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사라졌다
미야노 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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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일본 훗카이도 아사히카와시에서 태어나 현재 삿포르시에 살고 있는 저자는 호쿠세이가쿠인대학 문학부를 졸업했고, 소설 투고 사이트에 글을 올려왔습니다. 그럼, 저자의 정식 데뷔 작품인 <내일이 사라졌다>를 보겠습니다.



14살 딸이 16살 남자에게 폭행당하고 살해당했습니다. 팔에는 주사 자국이 있고 혈액에선 대량의 약물이 검출되었습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강에 던져져 익사했습니다. 범인은 미성년자라 결국 감옥에서 나왔습니다. 그놈은 오토바이 사고를 내고 한쪽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합니다. 절호의 기회라 여기고 죽은 딸의 엄마는 병실에서 칼을 휘둘러 그를 죽였습니다. 간호사는 경찰을 불렀고, 순순히 잡혀 경찰서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뜨니 익숙한 방의 천장입니다. 분명히 철창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데, 왜 자신의 방에서 눈을 뜬 건지 의아해했던 그녀는 생생한 꿈을 꿨다고 여기고 다시 복수하러 집을 나섭니다. 이번엔 놈이 저항해서 결국 죽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죽이기 어려워진다 해도 반드시 성공하리라 다짐하고 구치소에서 잠이 들었는데 다시 익숙한 방에서 눈을 뜹니다. 오늘이 되풀이되는 한 딸의 원수를 갚을 길이 없고, 내일이 오지 않으면 놈은 수없이 되살아납니다. 13주기 때 변화가 생겼습니다.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이 루프를 깨닫고 그녀에게 접근합니다.

루프의 시작점은 오전 3시 11분이고, 루프의 종점은 오전 3시 32분입니다. 어쩌다 '어제' 밤을 새우는 바람에 밤새워 눈을 뜰 수 있는 나이트 워치가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루프를 알게 된 사람은 루퍼로 오늘의 기억이 계속 쌓이고, 루프를 모르는 사람은 스페이어로 매일 기억이 리셋됩니다. 이런 세상에서 지나가는 여자들을 차로 끌고 가 용건을 마치면 아무 데나 내다 버리는 무리들이 도처에 있습니다. 전원 루퍼인 그 무리는 얼굴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닙니다. 그 녀석들은 스테이어를 골라 표적으로 삼고 있을 것입니다. 얼굴을 보여 주거나 흔적을 남겨도 밤 3시 반만 지나면 피해자의 기억과 물적 증거가 사라집니다. 이런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지카는 나이트 워치인 마이센과 같이 학교로 등교합니다.

이외에도 격투기 웰터급 최강자가 된 남자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오랜 재활을 마치고 다시 복귀전을 치르는 그날이 반복되고, 아프리카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난 천재 소년이 자신의 마을을 구하기 위해 매일 시내의 도서관까지 걸어가기로 결심하고, 못생겼다는 사실에 글만 읽는 소녀가 루프를 깨닫고 생각하게 된 '일과'까지,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이 사라졌다>에서 확인하세요.




매일 '오늘'이 반복된다면 어떨까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한 적이 있을 테고, 반복된 오늘을 다룬 영화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복되는 오늘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즐거움을 위해 살아갈 것입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오지 않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게 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런 가운데 내일을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루프가 끝난 뒤의 세계를 내다본 사람으로, <내일이 사라졌다>에 등장하는 5명입니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딸을 위해 가해자에게 복수를 실행하는 엄마, 무법천지 세상에서 무기로 무장하고 자신을 지켜 주는 나이트 워치와 안전한 학교로 등교하는 여고생, 격투기 웰터급 최강자가 되었으나 크게 다치는 바람에 오랜 재활을 거쳐 마침내 복귀전을 치르는 남자, 아프리카의 가난한 마을에서 자신의 마을과 나라의 가난을 구하고 싶어 공부를 시작한 천재 소년, 말기 암을 앓는 할머니의 병문안을 가는 여성까지, 일본과 캐나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복수에 성공해도 루프의 시작점이 되면 모든 것이 리셋되고 마는데, 피해자의 엄마는 복수를 계속해야 할까요, 아님 복수를 포기해야 할까요. 체력조차 매일 새로 세팅되는 세상에서 격투기 최강자가 된 남자는 매일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며 기술을 연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세상에서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 계속 목소리를 내는 게 의미가 있는 걸까요. 결코 나을 수 없는, 영원히 지속될 신체의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해방시켜 주는 여성은 어떤 마음일까요. 질서가 무너지고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리면 때로 인간은 무시무시한 존재가 됩니다. 이런 지옥 같은 세상이라면 우린 무엇을 해야할까요. 좌절하고 매일 자살해야 할지, 평소 꿈꾸던 일탈을 즐기며 살지, 무료하게 그저 흘려보낼지, 아니면 등장인물들처럼 어떤 행동을 할지, 그건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내일이 사라졌다>는 소설 투고 사이트에 이 글을 올렸다가 정식으로 등단한 저자의 첫 작품이랍니다. 새로운 내일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수많은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게 하는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드디어 깨달았다.

내일이 오는 세상이든 오늘이 이어지는 세상이든 매한가지다.

후회 없이 사는 게 중요하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열중해 있는 것에

온 힘을 다하면 된다.

p.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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