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화 속 눈 이야기 - 예술과 의학 사이에서 명화를 만나다
기홍석.박광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7월
평점 :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전남대학교에서 의과대학을 조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기홍석 저자는 현재 안과 전문의로 광주에서 개인 안과 의원을 개업하고 있습니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전임의를 거친 박광혁 저자는 내과전문의 및 소화기내과 분과 전문의로 환자와 만나고 있습니다. 그럼, 두 의사가 함께 쓴 <명화 속 눈 이야기>를 보겠습니다.

피곤하면 얼굴에서 눈에서 제일 먼저 표시가 납니다. 눈이 충혈된다거나, 다크서클이 생기고, 혈색도 좀 안 좋게 보입니다. 눈꺼풀과 눈 주위의 피부가 검게 보이는 현상을 보통 다크서클이라 부르는데, 그 원인은 다양합니다. 흔히 수면 부족, 만성 피로, 스트레스, 감기, 흡연 등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명화에 보이는 두 이탈리아 여인들의 눈은 퀭해 보이며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졌습니다. 이들의 행색과 몸은 가난과 힘든 노동, 육아에 찌든 삶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건조하고 두꺼운 손도 반복되는 노동이 남긴 흔적이고, 칙칙한 눈 주변은 잠을 줄여야만 하는 빠듯한 하루를 암시합니다. 이들에게 고된 생활의 유일한 버팀목은 신앙으로 보입니다.
눈물은 유해 물질로부터 눈을 보호하며 시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게다가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예수의 제자 베드로는 예수가 체포되는 밤, 자신이 예수를 3번이나 부인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되지만 다음 날 새벽 그 예언이 실제로 맞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탄에 잠겨 참회하면서 울부짖습니다. 화가는 이 순간을 포착해 실감 나게 묘사했습니다.
안경은 시력을 교정하거나 눈을 보호하기 위해 쓰는 장비입니다. 몇백 년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기능 때문에 악마의 도구라 불리기도 했고, 제작법이 까다롭고 희소성이 높아 고가의 사치품으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현대의 안경은 시력 교정 기능뿐 아니라, 패션 목적으로 쓰입니다. 중세인은 근시가 적었으며 노안으로 인한 원시로 인해 볼록 렌즈로만 보급되었던 것으로 추측되나, 활판 인쇄술이 발명되면서 책의 수요가 증가한 이후에는 근시가 늘어나 16세기 초 무렵에는 근시용 오목 렌즈가 출현하게 됩니다.
미술 작품을 보는 이유도 제각각이며, 작품을 접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미술 작품을 낯설고 어렵게 느끼고,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모릅니다. 어떤 사람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즐기고, 어떤 사람은 구도나 구성을 봅니다. 어떤 사람은 색채나 색감에 주목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사실적인 표현이나 상징성을 눈여겨봅니다. 이 모든 방법이 틀린 것이 아니기에, 미술작품을 자주 접하며 본인만의 방식으로 화가가 표현한 아름다움을 느끼면 됩니다. <명화 속 눈 이야기>는 안과와 내과 의사로 오랫동안 진료를 한 두 의사가 함께 쓴 책입니다. 온라인에서 의학과 명화라는 공동 관심사로 서로 알게 되어 소통하다가 명화 속에 안과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이에 흥미를 느껴 직접 미술관을 찾아다녔고,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안과 질환과 관련된 명화를 하나하나 모으다 보니 많은 양의 자료가 쌓였고,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미술작품을 안과적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책을 읽는 내내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눈'이야말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렬한 창입니다. 그렇기에 눈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미술감상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의학적인 정보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그려진 시대적 배경, 화가의 화풍과 당대의 평가 등 작품에 대한 정보도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술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의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명화 속 눈 이야기>로 의학의 시선에서 열리는 또 다른 예술을 느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