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세라 핀스커 지음, 정서현 옮김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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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사라 핀스커는 197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2012년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세계 주요 SF 문학 상인 네뷸러상, 필립K. 딕상, 휴고상, 로커스상을 연달아 석권하며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특히 휴고상은 두 차례, 네뷸러상은 무려 네 차례나 수상하며 작품성을 꾸준히 인정받고 있으며 그 밖에도 시어도어스터전상, 유지포스터상 등을 받았습니다. 그럼,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첫 소설집 창비 SF문학 <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를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차선 너비의 고속도로 한 구간'은 콤바인에 끼어 앤디의 오른팔과 어깨, 오른쪽 쇄골이 심하게 손상된 앤디의 이야기입니다. 부모님은 앤디가 의식을 회복하기 전 로봇 팔을 달기로 결정했고, 그는 로봇 팔과 머리에 이식된 장치를 가진 채로 깨어났습니다. 그는 상처가 아물고, 로봇 팔을 제대로 동작시키는 훈련을 받았고 퇴원이 결정되었습니다. 퇴원 예정일 직전에 겨드랑이 아래 염증이 생겼고, 의사는 항생제를 주고 액체를 배출해냈습니다. 그날 밤 앤디는 열병에 휩싸인 채 자신의 팔이 고속도로가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깨어난 후에도 그 느낌은 남아 있었고, 더 커졌습니다. 그의 오른팔은 자신이 도로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콜로라도주 동부에 97km 길이로 이어진 이차선 아스팔트 구간이었습니다. 앤디는 그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날이 갈수록 팔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팔은 잘 작동했지만 그저 다른 곳에 있을 뿐이었습니다.

세 번째 '기억살이 날'은 전쟁에 참전한 엄마가 평소에는 그 기억이 잊지만, 일 년에 하루만 사이렌이 울리고 기억이 되살아나는 키마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전쟁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어 그때의 기억을 모조리 잊어버리게 만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좋은 기억도 감춰버리게 됩니다. 키마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죽은 아빠의 이야기도 들을 수 없고, 엄마가 잊어버린 기억들도 알 수 없습니다.




<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는 세계 주요 SF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저자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소설입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발표한 작품을 선별에 수록한 소설집으로 2019년 출간 당시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출판된 SF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주어지는 필립K. 딕상을 받았습니다. 책에는 '이차선 너비의 고속도로 한 구간, 그리고 우리는 어둠 속에 남겨졌다, 기억살이 날, 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그녀의 낮은 울림, 죽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시간적 실향민을 위한 슈얼 쉼터, 뒤에 놓인 심연을 알면서도 기쁘게, 고독한 뱃사람은 없다, 바람은 방랑하리, 열린 길의 성모, 일각고래, 그리고 (N-1)명이 있었다'까지 총 13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배경은 우리가 사는 현재인 지금을 기억하는 가까운 미래를 그리고 있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네다섯 페이지 가량의 짧은 초단편부터 중편소설에 해당하는 길이를 가진 작품까지, 소재도 내용도 다르지만 이야기 곳곳에 느껴지는 따뜻함만은 같습니다. 배경은 희망적이지 않지만 등장인물들은 절망에 빠져들기보다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네 장의 앨범을 낸 펑크 뮤지션이라는 작가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작품 곳곳엔 음악으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세계가 무너졌을 때,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요. '기억살이의 밤, 그녀의 낮은 울림, 죽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바람은 방랑하리' 등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기억입니다. 그리고 그 기억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입니다. 나를 나로 하게 하는 것은 이제까지의 나를 기억하는 나인 것처럼, 미래가 어떻게 변한다 해도 여전히 나로 남을 것이기에 디스토피아 미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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