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당신의 천국행을 도와드립니다
야초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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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후 두바이를 비롯한 국내 유명 호텔들에서 10년 넘게 근무했습니다. 코로나로 세상이 멈칫거릴 때 호텔리어 생활을 접고, 늘 마음속에 두었던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그럼, 반려견의 이름에서 따온 필명으로 쓴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를 보겠습니다.



지옥 불 앞에서 지옥문을 지키던 악마였던 지철은 지옥세계에서 베스탄이란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매년 죄인의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정작 이를 관장하는 악마의 수는 정해져 있기에 베스탄은 퇴근은커녕 저녁 식사까지도 굶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5미터 남짓 떨어져 있는 천국은 철저하게 한가로워 아름다웠습니다. 차라리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미친 듯이 부럽지 않았을 텐데. 베스탄은 지옥의 신을 찾아가 열렬히 성토했습니다. 지옥의 신은 악마가 될 수 있는 건 죽은 영혼 중에서 3%에 불과하기에 다시 충원될 수 있는 인재가 오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이참에 천사를 악마로 만들어 보는 게 어떠냐는 지옥의 신의 농담을 듣고 그는 그대로 실행합니다. 악마는 벌을 집행해야 해서 온몸이 근육질이었고, 베스탄은 복장 자율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로 인해 악마의 근육이 보이자 천사들이 그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져 보직 변경을 신청해 악마 대신 일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신들은 화가 많이 났고, 지옥의 신은 베스탄에게 인간 세계에 가서 지옥으로 갈 영혼을 미리 만나 천국으로 갈 수 있도록 도우라고 합니다. 성공하면 지옥에 오는 영혼의 수도 줄어드니 다시 지옥에 돌아왔을 때 정시 퇴근을 할 수 있다면서요.

베스탄은 인간 정지철의 몸에서 깨어납니다. 지철은 미국에서 최단 시간에 정신 건강의학과를 졸업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살겠다며 집 근처 작은 의원을 개원했습니다. 늘 따뜻한 마음으로 살던 그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누워있은 지 3개월 만에 깨어났습니다. 깨어나며 변한 모습에 부모님은 놀랐지만 전두엽을 다치면 성격이 바뀔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이해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지철은 악마이기에 그런 모습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지철이 천기누설을 하며 사고를 치고 다니자, 지옥의 신은 사신 K를 보내 주의사항을 일러줍니다. 인간 정지철이 마련했던 사무실을 수리해 개선의 여지가 있는 인간들에게만 보이도록 심리 상담소를 마련했고, 상담자에게 천기누설을 금하며, 앞으로 사신 K에게 발생하는 사항을 보고하랍니다.

지철의 상담자들이 과연 갱생해서 천국으로 갈 수 있을지, 자세한 이야기는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에서 확인하세요.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은 지옥에서 죄인들을 벌주고 분류하느라 잦은 야근과 철야로 힘들게 사는 악마 베스탄이 더 이상은 이렇게 못 살겠다며 천사들을 꾀여 지옥에서 일하게 했다가 다른 신들의 노여움을 사 인간세계로 가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그는 그곳에서 지옥에 떨어질 악인들을 미리 교화하라는 임무를 맡습니다. 정지철이란 정신의학과 의사의 몸에서 깨어난 베스탄은 '악마의 심리 상담소'를 열고, 그곳은 개선의 여지가 보이는 사람들 눈에만 보입니다. 상담 보고서를 작성해 사신 K에게 전하는 일을 맡은 김선애를 사무원으로 두고, 그를 찾아온 이혼전문 변호사 유명한, 지금은 백수지만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김승주, 필라테스 강사 은혜련은 지철과 상담을 합니다. 하지만 인간 세계에서 몇 년을 보내며 인간을 갱생한다는 것에 회의를 품은 베스탄과 기발한 해결책을 선보이는 선애의 케미가 돋보입니다. 지옥의 신과 악마라는, 인간들이 범접할 수 없는 세상을 고용인과 피고용인으로 단순화시켜 보여주는 작가의 발상이 신선했고, 야근으로 고생하는 악마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존재로 그려져 친근함마저 느껴집니다. 게다가 악법 제1조 제1항이 '악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신의를 지켜야 한다'라는 설정이, 인간을 지옥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악마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 놀랐습니다. 그들에게도 지켜야 할 신의가 중요하다는 것이, 믿음과 의리를 내다 버리는 일이 많은 인간 세상보다 더 좋아 보입니다. 결국 믿음, 소망, 사랑이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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