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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평점 :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76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교토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한 저자는 화학 섬유 회사에서 회계 담당으로 일하며 소설을 썼지만, 26세 때 도쿄 본사로 전근을 통보받자 글을 쓸 시간이 없어질까 걱정하여 사직했습니다. 2006년 "가모가와 호루모"로 제4회 보일드에그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이후 발표한 "사슴남자", "위대한 슈라라봉", "프린세스 도요토미"도 영상화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밖에 "닌자 후타로", "바벨 큐사쿠", "그 아이와 Q" 등의 소설을 썼고, "미스터 바보" "만감의 생각" 등의 에세이도 썼습니다. 그럼, 2024년 제170회 나오키상을 받은 <8월의 고쇼 그라운드>를 보겠습니다.

첫 번째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은 27년 만에 전국 고교 역전 여자부에 참가한 1학년 사카토 이야기입니다. 도쿄 수도 이전을 기념하려 1917년 교토~도쿄 구간 508km를 달린 대회가 시초로 주자들이 도로를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위치한 여고가 역 사이를 달렸기 때문에 이 대회를 역전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2학년 선배 선수가 컨디션 문제로 뛰지 못하게 되어 후보 선수인 사카토가 갑자기 뛰게 되었는데, 방향치인 그녀를 고려해 직진하다가 한 번만 우회전하는 마지막 5구간 주자를 맡게 되었습니다. 사카토는 긴장해서 제대로 달릴 수 있을지 걱정하다가 다른 선수가 달리는 모습을 보며 용기가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 '8월의 고쇼 그라운드'는 고등학교 동창 다몬에게 진 빚과 여자친구에게 차여 여름 계획에 없어진 덕에 30년 전통의 야구 대회 다마히데 배에 참가하는 구치키의 이야기입니다. 다몬의 담당 교수는 다마히데 배에서 우승할 것을 조건으로 졸업 논문의 도와주기로 했고, 온도를 감안해 새벽 6시에 총 다섯 번의 경기가 치러집니다. 구치키는 역대 천황이 살던 교토 고쇼 부지 안에 있는 운동용 광장인 고쇼 G에 약속 시간에 갔더니, 다몬의 아르바이트 클럽 동료와 연구실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경기는 구치키 팀이 승리했고, 두 번째 경기는 2명이 못 나오게 돼서 인원 불성립으로 패배되기 직전입니다. 마침 친구 응원차 온 학부 세미나 선배 중국인 유학생 샤오에게 부탁했고, 그녀가 그라운드를 멍하니 보던 남자에게 부탁해 9명을 채워 경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카토의 달리기와 구치키 팀의 야구는 어떻게 될지, 자세한 이야기는 <8월의 고쇼 그라운드>에서 확인하세요.
<8월의 교소 그라운드>는 교토를 배경으로 12월과 8월의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교토가 여름엔 살인적인 무더위로, 겨울엔 무자비한 추위로 특히 유명한가 봅니다. 책 본문에서도 8월을 맞은 교토 분지는 그야말로 불지옥 가마가 된다는 언급으로, 여름의 교토가 대프리카의 대구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모두가 탈출한 곳에 남게 된 주인공은 어쩌다 새벽 야구를 하면서 기묘한 경험을 겪는 8월의 이야기. 눈이 날리는 교토에서 열린 고등학생 대상 이어달리기를 하러 온 주인공이 기묘한 경험을 하는 12월의 이야기. 이 두 개의 이야기는 연결되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재미와 별도로 청춘에 대한 애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층민 신분에서 시작해 천왕의 역적으로 죽은 '신센구미'와 일본이 벌인 제2차 세계대전에 강제 동원되어 결국 전쟁터에서 죽은 '10대·20대 청춘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한일 관계를 떠나 사람 한 명 한 명을 보면 그들도 그렇게 죽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들 살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시대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더 이어지지 못하고 끝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들은 그들의 삶을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뭐가 하고 싶은지 계속 고민하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말입니다. 그러다 다시 시작해도 충분히 괜찮은 시기가 바로 청춘이니깐요.
다들…… 살고 싶었던 거야.
있잖아, 구치키. 우리, 잘 살고 있는 걸까?
p. 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