미래로 직원이며 8개월 전부터 같이 살고 있습니다. 사건 당일 방미래가 술에 취한 모습으로 늦게 들어와서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한 시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아 문을 열어보니 구토한 채로 눈을 감고 바닥에 앉아 있었답니다. 옷을 벗기고 씻어준 뒤에 미래를 화장실 문 앞에 놔두고 이불을 덮어주었답니다. 새벽 3시경 석지연은 미래가 계속 자는 것 같길래 잠을 깨게 하려고 집 밖으로 그녀를 끌고 차에 태워서 근처 공터에서 몇 시간 있다가 7시경 병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때는 방미래는 뇌출혈로 이미 사망한 후였습니다. 나는 석지연이 고의로 방미래의 골든 타임을 놓치게 한 거라 보고 고의 살인으로 기소했습니다.




6편의 단편이 실린 <법의 체면>은 변호사로 활동하는 작가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장물취득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대법원에 상고한 전당포 주인 변상일의 이야기 '법의 체면', 국회의원 최명환을 찾아온 몸이 불편한 박성혜 이야기 '당신의 천국', 과실치사로 송치된 사건을 고의살인으로 기소한 검사 이야기 '완전범죄', AI가 뇌를 부분적으로 통제해 꿈에서 삶을 온전히 다 겪는 테스트를 받는 김동한의 이야기 '애니', 소개팅에서 인기 많은 그녀와 사귀게 된 소심하고 보잘것없는 나의 이야기 '행복한 남자', 양자컴퓨터와 나노봇을 이용해 물건 전송에 성공한 뒤 인체 전송을 실험하려는 나현 박사의 이야기 '컨트롤 엑스'까지 법정 드라마부터 스릴러, 추리, SF까지 다양한 소재를 담은 이야기들입니다. 특히 판사 출신 변호사인 작가의 이력답게 검사, 판사, 변호사의 이야기가 현실적이고 문장이 깔끔하고 전개가 논리적입니다. 그중에서도 작품의 제목이자 첫 번째 이야기인 '법의 체면'은 법의 이치보다 중요한 법의 체면을 말하고 있습니다. 체면이란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을 말하고, 이치는 사물의 정당한 조리(條理) 또는 도리에 맞는 취지를 말하는데, 현실에서 우리는 진실이나 이치보다 자신이 선택한 사실만을 가지고 생각하고 판단합니다. 공정해야 할 재판에서마저 체면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며 체면과 명예, 위신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어느 정도의 체면은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불합리한 일을 겪는 사람이 적어지길 바라며, 저자의 최근 작품도 읽어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