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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1
카밀라 레크베리.헨리크 펙세우스 지음, 임소연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11월
평점 :

2003년 데뷔작 "얼음공주"가 스웨덴에서 100만 부, 유럽 전역에서 200만 부가 팔리며 출판계의 주목을 받은 카밀라 레크베리는 이후 출간한 작품들 또한 총 26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대기록을 세워 유럽 최고의 범죄 심리 작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19년에 심리학 분야 베스트셀러 저자 겸 세계적인 심리술사인 헨리크 펙세우스와 함께 3부작을 집필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박스>입니다. 그럼, 60여 개 국가에 출간된 범죄 심리 소설 <박스 1>을 보겠습니다.

마스터 멘탈리스트라는 별명으로 대중에게 심리 마술 공연을 펼치는 빈센트 발데르에게 미나 다비리 경찰이 찾아옵니다. 일주일 전 칼 꽂기 마술 상자, 이른바 검 상자가 상단과 왼쪽 면에 칼자루가 꽂혀 있고, 아래와 오른쪽 면에 칼끝이 튀어나온 채로 놀이공원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상자 안에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젊은 여자 하나가 칼날에 꿰어 있었습니다. 시신의 신원도 파악하지 못했고, 용의자도 없었으며,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미나는 상관에게 외부 고문 역할로 빈센트를 건의합니다. 공연이 끝난 그와 만나 상자와 시신 사진을 보여줬고, 빈센트는 피해자의 허벅지에 새겨진 줄들을 보며 로마 숫자 Ⅲ임을 알려줍니다. 미나는 아무도 몰랐던 사실을 본 빈센트의 능력을 확인하고 그를 팀원에게 소개합니다. 경찰서장의 딸이며 리더십이 뛰어난 율리아 팀장, 모든 여자들을 꼬실 수 있다는 자의식 과잉남이자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루벤 회크, 패턴을 파악하는데 뛰어난 크리스테르 벵트손, 분석이 월등하며 얼마 전 세쌍둥이 아빠가 되어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페데르 옌센이 한 팀입니다.
빈센트는 전처 울리카와 이혼하고, 전처보다 8살 어린 그녀의 여동생 마리아와 결혼했습니다. 전처와 사이에 낳은 베냐민, 레베카와 지금 아내에서 낳은 아스카까지, 10년째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는 짝수에 집착하고, 긴장을 풀기 위해서 암산과 암호 풀이 등으로 신경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미나는 병적일 정도로 바이러스와 세균 박멸에 집착해 타인과 닿는 것도 싫어하고, 소독제를 구비해 다닙니다. 살균되고 소독된 부검실의 청결함에 불안이 사라지고 편안함을 느끼는 터라, 평소 평범하게 보이기 위해 애를 씁니다.
피해자 몸에 새겨진 상처를 로마 숫자로 보고 검시관 밀다에게 확인을 부탁했고, 최근 담당했던 사건 기록을 확인해 앙네스 세시 건을 발견합니다. 그녀의 허벅지에 새겨진 로마 숫자 Ⅳ가 새겨져 있습니다. 또한 첫 번째 피해자의 손목시계는 15시 정각, 앙네스의 시계는 14시 정각에 멈춰 있었습니다. 동일 인물이 벌인 살인 사건이며 연쇄 살인 사건임을 깨닫게 된 미나의 팀원들과 빈센트의 자세한 이야기는 <박스 1>에서 확인하세요.
시작부터 흥미진진합니다. 칼 꽂기 마술 상자에서 발견된 피해자와 총알 잡기로 죽은 피해자까지, 범인은 고전적인 마술 일루전으로 사람을 죽였습니다. 오락으로 생각된 마술이 살인 기법으로 사용되어 앞으로 나올 피해자가 어떤 방식일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범인을 잡는 경찰들도 특별합니다. 무균에 집착해 평소 불안함을 느끼지만 판단력이 뛰어난 미나, 미투 운동으로 좌천되었지만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루벤, 누구도 찾지 못하는 패턴을 찾는 데 천부적인 크리스테르, 뛰어난 분석력을 가진 페데르까지 저마다 못나 보이지만 뛰어난 부분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고문인 빈센트는 마술 전문가의 눈으로 마술을 사용해 살인하는 범인을 프로파일링 해나갑니다. 마술로 사람을 어떻게 죽일지 계획하며, 피해자 몸에 메시지를 남길 정도로 철두철미하고 이성적인 범인은 동시에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준비 과정은 빈틈없지만 살인의 과정은 그렇지 않은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는 범인,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궁금증이 폭발하지만 정체는 오리무중입니다. 거기에 수사 과정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범인인듯한 남자의 이야기와 미나가 숨기고 있는 이야기까지, <박스 1>은 제목처럼 1권이기에 아직 풀리지 않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빨리 2권을 읽게 만듭니다. 이 소설이 왜 60여 개 국가에 출간되었는지를 처음 몇 장만 읽으면 바로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가독성이 좋고,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입니다. TV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어도 좋을 정도의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뛰어난 범죄 심리 소설, 읽으면 바로 빠져들 겁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