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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들리는 동물병원
타케무라 유키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평점 :
일본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현재는 가나가와현에 살고 있는 저자는 고양이와 새를 좋아합니다. 2011년 "얼룩~순애, 바람, 미련, 흉터~"로 데뷔했으며, 대표작으로 "마루노우치에 취직했더니 유령 부동산 담당이었습니다", "신이 사는 진료소"가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마음이 들리는 동물병원>을 보겠습니다.
역에서 내려 모나카와 멘치카츠로 유명한 선로드 상점가를 지나쳐 서쪽으로 가다 보면 나카미치 거리에 도착하는데, 이 상점가에서 중앙공원을 지나 5분 정도 더 걸으면 개와 고양이가 그려진 분홍색 간판이 보입니다. 이곳은 할아버지를 이어 사쿠라이 아키가 수의사로 일하는 '사쿠라이 동물병원'입니다. 병원을 물려받은 지는 일 년, 아직 햇병아리 수의사였지만 할아버지 대부터 손님이었던 단골손님들뿐만 아니라 정확한 진단으로 소문나서 매일 환자가 찾아옵니다. 아키의 진료에는 건강검진을 제외하고는 진찰에서 처치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보호자의 동행을 금지합니다. 아키는 눈을 마주하고 집중하면 동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 어렸을 때 어떤 일을 계기로 생긴 이 능력은 매년 발전해서 지금은 동물들의 머릿속 이미지를 읽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동물병원 간호사 나카무라 유키는 아키보다 세 살 많은 29살로 아키 못지않게 동물을 좋아하고 집에서 다양한 동물을 많이 키웁니다. 그리고 치료에 조수는 필요 없다는 아키의 황당한 방침에도 이해하고, 이유도 물어보지 않는 특이한 남자입니다.
사쿠라이 동물병원에는 주로 버려졌거나 부득이하게 키울 수 없게 된 경우 같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임시 보호 중인 동물이 머물고 있습니다. 동물들이 잠자는 곳은 치료실 옆에 있는 큰 방으로 사쿠라이 호텔이라 부릅니다. 어느 날, 아키가 진료를 끝내고, 강아지 산책도 마친 후 병원 2층에 있는 집에서 한숨을 돌리던 때, 인터폰이 울렸습니다. 젊은 청년이 손바닥 위에 힘겹게 숨 쉬는 작은 새끼 고양이를 내밀며 봐달라고 합니다. 아키는 곧장 치료실로 달려가 상태를 확인하며 새끼 고양이에게 필사적으로 말을 걸었습니다. 겨우 정신이 든 새끼 고양이를 집중 치료 부스에 넣고, 대기실로 오니 아까의 청년이 있었습니다. 자신은 데즈카 하야토라며 대학원에서 동물행동학을 연구 중이라며 소개하고 밖을 나가며 아키가 고양이랑 말을 했다고 갸웃거립니다.
아키의 비밀을 알게 된 데즈카, 엄마를 잃은 새끼 고양이, 동네 부엉이 카페에서 만난 뱅갈수리부엉이 아르브, 동물병원 앞에 유기된 수달 사형제, 동네 아이 다쿠토와 아키는 어떤 인연을 맺을지, <마음이 들리는 동물병원>에서 확인하세요.
괴짜라 불리는 수의사 아키는 주변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동물에 대한 사랑이 지나칩니다. 그녀는 대학에서 기르는 동물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고, 닭장과 토끼장, 외양간 등에서 발견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게다가 모든 동물들이 그런 아키를 이상하리만치 따랐는데, 그 이유는 동물들의 말과 장면이 들리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동물들에게 최고인 아키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제일 어렵습니다. 타인과 눈이 마주치면 동공이 흔들리며 당황하다가 결국 도망치기 일쑤입니다. 할아버지가 운영했던 동물병원을 물려받아 일 년째 운영 중인 아키는 여전히 보호자들 앞에서 심하게 더듬거리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근처 대학원에서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데즈카와 집에서 수많은 동물을 키우고 있는 간호사 유키가 아키의 일상에 스며듭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데 서툰 아키만 두 사람의 마음을 몰라주지만, 그래도 전과 다른 자신의 마음을 아키도 조금씩 느낍니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힘든 아키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도 재밌고, 그런 아키를 아껴주는 데즈카와 유키, 그리고 동물 보호자들의 따뜻한 마음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들리는 동물병원>. 언제나 동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키가 때론 무모하고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위가 안 보일 정도로 몰두하는 그녀의 열정이 저는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열정보다 익숙함과 평온함에 물들어가는데, 다시금 열정을 불태울 무언가를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