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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0월
평점 :

1957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6년 "룸비니의 아이"로 제1회 유(幽) 괴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습니다. 대표 작품으로는 "밤의 소리를 듣다", "어리석은 자의 독", "전망탑의 라푼젤", "꿈 전달자", "달빛이 닿는 거리" 등이 있습니다. 그럼, 판타지 미스터리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를 보겠습니다.

와타루의 아버지는 거액의 빚이 있었고, 다른 여자와 살겠다며 집을 나갔습니다. 여동생 마리나를 임신한 채로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 에리코는 8살 와타루와 여행용 가방을 들고 거리를 헤맸습니다. 그때 거리에서 전단지를 받았고, 전단지를 내민 남자는 신흥 종교 시설 '시온의 빛'으로 그들을 데려갔습니다. 생활력이 없는 에리코는 의식주가 보장되고, 정신적인 안정이 있는 종교단체에서 지냈습니다. 하지만 종교단체는 가정이 아니었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 또한 가족이 아닙니다. 어느 날 나타난 신흥 종교는 지역 사회에서도 이질적인 존재입니다. 와타루는 동네 주민들이 자신들을 그런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지역 학교에 다니면서 알게 됐습니다. 종교 시설에서 산다는 점 때문에 덩치 큰 기쿠치 일당에게 심한 괴롭힘과 폭력을 당했습니다. 담임은 반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 알고도 철저하게 못 본 척했습니다. 와타루 반에 전학생 이 왔는데, 단다 아오토로 피부는 하얗고 머리카락이 갈색이며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오토는 선생님과 친구들 말에 반응하지 않았고, 반 친구들과 엮이기를 거부합니다. 친구가 된 둘은 아오토의 가족을 소개받았고, 그의 가족 모두가 약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동생 마리나가 태어났고, 마리나의 존재는 와타루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30살 하세베 와타루는 정육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 쇼핑을 하고 외식을 한 와타루는 선로 아래 인도에서 자전거를 밀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길 위에 있는 벤치에 어떤 남자가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지갑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와타루는 도둑을 쫓기 시작했으나 결국 놓쳤습니다. 숨을 몰아쉬는데 자고 있던 넘자가 그를 따라와서 앞으로 쓰러집니다. 와타루는 움직이지 못한 남자를 집에 데리고 갔고, 하룻밤 재웠습니다. 다음 날 놓아둔 자전거를 찾으러 갔으나 자전거는 안 보이고, 그 남자는 미안하다며 비싼 새 자전거를 사줍니다. 중국계 미국인 제이슨 가오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연락처를 교환하고 다음에 보자며 갑니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타르바간 바이러스가 퍼집니다. 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환자는 고열과 두통, 근육통을 호소하고 온몸에 습진이 퍼질 즈음부터는 근육이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거기까지 대략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걸리고, 그 후 환자는 눈에 띄게 쇠약해지고 살이 빠져 팔다리가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변하고 근육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전염력도 강하고 사망자들은 피부가 검게 변하고 팔다리가 기이하게 뒤틀리며 죽습니다.
어린 시절 와타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아오토와는 왜 헤어졌는지, 가오란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며, 타르바간 바이러스가 퍼진 일본은 어떻게 되는지, 자세한 이야기는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에서 확인하세요.
인연(因緣)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또는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을 뜻합니다. 또한 이 단어는 불교에서 유래하여 어떤 일이나 현상이 발생하는 데 있어서의 원인과 조건을 뜻합니다. 즉,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연이 아닌, 그럴 만한 이유와 조건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의 주인공 와타루에게도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신흥종교 시설에서 살아 따돌림을 당하던 와타루와 스스로 주변과 엮이기를 거부하는 아오토와의 인연. 사회에서 튕겨 나가는 상황이 두려워 소심하게, 마음을 죽인 채 살았던 와타루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모습을 숨기지 않는 가오와의 인연. 이 둘은 평범한 와타루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중국에서 시작한 미지의 바이러스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와타루의 일상도 깨집니다. 책에 나온 바이러스는 얼마 전 우리가 겪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평온했던 일상이 깨졌고, 그런 비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관계 맺기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평범한 사람 같지 않은 아오토와 가오, 따돌림과 신흥 종교, 그리고 미지의 바이러스까지 도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까 전혀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책을 손에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럴 이유와 조건이 존재한다는 인연을 계속 떠올리게 만드는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이제까지 맺은 인연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생각하며, 앞으로 맺을 인연이 나를 어떻게 이끌지 기대하며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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