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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제나 새터스웨이트 지음, 최유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평점 :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미국 중서부에서 태어나, 스페인에서 성장하고 프랑스에서 잠시 살았던 저자는 현재 시카고에서 남편과 세 자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사라고사 전문 음악원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한 그녀는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영문학과 프랑스어 학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현재는 일반 사무직으로 근무하며 수많은 이메일을 작성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의 데뷔작 <신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을 보겠습니다. 공상과학 판타지소설 미스터리 스릴러 장편소설
2022년 1월, 코로나가 한창일 공개 연애 프로그램 '더 프러포즈'에 인조인간 줄리아 월든이 출연합니다. 그녀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만들어진 신스로 그녀보다 먼저 나온 신스이자 스타인 쌍둥이 연예인 신스 자매 크리스티와 크리스텔처럼 줄리아도 완벽한 여성의 외모와 감정을 가졌습니다. 그녀는 프로그램의 상대방인 조쉬 라살라의 MBTI가 완벽하게 맞으며, 최초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신스입니다. 이제까지 인조인간이라면 인간의 외형과는 비슷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건 힘들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그들이 인간에게 보이는 행동은 감정을 느껴서가 아니라 프로그램에 따른 반응일 뿐, 웃거나 놀랍거나 화 등을 표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신스라는 인조인간은 그보다 더 발전되어 감정을 '가졌'습니다. 게다가 책에 나온 주인공 줄리아는 아이를 가질 수 있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생물이 아닌 것에서 생명이 태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생물의 영역이며, 아기는 오로지 인간만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의 설정은 저의 생각을 아득하게 뛰어넘었고, 검색해 보니 인공 자궁이 개발되었습니다. 이미 미숙아를 기르는 인큐베이터는 존재하고 있지만 태반의 역할을 할 수 없기에 호흡 기능이 완성되지 않은 초미숙아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23~28주 사이에 태어나는 초미숙아를 모태와 유사한 환경 속에서 키울 수 있는 인공 자궁 시스템이 2017년 기사에 개발되었다니 인조인간도 가능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줄리아가 가진 딸 애널리에 대한 모성애는 정말 사람이라 느끼게 합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가슴에 찌릿함을 느끼고, 아이를 안는 순간 가슴에서 번지는 사랑이란 감정까지, 여느 엄마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줄리아는 조쉬 라살라와 결혼해 딸을 낳고 가족이 되지만, 주변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습니다. 그녀를 괴물 같은 존재로 보고, 이유 없이 적대감을 표출합니다. 그런 어느 날 싸우고 조쉬가 여행 가방을 싸며 하룻밤 자고 돌아온다고 했지만, 다음 날이 되어도 오지 않고, 다음날도, 그다음 날이 되어도 집으로 오지 않습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조쉬가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문을 열었는데, 보안관 두 명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줄리아에게 조쉬의 잘린 팔을 찾아다며 줄리아를 용의자로 여깁니다. 사람을 해치지 못하게 코딩된 줄리아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범인으로 여깁니다.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50년에 발간한 소설 'I Robot'에서 제시된 로봇 행동에 대한 3가지 원칙은 이렇습니다. 제1법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해 있는 인간을 방관해도 안 됩니다. 제2법칙 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들에 복종해야만 하면, 이런 명령들이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합니다. 제3원칙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만 하지만 앞선 법칙을 걸러버릴 경우는 예외입니다. 이후 공학자들은 그가 제시한 로봇 3원칙을 준수하는 로봇들을 만들었고, 그래서 책에 나온 인조인간도 그에 따라야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줄리아를 범인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지만, 보안관의 수사가 계속될수록 줄리아는 불리해져 갑니다. 방송으로 보인 그들의 생활 이면에 조쉬의 의심과 폭력이 있었고, 아이를 위해 그것을 감내하는 줄리아가 있었습니다. 인조인간에게 양육권이 없기에 보통 인간인 엄마보다 그저 참기만 하는 줄리아, 사람보다 더한 모성애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인조인간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지만, 책을 읽는 내내 가정 폭력을 당하는 약자의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인간이든, 인조인간이든, 동물이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정당화되면 안 될 일입니다. 지금 이 사회가 더욱 마음에 새겨야 할 내용이라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만 듭니다. 저자의 데뷔작에서 보여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내용으로 펼쳐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