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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주장법
허진희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저자는 "독고솜에게 반하면"으로 제10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장편소설 "좋아한다는 거짓말", "노파람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날"을 썼고, 소설집 "오후에는 출근합니다", "하면 좀 어떤 사이",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B612의 샘", "성장의 프리즘", "푸른 머리카락", "세 개의 시간"에 참여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악의 주장법>을 보겠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절, 부잣집에서 신동 소리를 들으며 대접받다가 16살에 일본 유학을 떠나 도쿄제국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한 26살 백오교는 남들이 보기엔 부러운 인생이지만 늘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두 해 전 고등문관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용돈벌이를 할 생각으로 사토 타다요시의 과외 제안을 받아들여 그들의 자식인 사토 쥰과 미유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오교가 일본에서 시집을 출간했을 때 사용한 필명은 시라시이 유이토로 쥰은 독자로 그를 존경했습니다. 남매의 집을 나온 오교는 성당에 잠시 머물렀다가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와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오교의 시신 옆에는 기가 쓴 시집 '악의 주장법'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오교의 집에서 또 한 명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구희비 박사는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독초와 함께 자랐습니다. 그렇게 조선의 독초를 연구해 '멍울독 백과'를 썼고, 이 책은 근 십 년 동안 조선에서 가장 많이 팔렸습니다.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천붕대에 사는 차돌을 자신의 비서로 삼았고, 차돌은 5일마다 이곳에 들른다는 조건으로 희비를 따라갑니다. 남매의 엄마인 사토 카논은 오교의 집에서 죽은 미카엘의 시신을 희비에게 살펴봐달라는 편지를 썼고, 희비와 차돌은 현장으로 함께 갑니다. 그곳엔 핏덩이일 때 성당 보육원에 맡겨져 그곳에서 자랐고, 신부의 꿈을 키운 경성 최고의 미남 미카엘이 잠든 듯이 죽어있습니다. 죽은 게 아니라 잠을 자는 듯, 곧 눈을 뜰 것 같은 시신의 모습은 자비초 때문입니다. 자비초는 무색무취이지만 소량만 섭취해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독초이며 고통 없이 죽게 해줍니다. 자비로운 죽음을 내리는 천사의 흰 손 같다며, 자비초의 형태도 그리해 흰장갑초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자비초는 구하기 쉽지 않은 멍울독입니다. 그의 죽음에 의문이 생긴 희비는 범인을 찾기로 결심하고 현장을 나서다가 기자 지등조를 만납니다. 자신이 미카엘을 죽인 범인을 알고 있다며 관심 있으면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가버립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죽은 채 발견됩니다.
누가 지등조를 죽였는지, 카논의 방에서 자비초를 훔친 사람은 누구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악의 주장법>에서 확인하세요.
사람이 살 만한 세상. 그런 세상이 오기는 오는가.
차돌은 거창한 이념이나 사상 같은 건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다.
살 만한 세상에서 이렇게 많은 목숨이 죽어 나갈 리 없지 않은가.
(p. 188)
조선 사람은 죽든 말든 신경 안 쓰는 시대, 바로 일제강점기의 조선입니다. 조선 사람을 죽여도 일본 권력자라면 모든 것이 없던 일로 되어 버리는 시대, 바로 일제강점기의 조선입니다. 이렇게 환멸로 가득한 어둠의 시대라 어둠에 물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캄캄하진 않습니다. 일본 경찰의 패악질에 쓰러진 이들을 둘러업고 동분서주하던 12살의 차돌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이들을 돕다 일본 경찰에게 걸리면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그런 계산보다 눈앞의 아픈 이를 구하려는 마음, 그런 마음을 품은 차돌은 결코 어둠에 물들지 못할 것입니다. 주인공 구희비도 그때의 도움을 받고 잊지 못하고 계속 지켜보다 차돌을 찾아왔습니다. 희비의 동지들이 힘이 장사인 차돌을 독립투사로 키우자고 했고, 차돌의 엄마도 그걸 바라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희비는 차돌이 원하는 대로 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들게 되자, 그제야 이모가 자신에게 네가 지금보다 훨씬 근사한 세상을 누릴 수 있도록 자신이 반드시 일조할 거란 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고 원하게 되면 자신이 사는 세상을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됩니다. 사람들도 자식이 생기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게, 그전엔 큰 관심도 없었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말고 나아갈 수 있는 세상, 사람이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떤 세상인가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