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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개선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6월
평점 :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79년 일본 나라 현에서 ㅌ애ㅓ난 저자는 교토 대학교 농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농학연구과에서 대나무를 연구하며 석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2003년, 대학원 재학 중 집필한 "태양의 탑"이 제15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국립국회도서관 간사이관에서 사서로 일하며 소설을 썼습니다. 2007년,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로 제20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하고 일본서점대상 2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떨쳤습니다. 이후 전업작가로 전향했고, "유정천 가족", "요이야마 만화경", "펭귄 하이웨이" 등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그럼, 제47회 일본셜록홈스대상을 수상한 <셜록 홈스의 개선>을 보겠습니다.

빅토리아 시대 교토의 데라마치 거리 221B에는 명탐정 셜록 홈스와 기록자이자 조수 존 H. 왓슨이 삽니다. 이후 메리 모스턴이 사건을 의뢰했고 그때의 인연으로 왓슨은 그녀와 결혼했고 진료소를 차렸습니다. 이후 셜록 홈스의 허가를 얻어 그가 조사한 사건의 기록을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에 발표했습니다. 교토 안팎의 탐정소설 애호가들이 그의 모험담에 열광해 명탐정의 명성이 만천하에 자자했습니다. 홈스담이 실린 스트랜드 매거진은 엄청 팔렸꼬, 그의 집 앞은 의뢰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홈스의 슬럼프가 시작되었고, '붉은 머리 연맹 사건'을 실패하며 그를 재기 불능에 빠뜨렸습니다. 홈스가 심각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왓슨도 원고료 수입을 믿고 빚을 내서 시작한 진료소 경영도 빠듯해졌습니다.
응용물리학 연구소 교수인 제임스 모리어티가 왓슨이 살던 3층에 하숙인이 됩니다. 한밤중에 교수는 밖을 나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다시 하숙집에 들어옵니다. 홈스의 맞은편에 은퇴한 배우 아이린 애들러가 이사 옵니다. 그녀는 탐정으로 일하며 홈스에게 도전장을 던집니다. 12년 전 레이철 머스그레이브 양의 실종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던 홈스와 애들러가 다시 모입니다. 홈스는 결국 은퇴 선언을 하고 왓슨의 부인 메리가 무언가를 합니다. 모리어티 교수는 왜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애들러가 던진 도전장은 홈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12년 전 실종된 레이철의 진상은 무엇인지, 홈스의 은퇴 선언 이후 왓슨은 어떻게 할지, 자세한 이야기는 <셜록 홈스의 개선>에서 확인하세요.
이곳은 영국 런던이 아니라 빅토리아 시대 교토의 데라마치 거리입니다. 홈스와 왓슨의 성격은 그대로지만, <셜록 홈스의 개선>의 셜록 홈스는 명탐정이 아닙니다.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그래서 사건 해결은 하나도 못하는 패배자의 모습을 보일 뿐입니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게 하려고 애를 쓰는 왓슨이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이 책에도 등장합니다. 그렇지만 이름만 같을 뿐 기존의 관계와는 전혀 다릅니다. 숙적이던 모리어티 교수가 왓슨 대신 홈스의 조수가 되고, 홈스가 사건 해결을 하지 못했던 아이린 애들러가 홈스의 맞수가 됩니다. 이렇게 그 다름이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게다가 마지막 5장에선 앞선 이야기가 반전이 되고, 에필로그에서 또 다른 반전이 나타납니다. 저자는 교토에 사는 홈스와 왓슨에게 푹 빠져들게 하더니, 다시 런던의 홈스와 왓슨을 등장시킵니다. 몇 년 전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끝없이 균열되는 차원과 뒤엉킨 시공간의 다중우주가 열리며, 다른 차원을 넘어 들어온 새로운 존재들을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교토의 왓슨과 런던의 왓슨이 홈스를 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자를 투영한 것 같이 느껴지는 왓슨은 '돌아가는 길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답니다. 다중우주처럼 복잡한 곳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왓슨은 글쓰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누구나 아는 셜록 홈스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조금 걱정도 했었는데, 저자만의 색채가 듬뿍 드러나는 맛깔난 이야기가 된 것 같아 기분 좋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