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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평점 :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오늘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195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쓰다가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99년 "비밀"로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제6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소설 부문상,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제7회 중앙공론문예상, 2013년 "몽환화"로 제26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2015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제4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저자의 신작, <가공범>을 보겠습니다.

정치가 집안 출신 도의원 도도 야스유키 씨 집에 불이 났다고 119로 신고가 들어온 것은 10월 15일, 새벽 2시가 넘어서였습니다. 즉시 지역 소방서가 출동해 소화 작업을 벌였지만 불길이 거세서, 3시간 넘게 걸려 겨우 불을 다 껐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았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소파에서 발견된 시체의 목에 불에 탄 헝겊 같은 게 붙어 있었고, 욕실에서 목을 맨 여성 시체의 색조흔에서 교살한 다음 자살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강제 동반자살이 아니라 살인사건이었고, 현역 도의원과 전직 배우인 부인이 살해당했기에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형사들은 조기 해결을 위해 애를 씁니다. 주인공 고다이 쓰토무는 참고인 조사반에 포함되었고, 관할서 수사원 야마오 생활안전과 경부보와 한 팀이 됩니다. 살해당한 도도 부부에게는 외동딸이 있는데 의료법인 교육재단을 운영하는 에나미 그룹 후계자 에나미 겐토와 결혼해 임신 중입니다. 에나미 부부의 집에 방문해서 부모님의 근황을 물어보고, 에리코의 절친 혼조 마사미의 연락처를 받고, 도도 씨의 사무소와 후원회, 에리코가 후원하는 하루노미 학원에도 들렀습니다. 그러던 중 사무소에 범인의 협박 편지가 왔고, 대응하지 않자 딸 에나미 가오리의 메일로 협박 글이 옵니다.
야마오 경부보가 도도 부부와 아는 사이인 것 같아 고다이가 조사해 보니 야마오와 에리코는 고등학교 동창이었으며, 야마오가 활동한 등산부 지도교사가 도도 야스유키입니다. 도대체 세 사람은 어떤 사이이며, 무엇 때문에 이를 숨긴 건지, 자세한 이야기는 <가공범>에서 확인하세요.
이름만으로 읽어보고 싶은 저자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바로 데뷔 40주년을 맞이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님으로 그동안 100권 이상의 책을 출간했고 일본 내 '단행본 판매 누계 1억 부' 돌파라는 대단한 기록을 가진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지금은 책을 썼다 하면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들어가지만 저자도 처음부터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닙니다. 1985년 "방과 후"로 데뷔한 이래 1998년 "비밀"이 큰 인기를 얻기까지 10년 이상 무명에 가까운 전업 작가 시기를 견뎌냈습니다. 뛰어난 글재주나 천재적 재능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라 오로지 꾸준한 노력으로 일군 작가입니다. 저자가 쓴 책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신작 <가공범>의 순사부장 '고다이 쓰토무'는 이런 작가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책의 주인공은 천재적인 모습보다 예리한 관찰력과 발로 뛰며 정보를 수집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우직한 인물로 자신의 일을 과시하지 않습니다. 사건을 대할 땐 성실함과 신중함으로 임하고, 상사의 사회관계를 보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바쁘지만 끼니는 꼭 챙기고, 대중교통을 탈 땐 자리가 나길 바라는, 어찌 보면 일반 회사원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건 관계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대중의 호기심을 당연하게 여기며, 수사를 위해선 개인적인 감정보다 몸을 낮추는 그의 행동에서 주인공의 매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독자를 놀라게 하는 천재 탐정이 아니어도, 아무리 작은 단서라도 그것을 찾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성실한 고다이 형사가 등장하는 또 다른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