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마인 워프 시리즈 8
배리 B. 롱이어 지음, 박상준 옮김 / 허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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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태어난 저자는 부인과 함께 인쇄 회사를 경영하다가 30대 후반에 발표한 <에너미 마인>이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존 W. 캠벨 신인작가상 등 주요 SF 문학상을 석권하고 곧장 영화 판권까지 팔리면서 주목받는 SF 작가로 발돋움했습니다. 그 뒤로 "The Homecoming", "Manifest Destiny", "Infinity Hold", "Circus World", "The Fireteller Tales" 등 꾸준한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2021년 장편소설 "The Hook"으로 자유주의미래학회에서 수여하는 프로메테우스상을 받으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의 걸작 <에너미 마인>을 보겠습니다.



광물자원 때문에 드랙종족과 지구인들이 목숨 걸고 싸울 만큼 중요한 파이린 4호 행성에서 지구인 윌리스 데이비지와 드랙종족 제리바 쉬간이 전투기에서 싸우다 불시착합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니 작은 섬에 둘은 누워있었고, 큰 파도들이 밀어닥치는 곳입니다. 파도에 떠밀려가지 않기 위해 제리바의 캡슐 주위로 돌을 쌓았습니다. 그 작업을 여러 날에 걸쳐 완성했는데, 이 행성의 하루는 다른 곳에서의 하루보다 세 배 정도 더 긴 듯합니다. 캡슐 안에 있는 비상식량을 조금씩 먹으며 구조대들이 오길 기다렸으나 가망이 없어 보였고, 데이비지는 더 큰 육지로 가자고 합니다. 쉬간은 임신 중이라며 예전에 떨어지며 아이를 잃었다면서 두려움에 거부합니다. 하지만 엄청난 파도가 몰아치고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17일 만에 눈을 뜹니다. 그 사이 둘을 태운 캡슐은 육지에 도달했고, 제리바는 나뭇가지로 침대를 만들고 불을 피워 그를 돌봤습니다. 둘은 서로의 언어를 배워 소통했고, 동굴을 찾아 그곳에 머물며 뱀 껍질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한 그들의 성경 같은 탈만을 읽기 위해 드랙의 문자를 배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쉬간의 출산이 다가왔고, 자신은 죽을 거라며 데이비지가 태어날 자미스에게 자신의 가계를 가르쳐 주고, 고향 행성 드래코로 데려가 달라고 맹세하라고 합니다. 죽은 쉬간의 몸에서 자미스가 태어났습니다.

어린 드랙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구조대는 올지, 자세한 이야기는 <에너미 마인>에서 확인하세요.




<에너미 마인>은 미국 SF 잡지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매거진' 1979년 9월 호에 중편소설로 수록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휴고상, 네뷸러 상, 로커스상과 존 W. 캠벨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는데, 이렇게 권위 있는 상을 동시에 석권한 것은 최초의 기록이었습니다. 하지만 읽는 동안 옛날 소설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 읽어도 충분히 매력적이기에, 그 당시엔 얼마나 대단한 소설이었을까 짐작이 됩니다. 외계 종족과의 조우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그들 사이의 우정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또한 성인식 때 200명이나 되는 자신의 선조의 전기를 암송하는 의식이 있는 드랙종족의 설정을 읽으며 선대 어른들 수백 세대를 기억하면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자연스레 알게 될 것입니다. 어릴 땐 명절날 조부모를 만나지만, 성인이 되면 그마저도 바쁘다고 잘 보지 못하는 요즈음을 돌이켜보면 선조를 기억한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고리타분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점점 잊어지기에 현대인들은 마음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직업이 아니라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게 한 <에너미 마인>, SF의 걸작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습니다.


재미있었다. 함께했던 그 어느 누구와보다도 더 재미있었다.

우리가 우주선이나 다른 뭔가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나는 남은 인생을 자미스와 걷고 노래하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지내고 싶었다.

p. 146~7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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